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천년의 色’ 지켜온 마을 기업, 새 활력 되찾은 비결

동그라미재단 로컬챌린지 프로젝트

‘염색장’ 윤병운 선생 타계 후
사업 전략 부족해 위기였지만
멘토링·문제 진단 받아 매출 상승

전남 나주시 명하쪽빛마을에 있는 사회적 기업 ㈜명하햇골의 최경자 대표 가족이 천연염색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
전남 나주시 명하쪽빛마을에 있는 사회적 기업 ㈜명하햇골의 최경자 대표 가족이 천연염색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

‘쪽빛’. ‘자연을 닮은 푸른빛’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한때 쪽 재배의 맥이 끊기면서 사라질 뻔했던 이 빛깔을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전남 나주시 명하쪽빛마을에 있는 사회적 기업 ‘㈜명하햇골’이 그 주인공이다. 명하햇골은 명하쪽빛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천연염색 사회적 기업으로 그 중심엔 7년 전 타계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고(故) 윤병운 선생이 있었다. 쪽 재배부터 염색, 발효까지 모든 작업을 손수 해내며 ‘천년의 색’을 지켜온 그의 전통과 정신은 마을을 지탱해온 힘이었다. 의류·액세서리·비누 상품은 소문을 탔고, 천연염색 교육·체험과 쪽빛마을축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명하햇골의 쪽빛 담은 천연염색 천 ©동그라미재단
명하햇골의 쪽빛 담은 천연염색 천 ©동그라미재단

그러나 그가 타계한 후 5대째 이어지던 명하햇골의 전통 염색 가업이 위기를 맞았다. 가족 기업에서 시작해 단기간에 마을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중·단기 세부 사업 전략과 목표, 실행 계획이 부족했던 것. 쪽 체험을 넘어 마을을 먹여 살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최경자 명하햇골 대표는 “전남·광주 지역의 인프라에서는 디자인, 스토리텔링, 브랜드 창출이 쉽지 않았다”면서 “명하햇골의 도약을 고민하다가 로컬챌린지 프로젝트를 알게 돼 문을 두드렸다”고 설명했다.

‘로컬챌린지 프로젝트(Local Challenge Project)’는 지원이 열악한 지역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동그라미재단이 2013년 시작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뿐 아니라 10개월 집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제 진단과 역량 개발을 위한 전문가 집중 교육, 일대일 멘토링과 컨설팅, 사업 실행 계획 수립과 투자 유치까지 지원하는 맞춤형 ‘원스톱(One stop)’ 서비스다.

2015년 로컬챌린지 프로젝트 3기에 선발된 명하햇골은 전문가 일대일 집중 멘토링을 지원받았다. 컨설팅 결과 쪽 제품이 고가인데 반해 이를 뒷받침하는 브랜드와 스토리 전달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체험 교육의 주요 고객도 염색 기술을 배우려는 농업기술센터 교육생이 대부분이라 대중을 기반으로 한 매출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판매 가격과 손익분기점을 파악해 매출 전략을 짜고, 고객 DB 확보를 통한 마케팅 방향성을 세웠다. 그렇게 ‘전통을 잇는 장인의 고급 쪽빛 스카프’를 콘셉트로 한 ‘윤담 K-Blue, Yoon’ 브랜드가 탄생했다. 윤담 브랜드 콘셉트를 담은 홈페이지와 브로슈어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매출도 상승하는 등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현재 명하햇골은 염색 체험 마을을 넘어 대표적인 농촌 체험 마을로 발돋움하기 위해 변신 중이다. 최 대표는 “기업의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됐다”며 “전통과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비단 명하햇골뿐만 아니다. 로컬챌린지 프로젝트 1기 참여 기업인 춘천의 ‘동네방네협동조합’은 사회적 기업으로는 흔치 않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원도심의 낡은 여인숙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인 동네방네협동조합은 주변 가게들과 제휴를 맺고 투숙객에게 소액의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로컬챌린지 프로젝트를 거쳐간 기업은 총 75곳. 지금까지 20명의 전문가가 투입돼 약 570회의 멘토링을 진행했다. 동그라미재단은 참여 기업들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스스로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크라우드펀딩 콘테스트’도 열고 있다. 현재까지 2억9000여만원의 투자 유치금이 기업들에 전달됐다.

성광제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은 “지난 4년간 진행된 로컬챌린지 프로젝트가 지역의 착한 기업 키우기에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며 “로컬챌린지 프로젝트 참여 기업이 단순히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며, 다른 지역에까지 우수한 사업 모델을 전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그라미재단은 올해 시행되는 로컬챌린지 프로젝트 5기의 참여 기업을 모집하기 위해 다음 달 6일부터 전국을 돌며 권역별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5기 모집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동그라미재단 홈페이지(www.thecircle.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5기 참여 기업은 지역기여도, 지속가능성과 창의성, 조직역량 등을 기준으로 1차 서류심사와 면담, 현장 실사 그리고 1코스 교육을 거쳐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이렇게 선정된 로컬챌린지프로젝트 5기 기업에게는 기업의 자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집중 프로그램이 1년간 지원된다. 이 기간동안 역량강화를 위한 특화된 전문가 집중 교육, 기업의 현재 상황에 맞는 사업실행 계획 수립과 실행을 위한 전문가 1:1 집중 멘토링, 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맞춤지원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지역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기업 네트워크인 로컬리더스클럽멤버가 되어 향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주체적인 리더로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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