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사진으로 공동체를 엮어내다, ‘반짝반짝 사진관’ 최영교 대표

최영교 ‘반짝반짝 사진관’ 대표 인터뷰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제공

잊혀질 수 있는 보육원 아이들의 추억이 사진으로 기록된다. ‘보육원 아동들에게 성장 앨범 선물하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최영교 대표를 통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은평구에서 ‘반짝반짝 사진관’을 운영중인 최영교 대표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1월 포털 사이트 다음 스토리 펀딩에서 소개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그가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보육원 아이들에게 사진 수첩을 만들어 줘야겠다며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지역 사람들이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좀더 지역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년간 동네 주민센터, 교육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강좌를 열었는데, 제가 백 번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해 보고 직접 느껴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더라고요. 관심있는 분들을 모아 보육원 아이들 성장앨범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36명이 카메라를 들고 모였다. 잘 찍는 이들도, 이제 막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기술이 필요한 이들에겐 사진이나 포토샵 교육, 앨범을 만드는 수업도 제공했다. 지금까지 68명의 아이들의 커 가는 찰나가 카메라에 담겼다. 활동가들은 ‘사진’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을 둘러보고, 아이들에게는 두고 간직할 추억거리를 남겨주는 셈.

“한번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그만둘 수가 없어요. 만나보면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인데, 여러 이유로 보육원에서 지낸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더 예쁜 사진 찍어주고 싶어요. 이제는 서로 낯이 익어서 제가 사진을 찍으면 안기고 어깨에 올라와서 장난치고 그래요. 한 명 한 명이 다 자식같이 느껴지죠. 아이들이 최소한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까지는 사진을 찍어주려고요. 나중에라도 사진을 보면서 이 시간을 기억해줬으면 하고요.”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보육기관과의 논의나, 제정적인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보육 기관에서는 아이들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굉장히 민감해요. 시설 위치 등이 공개되면 지역 내 사람들의 선입견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 사진을 공개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제정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활동하시는 분들이 직접 5000원씩 앨범 제작비를 내서 운영해 왔는데, 아직 충분하지 않거든요. 다행히 내년도 앨범 제작과 활동비로 3000만원을 모금했고, 이후에는 재단이나 정부 등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반짝반짝 사진방에서 성장앨범 제작 교육을 받고 있는 활동가들. ⓒ최영교 대표
반짝반짝 사진방에서 성장앨범 제작 교육을 받고 있는 활동가들. ⓒ최영교 대표

최 대표는 앞으로 사진 봉사를 서울 시 전역으로 넓혀 갈 계획이다. 지역에 따라 지부를 만들고, 필요한 인원만큼 활동가를 모집하려 한다.

“서대문구∙은평구 내에 68명의 미취학 시설 아동이 있지만, 서울시 전역으로 보면 이런 아이들이 300명이예요. 아동 2명 당 1명의 활동가가 필요하니 앞으로150명의 활동가 분들이 필요하겠죠. 이를 위해 사단법인도 만들고 서포터즈도 운영할 계획이에요. 각 지부 단위에서 활동하면서 자기가 속한 지역을 더 둘러보고, 거리감도 좁혀가고요.”

은평 천사원 아동 ⓒ반짝반짝 사진관
은평 천사원 아이들 모습 ⓒ반짝반짝 사진관

그는 “시설 아이들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지역 내 ‘안전장치’를 만들어두는 게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현재 시설 청소년들은 꾀죄죄한 옷차림이나 거친 행실 때문에 지역사회 문제아로 인식되거나 낙인 찍힌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사진 봉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보살피고 만나다 보면 시설 아동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 생각해요. 주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도 더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고요.”

사실, 최 대표가 담는 사진은 아이들이 다가 아니다. 최 대표가 운영하는 ‘반짝반짝 사진관’의 소개는 ‘치유하는 사진관’. 그는 “마을의 소식통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사진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 달에 한번 생각할 거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눈이번쩍 영화방’을 열기도 하고, ‘마음을 찍는 사진교실’을 열기도 한다. 그는 지금까지 지역 구석구석, 쉽게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재개발 위기에 처한 시장 상인들, 은평구 내에 다문화 가족이나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의 모습도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최근에는 찾아가는 동사무소 사업도 계획 중이다. ‘찾아가는 동사무소’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 노인 분들을 매달 사진 활동가와 사회복지사가 찾아가 사진도 찍고 말벗도 되며 노인들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영정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장계시장 골목사진전 ⓒ최영교 대표
장계시장 골목사진전 ⓒ최영교 대표

그는 “사진은 남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는 소통의 창고”라고 했다. “저는 사진을 통해서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고 싶어요. 공동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돌봐야 하는 대상이에요. 시설 아동이나, 독거노인 분들을 찍을 때 무엇보다 제가 행복해요. 이들을 보살피고 관심을 갖는 게, 결국에는 제게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한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이 불행하면 그 불행의 폭이 나한테 오고, 저 사람이 행복하면 행복의 폭이 나한테 온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내가 잘하는 게 사진 찍는 일이라, 사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난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의 사진은 오늘도 지역 곳곳을 꿰어내며 공동체를 다지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윤병훈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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