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364명이 만든 2017년의 특별한 달력

최성문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2017년 달력을 만들기 위해 364명을 만난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거든요.” 최성문(44) 작가가 364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난 이유다. 2017년의 하루, 하루를 364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손글씨’로 채워나갔다.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이주민들, 노숙자들, 탈북자들, 유명인들도 만났다. 최씨는 오롯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네팔, 일본,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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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쓰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최성문 작가. ⓒ채주희

먼저 각 달마다 대상 그룹을 정하고, 그 사람들을 만나 직접 숫자를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가장 큰 날, 생일, 기념일, 심지어 우연으로 날짜를 선택하기도 했다. “숫자 하나하나에 그 사람이 드러나요.” 최 작가는 각각의 숫자에 그 사람만의 이야기와 스타일이 온전히 담긴다고 했다. 달력을 한장 한장 넘기자, 최 작가의 말대로 숫자에서 개성이 느껴졌다.  6월을 탈북자의 달로 정하고, 30명의 탈북자를 만나 직접 원하는 숫자를 쓰게 했다. 6월 달력을 넘기자, 11일과 25일이 눈에 확 띄었다.  “11일에서의 왼쪽 1은 북한을 의미하고, 오른쪽 1은 남한을 의미해요. (그림 그린 분이) 북한과 남한이 같이 가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해요. 이런 글자들, 그리고 숫자들을 보면 저마다의 컨셉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10월은 ‘SNS 친구들의 달’. 이 프로젝트를 위해 최 작가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유명인으로는 아나운서 김용신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왜 365일이 아닌 364일일까. 최 작가는 365일 중 하루, 10월 31일을 비워 놓았다. “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의미가 큰 것 같아요.” 1명의 빈자리를 또 다른 누군가가 ‘참여’하며 채워간다는 의미로 기획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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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장미여관은 하루를쓰다 프로젝트에 참여해 12월 19일을 개성있게 표현했다. ⓒ최성문 작가

◇ 개성 넘치는 ‘참여 예술’, ‘하루를 쓰다’

최 작가는 국내에서는 자동차 없이 대중 교통으로만 이동하며 ‘하루를 쓰다’를 채워나갔다. 경기도나 조금 더 먼 지역은 길게는 5시간까지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녀가 이렇게 발품 파는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수익금은 도시 빈민들과 다문화 여성을 위해 사용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364명의 사람들도 저절로 기부와 나눔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죠.”  ‘하루를 쓰다’ 에는 여러가지 뜻이 담겨있다. 첫번째로는, ‘시간을 쓰다’의 의미다. 시간(날짜)을 직접 쓰면서 사람들과 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두번째 뜻은 ‘하루를 산다’는 의미, 세번째 뜻은 ‘하루를 나눈다’의 의미다. “일종의 과정 예술이에요.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참여 예술이자 , 과정 예술, 나눔의 예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장 기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하루를 기부했다는 것. 최 작가는 웃으며 6월의 어느 날,  밴드 장미여관을 만났던 경험을 기억해냈다. “날씨가 무더웠는데도, 긴 팔을 입고 있었거든요. 땀을 뻘뻘 흘리셨는데도, 가치를 잘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즐거이 참여해주셨어요.” 유명인 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났던 최 작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숙인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도움을 받아야할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돕더라구요.”

사실 최 작가의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금 1580만원을 모아, 노숙인 무료 급식소 ‘바하밥집’에 기부했다. 이 수익금으로 2015년, 서울 보문동에 만두가게인 ‘만두동네’가 만들어졌다. 최씨는 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준 디딤돌 같은 존재였다. “2014년의 반 이 상을 여러 노숙인을 만나면서 보냈어요. 노숙인 급식소 배식 봉사를 하면서요. 단순히 밥만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겁니다.” 2015년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에는 악동뮤지션, 가수 아이비, 가수 겸 배우 양동근, 배우 이선균씨 등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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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쓰다 프로젝트의 1월 다이어리 디자인 ⓒ최성문 작가

◇ 최성문 작가의 ‘아트랩꿈공작소’

최 작가는 전직 라디오 방송 작가이자, 현직 아티스트다. 2014년부터는 일종의 예술 실험실이자,  ‘아트랩꿈공작소’를 만들었다.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개념이 아니다. ‘하루를 쓰다’에서의 개개인의 글씨체처럼 다양한 예술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안해낸 것. 최 작가에게 ‘아트랩꿈공작소’는 어떤 의미일까. “여러 장르를 융합해, 사람들의 다양한 꿈을 응원하고 함께 그 길을 걷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한마디로, 다양한 형태로 예술을 이야기하고 같이 꿈을 나누는 곳이죠.” 아트랩꿈공작소에는 여행할 때 만났던 안내인, 통역사들, 사진 작가들, 영상 및 음악제작자들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한다. 이들은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아트랩꿈공장소의 대표 프로젝트가 바로 ‘하루를 쓰다’ 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SNS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하루를 쓰다’ 라는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최씨는 2016년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들을 이어 나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자리이다. 연말부터는 성북예술창작터에서 ‘하루를 쓰다’ 전시회도 열린다. 월별로 의미있는 그림들을 정리하고, 참여한 사람들을 영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책으로도 소통할 예정이라고. 최 작가의 ‘하루를 쓰다’ 전시회는 2016년 12월 16일부터 2017년 1월 26일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만날 수 있다.

◎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2618
◎ ‘하루를 쓰다’ 전시회 : 성북예술창작터, 2016년 12월 16일부터 2017년 1월 22일까지. 관람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무, 10:00 AM~ 6:00 PM, 02-2038-9989)

채주희 더나은미래 청년 기자(청세담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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