2024년 4월 27일(토)

“일하기 위해 고용? 고용하기 위해 일합니다”

SK텔레콤 행복 ICT 개소식
“이익금은 모두 재투자”
관련 전문교육 수료한 장애인 등 소외층·취약층 청년들에 기회 제공

“앞으로가 더 어렵고 중요하지 않을까요? 많이 배워서 다시 안겨 주는 역할을 해야 할 테니까요. ‘좋은 복수’, 그게 제 목표예요. 받은 만큼 꼭 돌려주고 싶어요.”

아직 학생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의 앳된 외모를 가진 김용태(26)씨가 입사 후 이루고자 하는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말하는 내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있었고,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함께 즐거워질 정도로 생기가 흘렀다. 아버지 사업 실패 후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그는 올해 상반기 SK텔레콤과 서울시가 함께하는 ‘희망 앱 아카데미’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후, 지난 7월 ‘재단법인 행복 ICT’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재단법인 행복 ICT는 SK텔레콤(총괄사장 하성민)과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해 지난 7월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ㆍ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공익 서비스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재단법인 행복 ICT 임직원들의 모습. /조성녀 더나은미래 기자
사회적기업 재단법인 행복 ICT 임직원들의 모습. /조성녀 더나은미래 기자

지난 8월 24일 구로동 디지털 단지 재단법인 행복 ICT 회의실에 김용태씨 외에 공익연계사업팀 배준후(31) 대리, 개발팀 최호근씨 등이 함께 둘러앉았다. 세 사람은 한 달여간의 회사 생활에 대한 감회와 향후 비전 등에 대해 얘기 나눴다. “나는 논리력을 바탕으로 넓고 큰 시야를 가진 큰 기획자가 되려 한다”고 용태씨에 이어 배 대리가 말했고, 호근씨는 “이제 비로소 정보통신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우선은 유능한 개발자로 성장하는 게 첫째이겠고, 다음으로는 성취한 재능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배 대리와 호근씨 두 사람도 용태씨와 마찬가지로 입사하기 전까지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배준후 대리는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다. 그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변호사가 되자”는 결심으로 2년여간 로스쿨 진학을 준비해 2차 서류 및 논술 전형까지 통과했지만 최종 과정인 면접에서 떨어졌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온 힘을 다해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자, 그는 절망적인 심경이었다. 재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쉬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배 대리가 다시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된 계기는 재단법인 행복 ICT를 만나면서부터였다.

“함께 해외 연수를 다녀왔던 분이 정보통신 분야를 전공하고 관련 업체에서 일했던 제 이력을 알아 재단법인 행복 ICT를 추천해 주셨어요. 사회적기업이라서 소망하던 대로 소외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데다 전공까지 살릴 수 있게 돼 만족스러웠죠.”

현재 배 대리는 회사 근처에 자취집을 마련해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는 흐름이 빨라 잠시만 떠나 있어도 뒤처지기 십상”이라며 “그간의 공백을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개발팀 호근씨는 늦깎이 신입사원이다. 그는 “또래보다 (취업이) 늦어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하니 무척이나 기뻐하시더라”며 재단법인 행복 ICT의 첫인상에 대해 얘기했다.

“감명받았어요. 개발자 교육기관에 와서 채용 설명회를 하면서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고 회사 소개를 하더군요. 그냥 사회적기업이라는 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하는 곳 정도로만 알았는데….”

그는 본인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려운 형편 중 사회복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털어놓으며, “재단법인 행복 ICT에서 일하게 된 건 나에게는 행운”이라고 했다.

김준호 SK텔레콤 GMS CIC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및 참석자들이 지난 7월 21일 구로동 디지털단지에서 열린 재단법인 행복 ICT 개소식에서 축하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김준호 SK텔레콤 GMS CIC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및 참석자들이 지난 7월 21일 구로동 디지털단지에서 열린 재단법인 행복 ICT 개소식에서 축하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한편, 전명국(50) 국장은 재단법인 행복 ICT를 맡기 전 2년 동안 SK텔레콤 정보기술팀 부장으로서 프로보노 활동을 했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 추진한 활동에 자원봉사로 참여해 사회적기업들의 정보통신 부문 컨설팅을 담당했다. 전 국장은 “프로보노 활동을 하다 보니 사회적기업 등 공익 활동 부문의 정보통신 역량이 영리 쪽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공익 영역에 필요한 정보통신 기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창조해 내,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게끔 적정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재단법인 행복 ICT가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단법인 행복 ICT는 기존 SK텔레콤에서 갖고 있는 정보통신 관련 역량을 공익적 차원에서 연계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며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전 국장은 “행복 ICT가 사회적기업의 여러 형태 중 재단법인을 택한 이유는 이익이 발생하면 모두 재투자로 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재단법인 행복 ICT 정관에 나타나 있다. 32조에 보면 “수익금은 출연자에게 배분하지 않으며 목적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사업 확대, 안정화를 위해 별도로 적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재단법인 행복 ICT의 직원은 13명인데, 올 하반기에는 약 30명으로, 내년에는 약 4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희망 앱 아카데미’ 등 정보통신 전문 교육을 수료한 취약층 청년들에게 인턴십과 취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재단법인 행복 ICT는 서울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신청해 놓은 상태로 이달 중순경 심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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