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현장 판매 없는 유럽의 독특한 시장, ‘푸드 어셈블리’를 아시나요?

푸드 어셈블리(Food assembly)

 

매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9개 나라에서는뤼슈(ruche)’라는 이름의 1000여개의 작은 시장이 열리고 있다. 뤼슈는 작게는 20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방문하는 소규모 시장으로, 현장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로지푸드 어셈블리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주문(pre-order)을 한 소비자와 주문을 받은 생산자가 만날뿐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재고 관리를 할 수 있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장소도 지역마다 다르다. ‘지역 호스트가 가정집, 레스토랑, 카페, 커뮤니티 등의 장소를 섭외하고 이곳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프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지역 호스트는 8~10%의 수수료를,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푸드 어셈블리도 8~10%의 수수료를 받는다. 생산자는 80% 이상의 이윤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 기존 유통망을 이용하면 15~25%의 이윤을 남기는 것에 비해 3~4배 이상 높은 수익이다. 마크 다비드 슈콘(Marc David Choukroun·32) 푸드 어셈블리 CEO지역 호스트의 개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사회에서 이웃들을 만나고, 더 양질의 음식을 나누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지역 호스트로 활동하곤 합니다. 일주일에 5~10시간 정도 투자해 거래 금액의 8~10% 수준의 부가 수익을 얻게 되는 거죠.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전업으로 뛰려는 호스트들도 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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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어셈블리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푸드 스타트업이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푸드 어셈블리

누구나 지역 호스트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다. 음식에 대한 철학, 지역 호스트를 신청하게 된 동기 등 방대한 질문에 상세하게 답해야하고, 직원들과의 까다로운 인터뷰 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2~3개월 정도 1:1로 개인 트레이닝도 받고, ‘좋은 호스트가 되는 방법등 필수적인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에 지역 호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이렇게 활동하는 호스트는 유럽 전역에 1000명 정도. 전체 뤼슈의 90% 정도다. 올해로 창업 7년차에 접어든 푸드 어셈블리의 2016년 매출은 약 5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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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어셈블리를 통해 거래된 식재료. ⓒ푸드 어셈블리

푸드 어셈블리는 생산자나 소비자를 컨트롤하지 않는다. 그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지역 호스트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뿐이다. , 거래 원칙은 있다. 150마일(240) 이내의 로컬 푸드를 공급해야하고, 투명하게 생산 과정을 공개해야한다. 마크 데이비드 슈콘 CEO가 그리는지속가능한 먹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수십년간 상업화된 유통 방식에 익숙해져왔습니다. 싸고, 빠르면서 좋은 음식은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누가, 어디서 생산하는지, 그리고 환경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하는 유산입니다. 예전과 달리 IT기술로 대안적인 농식품 구매 방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생산과 유통 방식의 문제를 바꿔야한다는 점입니다.” 

마크 다비드 슈콘 푸드어셈블리 CEO와의 일문일답

 

푸드 어셈블리_마크 다비드 CEO
마크 다비드 슈콘(Marc David Choukroun) 푸드 어셈블리 CEO. ⓒ푸드 어셈블리

– 푸드 어셈블리는 2011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지역형 픽업 및 팝업 시장이다. 독특한 시장 모델을 생각해 낸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온라인 기술을 통해서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 로컬 푸드를 활성화하고자했다. 1명의 푸드 소셜벤처 기업가, 나를 포함해 2명의 개발자가 의기투합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일에 종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농부들은 유통 방식에서 어려움을 토로했고, 소비자들은 로컬 푸드를 원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각개 전투식으로 직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쉽게 연결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당시에 ‘프랑스 농민들이 인터넷을 얼마나 자유롭게 쓰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인터넷 사용이 갈수록 보편화됐다. 처음엔 직관을 믿고 창의성을 발휘해 시작한 사업인데, 갈수록 시대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

– 현재 푸드 어셈블리 조직 구성은 어떤가. 개발자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유럽 9개 국가에서 푸드 어셈블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총 직원은 130명 정도다. 이중 40명이 웹개발자, 엔지니어 등 ‘테크놀로지 파트’에 종사하고 있다. 나머지는 지역 호스트나 생산자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파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네트워크 파트에만 15개팀이 있는데, 팀별로 3~6명의 팀원이 일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만 보면 5개팀이 이에 해당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외에 경영지원팀이 있다.”

– 푸드 어셈블리의 핵심은 ‘로컬 호스트(local host)’인 것 같다. 이들은 전업으로 일하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파트 타임이었다. 처음엔 지역 사회에서 이웃을 만나고, 양질의 음식을 나누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가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짰다. 일주일에 5~10시간 정도 투자해, 거래 금액의 8~10%의 이윤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러면서 전업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나의 어셈블리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운영하는 로컬 호스트들도 있다. 현재 로컬 호스트는 뤼슈의 90% 정도인, 1000명 정도 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1:1로 교육도 제공하고, 그룹 트레이닝도 제공해준다.”

– 교육비는 무료인가?

“그렇다. 누구나 로컬 호스트가 되고 싶다면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검증 절차는 있다. 그리고 2~3개월 정도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만 로컬 호스트로 활동할 수 있다.”

– 로컬 호스트가 직접 뤼슈 장소를 섭외하는 것인가?

“로컬 호스트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장소를 섭외한다. 카페를 빌릴수도 있고, 커뮤니티 센터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임대료 정산도 로컬 호스트의 몫이다. 나라마다 로컬 호스트에 대한 관리도 다르다. 수익이 발생하다보니, 법적으로 ‘유통업자’임을 신고해야하는 곳도 있다. 영국은 개인 사업자 형태로 트레이더임을 신고해야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일정 금액 이하의 소득이라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푸드 어셈블리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나라별로 세금 절차는 자동으로 정산된다.”              

– 소비자들이 푸드 어셈블리 플랫폼에서 ‘선주문(pre-order)’을 한 후, 식재료를 픽업하는 것이 독특하다. 만약, 현장에서는 전혀 식재료나 음식을 구매할 수 없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생산자 입장에서 선주문에 대한 명확한 베네핏이 있기 때문이다. 재고를 줄일 수 있고, 보관이나 수송 비용이 절감된다. 온라인으로 사전 주문한 뒤 장터를 열면, 공간을 섭외하고 허가받는 절차가 쉽다. 그런데 만약, 현장에서 거래가 일어난다면 법적으로 장소를 허가받아야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 전통적인 시장 개념과 전혀 다르다.

– 생산자가 이윤의 80%를 가져간다면, 기존 유통망에서의 반발은 없나?

“당연히 기존 시스템에서 비난과 반발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생산자들이 자기가 스스로 생산한 물건에 대해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모델에서는 생산자들이 유통업체에 맡기기만 하면, 조금 적은 이윤이라도 편하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푸드 어셈블리는 다르다. 생산자들이 온라인을 이용해서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고, 직접 식재료를 뤼슈에 가지고 나가야 한다. 생산자들 차원에서 추가적인 노동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종의 공임비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 한국에서도 모바일 어플로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맛집들의 음식을 배달하는 등 등 푸드 테크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편한 식재료 구매 방식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 정도이다. 푸드어셈블리는 결이 다른 푸드 테크 스타트업으로 보인다. 왜 이런 방식을 고집하나?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편리하게 식재료를 구매하는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 세대를 생각할 때 대안적인 농식품 구매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란 사실이다. 싸고, 빠르면서, 좋은 음식은 없다. 음식이 자신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우리는 ‘공동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소비자들이 생산자로부터 직접 양질의 농식품을 구매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마련된다. 여기다 좋은 IT기술을 덧붙인다면, 기존의 생산과 유통 방식의 변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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