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학생들에게 매번 ‘새로운 수업’ 선물하는 청년들…교육 협동조합 ‘인어스’

“지금까지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한 교육 프로그램만 50개, 엎어진 것까지 합하면 백개가 넘어요. 힘들어도 어쩔 수 없죠. 애초에 교육이란 게 사람마다 똑같은 걸 가르쳐 줄 수 없는 거잖아요(웃음).”

지난 9일 인천대에서 만난 청소년 교육 협동조합 ‘인어스’의 강진명(25) 대표는 이달 말 인천 상일여중에서 진행하는 1박 2일 리더십 캠프 프로그램을 학년별로 달리 기획, 진행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회의를 이어갔다. 일년간 인천 지역을 포함해 전국 10여개 학교의 초·중·고생들을 만나 리더십, 진로, 사회적경제 등을 가르쳐온 ‘인어스’는 교육 주제뿐 아니라 학생들의 연령과 상황 등을 고려해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 만들고 실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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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협동조합 ‘인어스’를 이끄는 강진명 대표(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청년 조합원들. ⓒ권현정작가

아이디어의 원천은 강 대표를 포함 총 9명의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배경과 관심 분야를 가진 덕분이다. 인어스의 대표 프로그램인 ‘사회적경제 창업캠프’는 최광헌(24·인천대 경제학과 3년)씨가 전공 수업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해 배우고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작점이 됐다. 최씨는 “강사 혼자 내용을 전달하는 대신, 학생들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자금을 모으는 등 창업 과정을 놀이로 경험하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추구하는 가치와 지원 내용이 각기 다른 여러 가상의 재단들을 만들어 학생들 스스로 사업 내용을 설득하고 재원을 확보하게끔 해요. 부족분은 참가자 전체를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받을 수도 있죠. 마지막 날엔 청년 창업가들을 초청, 학생들이 직접 사업에 대해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게 합니다.” 그는 “최종 모델까지 조합원들에게 스무 번도 넘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느라 혼났다”고 고개를 절래 흔들면서도 “함께 해준 덕분에 완성도를 높이고 좋은 성과들도 거뒀다”고 웃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어스는 올해 ‘대한민국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인천 내 9개 학교가 참가한 연합 캠프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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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여중, 상일중 등 인천 9개 학교가 참여해 사회적경제 창업캠프를 진행했을 당시 단체 사진./인어스 제공

이뿐 아니다. 평소 게임과 만화에 관심이 많던 강소명(26)씨는 ‘아이들이 협동의 가치를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4인 1조로 몰락한 성을 재건하는 스토리의 보드게임을 교구(敎具)로 직접 개발했다.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에서 리더로서 배울점 등을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공감웹툰’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어스 조합원이자 인천대 봉사동아리 회장도 맡고 있는 정한범(24·인천대 경영학부 2년)씨는 “단순 교육 봉사와 달리 인어스에서는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니,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도 남다르게 커지더라“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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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윤중초에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를 이용해 리더십 교육하는 모습./인어스 제공

인어스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의 학교들에서 수업 진행을 요청, 일년 새 인어스 매출은 8배가량 뛰었다. 최근 인근 복지관에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사회적경제 등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며 인어스 사무실을 직접 견학오기도 했다. 새로운 교육 환경을 꿈꾸며 인어스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임하경(25)씨도 그 중 한 명. 임씨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가치대로 살아갈 수 있게 영향력을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에서 교육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교직이수까지 했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여러 교육 관련 회사들도 알아봤는데 모두 이윤만 추구하거나 기존 틀을 바꾸려 하지 않더라고요. 반면 인어스에선 마음껏 새로운 교육 토대를 만들어가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어서 합류했죠(웃음).” 최근엔 오랫동안 교육 관련 사업을 해온 김은영씨도 인어스의 뜻에 동감해 전업(轉業)을 결정하고 인어스 활동에 ‘올인’ 중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있기까지 강 대표는 4년 간 실패를 거듭했다고 떠올렸다. “한 때 방과 후 수업 강사를 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강사 중 청년들이 부족하다는 틈새시장이 보여 여러 대학교 예술·체육학과생들을 모집, 방과 후 강사로 연결해주는 사업을 처음 시작했죠. 그런데 당시 동업 형태로 한 사회적기업이 학교 섭외를 맡았는데, 사업에 대해 너무 몰랐던 탓에 구두계약을 맺는가 하면 대학생 강사들의 이윤을 갈취당하기도 하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죠. 어떤 강사는 학교 수업을 앞두고 잠적해 방방곳곳 찾아다니기도 했고요.”

‘사업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그에게 교육 사업에 대한 열의를 되찾게 해준 건, 한 청소년 진로캠프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그는 “한 중학생이 자신은 자동차 수리가 너무 좋고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회사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해 ‘이 꿈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서럽게 울더라”고 회상했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해도 괜찮다. 그게 맞다’는 걸 알려주고 다양한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더라고요. 그 때부터 현재 인어스 사업 모델을 하나 둘 생각해 이뤄갔죠. “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한 것도 이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란다. 강 대표는 “사업을 하고 이윤이 나다보니 내 몫이나 자리에 연연하게 되더라”고 털어났다. 이어 “그러면 인어스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 조합원이 함께 의사결정하고 성과를 투명하게 나누는 협동조합 형태를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창립 1년 새 인어스는 신협사회공헌재단이 후원하고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6 청년협동조합 공모전’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멘토로 참여했던 신협과 내년 청소년 금융교육 등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올해 공모전 수상팀들을 모아 내년 같은 행사 참가자들에게 참여 과정의 에피소드나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토크쇼도 추진해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도 밝혔다. 그는 끝으로 “‘교육’은 느리지만 가장 확실하게 세상을 바꾸는 길임을 굳게 믿는다고” 했다.

“제대로 된 한사람만 길러도 좋은 회사와 제품, 따뜻한 사회가 될 겁니다. 그 날까지 인어스는 계속 현장에서 뛰겠습니다.”

※ ‘인어스’ 관련 문의 : inus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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