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온라인 설문조사, 4000명 넘게 참여한 이유는? 밀레니얼 공익활동 연구한 ‘진저티 프로젝트’ 인터뷰 ②

<우리가 밀레니얼을 알아야 하는 이유, 밀레니얼 공익활동 연구한 ‘진저티 프로젝트’ 인터뷰 ①에서 계속>

◇ “이런 설문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4000명 넘는 밀레니얼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참여가 필요한 ‘온라인 설문조사’. 쉽지 않은 질문에 주관식 답변, 넉넉잡아 20분은 걸리다 보니 “500명만 참여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던 설문조사에서 ‘대박’이 났다. 온라인으로 설문을 돌린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4034명. 4000명이 넘는 이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설문 조사는 어떻게 설계했나. 4000명이 넘게 참여한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팀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10번도 넘게 설문 문항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설문 조사 문항을 고민할 때 팀 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던 지점이 조금씩 달랐다. X세대인 팀장급은 ‘연구’라는 틀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 팀원들은 ‘응답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설문 양식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구글 대신 ‘타이폼(Typeform)’이라는 프로그램을 썼다. ‘로직 점프(logic jump)’가 가능해 응답에 따라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김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영상과 귀여운 짤방도 만들어 넣었다. 온라인 설문조사지만 대면 심층 인터뷰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설문 내용이 잘 통한 것 같다. 설문에 응답한 이들의 반응이 좋아 그 자체로 홍보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태그하며 ‘하면서 좋았는데 너도 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분들에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설문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답도 많이 받았다.”

타이폼(Typeform)으로 제작한 온라인 설문조사 첫 화면. 짤방과 사진 등을 첨부하고 응답에 따라 각기 다른 문항으로 넘어가는 '로직 점프' 기능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지만 대면 심층 인터뷰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진저티프로젝트
타이폼(Typeform)으로 제작한 온라인 설문조사 첫 화면. 김빛나 연구원은 “짤방과 사진 등을 첨부하고 응답에 따라 각기 다른 문항으로 넘어가는 ‘로직 점프’ 기능을 섬세하게 설계했다”며 “처음 시작하면 별명을 물어보고, 나이대를 체크하면 그 나이대 유명했던 연에인이나 고민 리스트를 보여주는 등 온라인 설문조사지만 대면 심층 인터뷰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했다. ⓒ진저티프로젝트

―설문 내용이 궁금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들로 구성했다.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또 실제로 관심을 행동으로 옮긴 적이 있는지, 그때의 동기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관심을 표현하는지 등을 물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등도 함께 물었다. 설문에 응답한 이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 자체로 홍보가 되면서 많은 이들이 참여했던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 ‘강점’ 발휘되도록

―세대의 차이를 안다고 해도 잘 지내는 건 또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밀레니얼 세대 활동가들과 이전 세대 활동가가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20여년간 갯벌 보호운동,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해왔던 활동가가 나왔다. 만남 이후 한 밀레니얼 세대 친구가 ’20년간 하나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 왔다는 게 나의 세대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 감동적인데, 지난 20년간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은 점은 충격’이라고 하더라. 오랜 열정과 새로운 방식이 만나면 그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밀레니얼 연구의 결론을 내린다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활용법을 새로 배우듯,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이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연하지 않은 조직에서 밀레니얼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밀레니얼에게 ‘안전한 실험실’을 용인하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며 ‘마음껏 실험해보도록’ 하는 게 위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어린 애들이랑 어떻게 하면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이번 연구가 ‘쟤네만 바뀌면 된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랫 세대와 윗 세대가 매일 서로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고, 이번 연구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진저티프로젝트에서는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일터, 여성문제, 정치 등 더욱 세부적인 주제들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밀레니얼M☞ 매거진 밀레니얼(Magazine Millennial)

밀레니얼 세대와 그들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해 동그라미재단이 후원하고 진저티프로젝트가 진행한 밀레니얼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보고서. 진저티프로젝트에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동그라미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에 참여한 총 676명의 밀레니얼의 목소리가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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