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을까.’
사회적기업가들은 늘 이런 고민을 한다. 업력(業歷)이 10년 남짓 되는 1세대 사회적기업들엔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 또한 큰 과제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지원하는 돌봄 사회적기업 ‘동부케어’, 친환경 패션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어둠속에서의 100분간 체험 전시를 기획·운영하는 ‘엔비전스’. 3개 기업은 2016년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이하 SPC) 프로젝트에서 ‘혁신추구상’을 받으면서, 지난달 각각 독일, 스코틀랜드, 인도와 파리 등 해외 혁신 현장 탐방 기회를 얻었다.
“우리나라 요양원은 6인실 아니면 1인실이거든요. 어르신 부부 중 한 분이 건강이 나빠져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한 분은 홀로 떨어져 있어야 해요. 이렇다 보니 홀로 지내며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고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항상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독일에는 노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요양원이 있더라고요.”(김경곤 동부케어 이사)
2015년 개원한 독일 레겐스부르크시의 돌봄 시설인 ‘부르게르하임 쿰프물(BURGERHEIM KUMPFMUHL)’ 요양원. 공동 거실을 중심으로 별도의 부부 생활방이나 개인 방을 배치하는 등 사생활 보호를 위한 공간 조성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김 이사는 “휠체어를 타는 노인들을 배려해 화단도 휠체어 높이에 맞추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있었다”면서 “한국에도 독일 사례를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친환경 패션 사회적기업을 탐방하고 온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는 “메이커 운동에 대한 트렌드를 확인하고 왔다”고 강조했다. 30~40년 전만 해도 문을 닫았던 스코틀랜드의 봉제 공장들. 2016년에는 5명 내외의 소규모 공장들이 다시 엔진을 가동하고 있었다. “특히 젊은층이 공장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콜센터보다 이런 소규모 생산지가 돈도 더 많이 벌고,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 수도 있어서 ‘가치 있다’고 했습니다. 다소 비싸도 친환경 옷을 우선 구매해주는 제도도 있고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지금, 김방호 대표는 친환경 메이커 운동을 펼치면서 ‘사회문제 해결형 일자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다.
송영희 엔비전스 대표는 인도, 프랑스 등 해외 ‘어둠속의대화’ 기획자들을 만났다. 엔비전스는 서울 북촌에 200평이 넘는 대규모 상설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도 아마다바드 전시장은 20평 내외로 개별 프로그램 중심이었다. 송 대표는 “인도에서는 이동식 체험 부스를 만들어 기업 및 단체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확산과 복제 가능성이 큰 프로그램 개발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전시 비즈니스의 약점을 보완할 방법이기도 했다. 송 대표는 “내년부터는 지자체나 교육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제2의 어둠속의 대화 미니 전시장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장기 전략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