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스타와 소통하고 함께 기부까지!
스타들의 기부 릴레이, ‘기부박수337’을 소개합니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BTOB)의 열혈팬 A씨.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은광’이다. 남다른 예능감각과 매력적인 환한 미소 때문. 어느 날, A씨는 솔깃한 소문 하나를 들었다. 은광이 매일 밤 안고 자던 베개를 가질 수 있는 경매가 열린다는 것. 이에 지난 1월 24일 오후 5시, A씨는 은광이 진행하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 ‘기부박수 337’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5년 동안 함께한 베개입니다. 다음 주자로 빅스의 엔, B.A.P. 힘찬, 그리고 랩퍼 딘딘을 추천할게요.”
방송이 끝나자마자, A씨는 곧장 기부박수 337의 네이버 카페에 접속했다. 기필코 베개를 손에 넣으리란 굳은 다짐으로, 한 장당 2000원인 경매 응모권을 최대 갯수인 세 장까지 구입했다. 무작위 추첨이라 당첨 가능성은 낮았지만, 그래도 만족했다. 경매 참여 비용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되기 때문이다.
◇스타와 내가 함께 하는 재밌는 기부, ‘기부박수 337’
‘기부박수 337’이 연일 화제다. 이는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하고, 스타의 애장품도 받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 ‘일석삼조’의 기부 캠페인이다. 참여하는 스타들도 쟁쟁하다. 비투비 은광, 에이핑크(Apink), 아이오아이(I.O.I) 등 아이돌부터 가수, 개그맨,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 선수 등 스포츠 스타, 정치인까지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이 줄지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설가 이외수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함께했다.
캠페인 참여 방식은 간단하다. 스타는 자신의 물건 ‘3가지’를 내놓고 다음 주자 ‘3명’을 추천하며, 경매 참여자는 최소 ‘7000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게 된다. 337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이때 스타들의 기부는 페이스북의 생중계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방송된다. 지난 1월 참여한 개그맨 컬투 정찬우씨를 시초로, 현재까지 릴레이 방송에 동참한 유명인사만 150여명에 달한다. 캠페인 시작 두 달이 채 안됐음에도 현재 대기하는 스타만 400여명에 달한다. 기부박수 337 운영본부 이제동 운영팀장은 ”인력이 부족해 다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 죄송할 정도”라 말했다.
기부박수 337이 주목받는 이유는 ‘스타와 팬이 함께 하는 기부’라는 점 때문이다. 스타는 안 쓰는 물품을 기부하고, 팬들은 애장품 경매에 참여해 일정액을 기부한다. 스타들의 애장품을 원하는 팬들은 응모권을 구입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응모권은 물건 하나당 최대 3장씩, 총 9장까지 구입할 수 있다. 한 사람당 최대 18,000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셈이다. 애장품 당첨자는 참여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결정된다.
이렇게 모인 기부 물품 판매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단법인 토닥토닥 중 스타가 직접 지정한 한 곳에 전액 기부된다.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한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이 기꺼이 기부에 참여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부 나눔사업팀 담당자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MOU를 맺어 사회 환원 파트너로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 스타들의 인맥지도 그려지니 보는 재미도 쏠쏠
기부박수 337를 통해 스타들의 인맥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예린은 배우 김민재를 추천하며 그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임을 밝혔다. 야구팀 두산베어스의 유희관 선수는 개그맨 박수홍, 가수 케이윌(K.Will)등을 추천하며 의외의 인맥을 자랑하기도 했다. 최근 참여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경우, 차기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추천해 릴레이가 대선주자들에게도 번지리란 기대도 모았다.
각계각층의 스타들이 참여한 만큼, 경매에 붙여진 애장품들의 면면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야구팀 넥슨 히어로즈의 서건창 선수는 직접 착용한 배팅 장갑을, LG 트윈스의 박용택 선수는 작년에 직접 쓴 야구배트 등을 기부했다. 개그맨 김장군, 박나래 등은 전자레인지, 헤드셋, 후라이팬 등 실용적인 생활가전을 내놓기도 했다.
아이돌 가수들이 직접 신었던 운동화나 사용했던 베개 등은 팬들의 경매 공세를 불러일으켰다. 비투비 서은광의 경우, 라이브 영상이 누적 조회수 3만회를 넘길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애장품 경매에는 418명의 팬들이 참여해 총 204만원의 모금액이 토닥토닥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전달됐다. 비투비 은광이 사용하던 슬리퍼에 당첨된 한 네티즌은 “택배를 받고서 눈물이 났다”며 “당첨이 안되면 기부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너무 뿌듯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타들의 참여로 지금까지 약 800만원 가량의 후원금이 기부처에 전달됐다.
유명 스타가 SNS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고, 다음 주자를 추천하는 방식은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의 버전 2.0이라 할 만하다. 지난 2014년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이 모였다. 국내외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여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에 참여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기부 릴레이 유행을 일으킨 바 있다.
기부박수 337 캠페인이 새로운 기부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까. 기부박수 337 운영본부의 손종건 이사는 “(캠페인이) 잘 쓰지 않는 잉여 물품을 기부하고, 그 판매 수익금을 현금처럼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범국민적으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 말했다. 기부박수 337를 비롯, 기부 팟캐스트 ‘기부스’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정찬우씨 역시 “연예인의 참여만으로는 수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대학교 총학생회 등 SNS에 익숙한 젊은 층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기부는 내 물건을 나누는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며 “많은 분들이 부담없이 재미있게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부 릴레이가 하나의 기부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앞으로도 많은 스타들이 동참할 예정이다. 현재 기부박수 337에서는 2PM 닉쿤의 애장품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진행한 온라인 생방송에서 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한정판 가방, 사용했던 모자와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을 애장품으로 내놨다. 닉쿤의 애장품을 원하는 팬들은 오는 2월 22일 저녁 6시까지 진행되는 기부박수 337 네이버 카페의 게시글에서 참여하면 된다.
스마트모금함, 크라우드펀딩 등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나눔릴레이가 ‘기부 바람’으로 확산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