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나 주주들처럼 소비자들도 이윤을 어디에 쓰는지 결정하고 결과를 보고받아야 진짜 ‘손님은 왕’이라고 할 수 있죠.”
서울시 마포구에서 만난 정경섭 ‘피플 모바일’ 대표(42)가 웃으며 말했다. 핸드폰 온라인 쇼핑몰 ‘피플 모바일’은 판매 이윤 중 70%를 기부하고 있다. 특히 기부 전(全) 과정에 고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소비자는 사이트(http://mobile.peoplemake.co.kr/)에서 효도폰부터 최신 기종 핸드폰까지 각 기종마다 기부되는 금액을 확인해 선택하고, 회사와 후원하는 165개 비영리 단체 중 기부처를 직접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홈페이지에서 적립된 기부 액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운영비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쇼핑할 때 물건의 값을 지불하고 나면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잖아요. 피플 모바일에선 소비자가 이익금부터 그 분배과정까지 참여하고 관찰하게 하고 싶었죠.”
이익 대부분을 기부하는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자, 영국에서 각광 받고 있는 ‘공동체 이익회사’란 개념을 알게 된 게 ‘터닝포인트’였다는 정 대표. 공동체 이익회사는 공동체나 공공의 이익을 회사의 목적으로 삼고, 이윤과 자산도 공익을 위해서만 쓰이게끔 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이미 영국엔 8000개가 존재한다. 정 대표는 “공동체 이익회사 모델을 접하고 매력을 느껴 영국에 직접 가보니 공동체 이익회사가 곳곳에 생겨나 지역 사회로 이익을 순환, 덕분에 사람들 간에 소규모 경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서로 지지하며 무한경쟁에서 보호받는 게 인상 깊었다”고 떠올렸다.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겠다 싶었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 2년마다 한 번씩 핸드폰을 바꾸니, 이들이 모이면 크고 지속적인 ‘기부자 모임’이 되겠더라고요.”
실제 피플 모바일이 설립된 2014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소비자들의 기부로 시민단체에 전달된 후원금은 약 3515만원. 정 대표는 “단체들이 그 역할을 자유롭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은 정부에 재정을 의존하고 있다”며 “피플 모바일을 통한 시민 기부 덕분에 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플 모바일의 또 다른 목표는 10만 고객을 달성해 독자적인 통신채널을 개발하는 것이란다. 정 대표는 “현재 한국의 휴대전화 요금이 비싼 건 거대 통신사들이 시장을 독점해 소비자에게 요금제 선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현 시장 체계를 바꾸고, 소비자 중심의 통신료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10만 명이면 하나의 통신 채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신료를 지금의 반값에 가깝게 낮추면서, 피플모바일처럼 이익의 일부를 기부도 하고요. 많은 이들이 참여해 ‘통신 혁명’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겁니다(웃음).”
정경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