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심리정서지원사업 콘퍼런스
지난달 24일 ‘굿네이버스 심리정서지원사업 콘퍼런스’에 참석한 패널들이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전국 초·중·고 학생 중 6만여명이 심리 지원이 필요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고위험군 아동을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 보편적·예방적 의미의 정신 건강 증진이 필요한 이유다.”(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61.5점으로, OECD 가입국 37국 중 34위다.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아동 학대·방임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1715건을 기록했다.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 충동’까지 경험하고 있다(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심리정서 지원 체계는 어떤 개선점을 갖고 있을까. 지난 11월 24일, 서울 신길동 굿네이버스회관 강당에서 ‘굿네이버스 심리정서지원사업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교육청 공무원, 교사, 지역아동센터장, 기업 임직원, 심리정서 전문가 등 관계자 170여명이 참석했다.
◇가정 감싸는 통합 체계 구축, 숨어있는 저위험군 아동에게 적극 손 뻗어야
기조 발표를 맡은 이봉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드림스타트(취약계층 가정의 0~12세 아동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통합사례관리서비스)’ ‘위센터(학생 대상 상담센터)’ 등 아동·청소년을 위한 심리지원 전달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조기 개입이 필요한 저위험군 발굴, 가정 통합 지원, 예방 사업 등 공백으로 남겨진 분야의 강화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랩 어라운드(Wrap around)’형 심리 지원 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랩 어라운드란 공공기관(행정)을 통한 사회복지 서비스, 교육기관의 지속적인 정보 공유, 자원봉사자를 통한 사례 관리 등이 결합돼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꽁꽁 둘러싸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역사회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사각지대로 남지 않으려면 네트워크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숨어있는 대상자들을 발굴하는 ‘아웃리치(out reach·사회복지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찾아나서는 활동)’가 가능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복지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노남훈 성남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 전문요원은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대부분 만성 중증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초기 개입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아동 정신 건강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좋은마음센터가 ‘찾아가는 심리 치료’ 등으로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사례 발굴에 나서고 있는데, 이 같은 지원 체계가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가족 구성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소아·청소년의 (정신병) 발병률을 10~15%로 잡고 있습니다. 빠른 개입이 이뤄지지 못하면 만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소득이 낮으면 치료는 고사하고 발견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죠.”
◇민관 손잡고 사업 구조화, 인력 지원 확대해야
조연희 대전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는 “교육청은 직접 수행기관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합적 접근이 가능한 NGO와 교육기관(학교)의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NGO와 교육기관이 함께하는 아동 심리 지원 프로그램의 효과성이 입증된 만큼,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선희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는 심리 지원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복지사·치료사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장 인력의 ‘열정’에 의지해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사·치료사의 업무량이나 소진에 대응하지 못하면 서비스의 질은 물론 확대도 어렵다”고 말했다.
양진옥 굿네이버스 회장은 “지난 5년간 굿네이버스는 좋은마음센터 운영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정신이 건강하려면, 가정과 공공기관·지역사회·전문가·민간자본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확인했다”면서 “센터는 아동·청소년의 심리 정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달 체계 마련에 이바지하며, 앞으로도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