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내외 공익 분야 10대 뉴스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전통적인 사회공헌은 위축된 한 해였다. 임팩트 투자, 비영리 혁신 프로젝트, IT와 SNS가 결합된 모금 등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두드러지는 한 해이기도 했다. 2016년 국내외 공익분야 10대 뉴스를 짚었다.
1 부서 없애고, 예산 줄이고… 얼어붙은 사회공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기업 사회공헌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모였다. 사회공헌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거나, 사회공헌 조직을 전격 축소한 기업들도 있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컸다. 지난 3월 더나은미래에서 매출액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2016 사회공헌’ 결과에 의하면 “창조경제 등 준조세 격 기부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사회공헌 예산이 현격히 줄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하반기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사태’로 인해 기업들이 공익단체와의 파트너십을 꺼리고, 기부금 집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 나눔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2 기부에 혁신 덧입혀, SNS·크라우드 펀딩 두드러져
페이스북 모금도 강세를 보였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연을 한 번 공유할 때마다 기부금 1000원씩을 적립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플랫폼 ‘쉐어앤케어(Share&Care)’는 올해 30만 이용자를 돌파했다. 특히 연말을 맞아 진행된 12월 모금 캠페인의 경우 10일 만에 1억원을 모금할 정도로, SNS 공유형 기부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열었다. 다음 스토리펀딩, 와디즈 투자형 편딩, 해피빈의 공감펀딩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도 활발히 이뤄졌다.
3 비영리단체 지원 판도 바꾼 ‘구글 임팩트챌린지’
‘구글임팩트챌린지’가 장안의 화제가 됐다. 비영리단체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 중 대중의 결승 투표로 선발된 10곳에 총 35억원(4개 단체에 각각 5억, 6개 단체에 각각 2억5000만원을 지원)의 지원금과 1년 이상의 멘토링을 지원했다. 이에 질세라 삼성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비영리단체의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100억원짜리 공모 사업 ‘나눔과 꿈’을 시작했고,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글임팩트챌린지와 같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4 기업 오너 사재출연 재단 대거 등장
중견 기업 오너들의 사재를 출연한 ‘재단’이 대거 등장한 한 해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세운 ‘서경배과학재단’, 김준일 락앤락 회장의 ‘아시아발전재단’,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여시재’ 등이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Think Tank)’, ‘기초과학 연구’, ‘아시아 인재 육성’ 등 설립 목적과 방향이 명확한 것도 특징이다. 지난 10월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회장 역시 300억원을 출연해 청년 창업에 투자하는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5 사회적 경제, 정치권 어젠다로 급부상
2016년은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의 주체로 떠오르는 한 해였다. 19대 국회 때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은 20대 총선 당시 정당들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지난 8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등 27명이, 10월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15명이 각각 사경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대대적 개혁 입법 과제로 사경법을 꼽으며, 2017년 4월까지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가 하반기부터 ‘사회적 경제 교과서’를 서울 초·중·고 교과목으로 도입한 데 이어 전주시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사회적 경제와 공유 경제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6 ‘임팩트 투자’, 생태계 꿈틀
2016년 국내 임팩트 투자 자산 규모가 500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시의 사회투자 기금을 운용하는 ‘한국사회투자’의 임팩트 투자 예산이 전체의 80% 상당으로, 여전히 공공 위주의 융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사회투자를 제외한 개별 민간투자 자산의 평균은 약 22억원으로, 기관당 평균 투자 규모가 831억원인 미국 시장의 2.5% 수준에 그쳤다. 한편, 민간 임팩트 투자 기관 중 한 곳인 소풍(sopoong)은 올해부터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12주간의 엑셀러레이팅과 투자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지난 11월에는 D3쥬빌리에서 국내외 임팩트 투자자와 기업가 100여명이 모인 ‘D3임팩트 나이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7 CSR의 3가지 키워드, ‘안전·SDGs·기후변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제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대폭 증가했다. 지난 9월엔 아모레퍼시픽에서 출시한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돼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화장품의 위험성분을 분석·공개한 앱 ‘화해’는 사용자 수 330만명을 돌파했다. ‘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을 통해 기업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들은 SDGs와 연계한 CSR 전략을 내놨고, 애플·코카콜라 등 전 세계 81개 기업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발표했다. 국내에선 KT와 LG전자가 지속가능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사회공헌 및 CSR 체계를 재정립해 눈길을 끌었고, 배출가스 과징금 부과율과 상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폭스바겐 재발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가결)했다.
8 아시아 국가 내 CSR 법제화 가속화
유럽에 부는 CSR 법제화 트렌드에 따라 아시아 국가 내에서도 ESG(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를 공개하고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는 곳이 늘고 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2016년 6월 ‘지속가능을 위한 규정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상장기업에 대한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했다. 상장기업은 회계연도 기준 2017년 말까지 첫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홍콩과 대만 증권거래소에서는 이미 ESG 정보나 CSR 보고서를 공시할 것을 의무화한 상태다.
9 中 ‘자선법’ 발효, 기부문화 활성화되나
중국 정부가 ‘기부를 장려하겠다’며 나섰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자선법(Charity Law)’을 제정했고 지난 9월 1일 자로 발효된 것. 법의 골자는 ▲민간자선단체의 모금과 운영 제약을 완화하는 대신, 감독은 강화해 사기·횡령을 막고 ▲부호와 기업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 혜택을 신설한 것이다. 그간 중국의 기부문화는 세계 최하위였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에는 145개국 중 144위, 2016년에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10 美 대선, 비영리 ‘비자금 창구’로 타격
대선 과정에서 재단이 ‘비자금 창구’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미국 비영리 전반이 치명타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직 당시 외국 기업이나 정부 단체로부터 거액의 대가성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샀다. 트럼프 역시 ‘도널드트럼프재단’의 기금을 사적 용도로 유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재단 자금 중 최소 25만8000달러(3억840만원)가 사적 소송 비용을 충당하는 데 유용됐으며 지난 15년간 공식석상에서 약속한 전체 기부금 액수 850달러 중 실제 지급한 돈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정유진·김경하·주선영·권보람·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