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IGI 공동 연구
시가총액 10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홈페이지 분석
투명한 CSR 정보 공개로 신뢰 높이는 기업들
소비자와의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최근 기업 담당자들의 마음이 분주해졌다. 회사의 환경 정책, 직원 복지, 인권, 지배구조, 사회공헌 등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정보를 담은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시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 지난 5년간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숫자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지난달 더나은미래와 IGI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지난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58곳에 불과했다. 그 중 삼성SDS·엔씨소프트·GS 등 38개 기업은 최근 5년간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들에게 꾸준히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CSR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해온 기업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에 CSR 정보를 공개하려면,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사회적책임 지수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홈페이지를 분석, CSR 정보를 투명하고 공개하고 있는 사례들을 심층 분석했다.
◇고객 참여형 코너로 CSR 커뮤니케이션 지수 높인다
최근 홈페이지에 지속가능경영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며,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독자의견을 직접 받거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과 함께 기획 및 실행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지속가능보고서 PDF 파일을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려운 곳에 꽁꽁 숨겨뒀던 과거와는 달라진 트렌드다.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한, 나눔 아이디어에 투표해 주세요!”
삼성카드는 홈페이지에 고객과 함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열린나눔‘이란 페이지를 따로 개설, 고객이 제안한 나눔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하는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있는 것. 아이디어는 삼성카드 홈페이지 회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고, 정부·타기업·단체로부터 지원받은 경험이 있는 제안은 등록할 수 없다.
열린나눔은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등록된 제안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톱30’을 선정, 고객·전문가·삼성카드 임직원으로 구성된 열린나눔선정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톱14’를 뽑는다. 전문패널을 통해 선정된 ‘톱14’ 제안자는 구체적인 세부계획서를 제출해야하고, 파트너 NGO와 협업해 제안서 발표 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열린 투표가 진행된다. 최종 선정된 7개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3000만원~1억원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열린나눔’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아이디어 제안자는 개인부터 복지관, 비영리단체 등 다양하다. 댓글과 공감 버튼을 만들어, 추천을 많이 받은 순으로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참여율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콘텐츠마다 하단에 댓글이 수백여개 달려있었다. 지난 한 달간 열린나눔을 통해 삼성카드가 기부한 금액만 1억1893만8161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지속가능보고서의 세부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 소비자들이 해당 목차별로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보고서 목차 하단에 ‘독자 의견 설문조사 바로가기’ 탭을 넣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클릭하면 “여러분의 귀중한 의견은 향후 LG전자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는 문구와 함께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도 해당 페이지에서 바로 설문에 응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보고서를 읽게 된 계기, CSR에 대한 관심분야, 보고서에 대한 만족도, LG전자의 CSR 활동 수준 평가, 향후 개선방안 등 7개로 문항을 나눠 구체적인 답변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또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발간된 환경보고서도 공개해뒀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자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GS리테일은 홈페이지에 환경위생센터탭을 개설, 실시간 고객들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점포 위생관리 시스템·식품안전 통합인증제에 대한 상세 내용을 공개하고, 하단에 GS리테일에서 구매한 제품에 대한 불만사항을 댓글로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해당 페이지에는 ‘방금 GS편의점에서 타코야끼를 샀는데 바닥에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이물질이 나왔습니다. 위생관리 되는거 맞나요?’, ‘오모리 참치찌개 라면의 소스가 터져있고 본드 마른 것처럼 컵라면 용기 속에 소스들이 눌러 붙어있었습니다’ 등 고객들의 민원이 그대로 공개돼있다(3월 21일 기준). 댓글 중에는 ‘역시 GS리테일 신뢰가 가는군요. 안전한 먹거리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철저한 관리를 하네요’ 등 투명한 정보 공개에 대해 신뢰를 보이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 기업들이 고객의 불만 사항을 숨기려하고, 이러한 내용이 홈페이지에 직접 노출됨을 꺼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CO₂ 계산기’, ‘인터랙티브 차트’…홈페이지에서 직접 계산 가능
SK하이닉스 홈페이지에는 ‘CO₂ 계산기‘가 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SK하이닉스의 녹색 제품(램·반도체)명을 입력하면, 하단의 인포그래픽에 적힌 수치가 실시간 반영돼 나타난다. 해당 녹색 제품을 사용해 전력 사용량·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얼마만큼 줄어드는지, 나무 식재 효과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접근성도 좋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CSR’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지속가능바로 ‘CO₂ 계산기’를 만날 수 있다. 고객이 SK하이닉스 제품을 통해 환경에 기여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를 직접 개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 역시 세밀하게 공개했다. SK하이닉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들어가면 “단기적인 경영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질적 성장을 우선시하는 내실경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 6개월간의 주가 변동 그래프는 물론 ‘이사회 독립성 강화(전체 이사회의 56%를 사외이사로 구성, 총 9명 중 5인이 사외이사)’, ‘독립적인 위원회 구성(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 ‘기업 지배구조 헌장’, ‘소위원회 개최실적’ 등 지배구조 관련 정보들을 클릭 한 번 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 여타의 기업들이 이사회 명단만 공개해둔 것과 달리, 이사진의 사진과 약력은 물론 이사 선임 날짜와 임기까지 공개해뒀다.
현대모비스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대중 참여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모비스의 사회책임경영탭을 클릭하면, ‘쌍방향 소통 창구(Interactive Charts·인터랙티브 차트)‘ 페이지가 나타난다. 경제(영업 실적·재무상태), 사회(임직원·연도별 사회공헌 비용·임직원 봉사활동 실적·글로벌 1차 협력사 현황), 환경(온실가스·폐기물 및 재활용 등) 등 3가지 분야를 선택하면 최근 3년간 데이터를 그래프 및 표로 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차트를 통해 확인한 현대모비스의 2015년 영업 이익은 2조9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3조1412억원)했다. 반면, 2015년 사회공헌 비용은 190억1400만원. 2013년 181억5300만원, 2014년 151억2400만원보다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보까지? 투명한 공개로 신뢰얻는다
대다수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철학등 대략적인 정보만 홈페이지에 정리한 것과 달리, 향후 5년 또는 10년내 CSR 목표와 함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온시스템은 5년 내 에너지 효율 20% 개선, 연간 10% 폐기물과 10%의 물 사용 감소 목표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공장별 목표 달성 현황을 그림과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20% 개선’ 문구 옆에 보이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버튼을 클릭하자, ‘폐열 재활용’ 과정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팝업창이 나타났다. 도식화된 그림 아래에는 ‘평택공장은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60도의 온도가 필요한 세척공정에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량의 증기를 발생시키는 세척공정의 에너지 소모를 감소시키고 있습니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빛 효율’ 버튼을 클릭하자, ‘실내 조명에 반사경을 설치해 최대 50%까지 조명 수를 줄이고, 간단한 설계 변경으로 조명을 550개까지 줄인 사업장도 있다’는 설명과 함께, 조명 설치 전후 과정을 설명하는 그림도 있었다. 또한 이러한 세부 정보를 담은 환경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특히 기업 지배구조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기업 지배구조 평가등급(2013년 B+, 2014년 A, 2015년 B등급)을 비롯, 거버넌스와 관련된 모범 규준 충족 사항과 미충족 사항을 분류해 공개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헌장 ·임직원 윤리규정 도입, 이사회 구성(사외이사 비율 50% 초과), 사외이사의 독립성 등 기준을 충족한 항목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기’ 버튼을 마련해 세부 헌장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단에는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의 도입·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의 분리 또는 선임사외이사 임명 등 모범 규준 미충족 사항을 공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스스로 공개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화는 계열사간 지분 구조도를 도식화해 한 눈에 지배구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현대산업개발은 사업보고서를 다운받지 않아도 홈페이지상에서 주주현황·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 도입 현황(미도입)·배당 현황·이사회 구성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투명성을 높였다.
◇시각적 효과 높이기도…마우스를 움직이면 화면도 바뀐다
CSR 정보를 단순히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시각적인 효과를 활용해 가독성을 높인 기업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주제탭을 클릭,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자 숫자가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0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숫자는 3초가 지나자 일정 수치에서 멈췄다. 온실가스 감소율 22%, 물 사용량 저감율 22%, 에너지 사용량 저감율 25% 등 2015년 아모레퍼시픽이 달성한 환경 경영 목표를 설명한 것. 다른 페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함께하는 성장’탭을 클릭하니, 0으로 시작한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성 인원 비율(65.9%), 여성 관리자 비율(18.5%), 재해율(0.04%), 협력사 동반성장 지원액(24.5억) 등 임직원 및 동반성장 관련 정보들이 공개돼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활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인 기업도 있었다. 제일기획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탭을 따로 마련하고, CEO를 의장으로 둔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조직 내 지속가능경영센터의 역할을 공개했다. 고객경영·나눔경영·환경경영·인재경영·산생경영 등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총 5개의 테마로 나눠, 각각의 내용을 클릭 한 번만으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주·고객·지역사회·임직원·협력회사별로 나눠, 이들이 이해관계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공개한 점도 눈에 띈다.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보낼 수 있는 메일 주소도 공개해뒀다.
기아차는 홈페이지 하단에 ‘연관 콘텐츠’탭을 만들었다. 고객들이 홈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CSR 관련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사회책임경영’탭을 클릭하면 하단에 ‘사회공헌’, ‘신뢰경영’, ‘경영진&이사회’ 메뉴로 바로 연결된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도 자세히 공개했다. 이사진의 성명과 사진은 물론 선임일·임기 만료일·담당업무·책임보험 가입여부가 설명돼있고, 최근 3년간 진행된 월별 의결 사항을 상세히 노출시켰다. 대다수 기업이 IR보고서나 의안 내용을 별도로 다운받아야만 의결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해, 접근성이 높다.
이윤석 InnoCSR 대표는 “지속가능보고서에 담은 주요 사항을 요약해서 홈페이지에 공시하거나, 고객이 직접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하는게 글로벌 트렌드”라며 “투명한 공개와 충분한 소통이 병행될 때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