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정원’ 출신 아동단체 고위 간부 성희롱 논란… 비영리단체 고위직 채용 논의 필요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니세프_건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고위 간부가 성희롱 의혹으로 진상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유엔 산하기구로 아동 권리 옹호를 활동 목표로 하는 단체다.

지난 5일 보도된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기구의 핵심 고위 간부가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인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낄 만한 언사를 수 차례 했고, 직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문제를 제기한 관련 직원들은 “술자리 등 업무 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상황에서 성적인 발언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 입장이나 2차 피해를 고려해 구체적인 사례는 밝힐 수 없다고 이들 관계자는 전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측은 문제가 불거진 직후 지난달 진상 조사위원회를 꾸려 세 차례 이상 조사를 했고 이달부터는 S씨와 직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연합뉴스는 지난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종로에 있던 단체 사무실을 마포로 이전할 때 임대 비용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S씨가 가장 이율이 낮은 은행 대신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도 직원들이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유니세프 측은 “사태를 파악해 진상이 밝혀지면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방침”이라며 “사안을 보고받은 유니세프 본부에서도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의 S 고위 간부 성희롱 논란을 두고 “비영리단체의 고위 간부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미션이나 방향성과는 전혀 무관하거나 ‘자질이 부족한’ 이들이 비영리단체 고위 간부로 넘어와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이번 유니세프 성희롱 발언 논란의 중심에 있는 S씨 역시 마찬가지. 전직 대통령의 사위이자 외교통상부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알려진 S씨는 2003년 주 헝가리 대사직을 끝으로 외교부를 떠났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국가정보원 해외담당 제1차장을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아동 권리를 증진하는 기관의 수장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되어 온 인물이다. 유니세프 공식 홈페이지 내 S씨의 약력에는 2004년부터 2006년의 경력은 빠져있다. 

문제는 비영리단체 내부에서 이러한 인사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 이사회 내 인사추천위원회 등에서 고위 간부 선임을 결정하다 보니, 신임 고위 간부의 자질이나 이해도와는 상관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한 관계자는 “사무총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기관의 미션을 이해하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시는 게 후원자에 대한 책무가 아니겠느냐”며 “최소한 고위 간부 채용 과정에서 까다로운 검증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영리단체 이사회 거버넌스 및 고위 간부 채용 과정에 있어 안팎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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