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바꾸는 청년 단체 3곳, 색다른 시도 현장
36.9%. 2014년 한 해 동안 주민등록을 이전한 충청남도 청년들의 숫자다. 충북 지역의 청년 인구는2000년 64만1000명에서 2015년 51만5000명으로 약 20% 감소했다(2015 충북도여성발전센터).전 인구의 절반, 100대 기업의 84%가 ‘서울 공화국’을 이룬 나라. 한국의 쏠림 사회를 해결하려 나선 충청 청년들의 색다른 시도를 소개한다
◇ 새로운 놀이 문화로 지역 격차 해소···사회적기업 ‘자이엔트’
올해는 新디스코 문화로 천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천안의 상징이었던 디스코 문화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해, 천안 레트로 스트릿댄스 배틀대회 ‘소울트레인’을 개최했다. 디스코의 향수를 가진 지역 어르신부터 청년들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성과도 크다. 자이엔트는 문화 기획을 하는 청년 14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누적 수익 10억원의 70~80%는 지역 소상공인과 청년문화 예술인들에게 재분배된다.지역의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를 고민하면서 번 돈이 다시 지역사회로 배분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대기업, 공기업을 가야 삶이 행복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지역에 많습니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신적인 청년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박수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사탕이 있어야 개미가 꼬이죠. 제천은 사탕이 없어요. ”
제천의 청년단체 ‘바싹’의 정보경 대표(30)는 제천을 ‘심심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20살이 되면 다른 지역을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는 “지역적, 문화적 박탈감이 심하다”면서 “제천은 청년이 떠나는 도시”란 말도 덧붙였다. 바싹이 발표한 청년 인구 변화 추이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년) 제천의 만 20세 이상 39세 이하 인구는 무려 3569명이 감소했다. “청년들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고 싶었어요. 제천 토박이 인맥을 활용해 1년간 제천 청년들을 계속 만났습니다.”
뜻을 함께한 청년 40여명이 모였다. 2013년 ‘바른 청년을 싹틔운다’는 뜻의 단체 바싹을 설립한 정 대표는 청년 문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반값 결혼식’. 재능기부를 원하는 지역 웨딩업체, 사진 및 메이크업 전문가들을 섭외해 특별한 결혼식을 열어주는 프로젝트다. 재능기부를 통해 결혼식 비용을 400만~500만원으로 최소화했다. 지금까지 청년 및 노부부 등 총 3커플의 결혼식을 주최, 남은 수익금으로 정 대표는 제천 시니어클럽 노인 복지관과 연계해 70대 어르신의 금혼식을 올렸다.
“오랜 기간 암 투병을 해온 할머니께 금혼식을 선물하고 싶다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결혼식 때도 부축을 받아야했어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웨딩촬영을 하고, 식장에 들어서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안타깝게도 결혼식 후 1년만에 돌아가셨어요. 그래도 좋은 추억을 작게나마 만들어드린 것 같아 가슴에 오래 남습니다.”
그 외에도 ‘청년정책아카데미(청년비행기)’, 일일스탠딩 클럽파티(싹이 다른 잘 노는 친구들)’ 등 제천의 새로운 청년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지난 12월엔 바싹 멤버 4명과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사회적기업 ‘세마디’도 설립했다. 바싹의 프로젝트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6월 정 대표는 충청북도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난 후에 해결하려면 힘들어요.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야해요. 다른 곳에서 해결하기 보단, 우리가 살아온 지역사회 안에서 해결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청년 세대도 언젠간 늙어요. 청년 세대가 지역의 다른 세대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요(웃음).”
◇청년을 위한 보고서 발간, 공유 문화까지 바꾸는 ‘청년고리’
대전엔 청년들의 삶과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있다. 대전 청년혁신플랫폼 ‘청년 고리’가 발간하는 ‘대전 청년보고서’ 이야기다. 이는 노동, 취업, 소득 등 지역 청년들과 관련된 이슈를 조사해 통계를 낸 뒤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만든 보고서다. 실제 대전 청년 1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도 담겨있다. 2014년 발간된 제 1회 대전청년보고서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 민간단체 중 최초로 발간돼, 지역 사회에 화제가 됐다.
“지역 청년들에게 특화된 정보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감정적인 호소가 아닌, 구체적인 수치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태호(28) 대전 청년고리 대표가 청년보고서 발간 계기를 설명했다. 2014년 첫번째 대전 청년보고서가 발간된 후, 청년고리는 정책 수립을 위해 대구 유성구와 함께 2주마다 워킹그룹을 진행했다. 2015년엔 대전 청년 1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2회 대전청년보고서를 발간했다. 청년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 이를 벌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계산한 ‘재정 시계’ 개념을 도입해 수치를 객관화한 점도 눈에 띈다. 대전청년보고서는 지난 4월 유성구의 청년 기본조례에 청년층 고용률 정체 방지를 위한 청년지원사업(2018년까지 62억원 지원)을 추가하는 성과를 낳았다.
이뿐만 아니다. 청년고리는 공동사무실인 코워킹스페이스(벌집), 공동주택인 쉐어하우스(꿈꿀통) 등을 통해 청년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청년을 위한 정보 공유 SNS 서비스인 ‘대전시 청년고리’도 운영하고 있다. 예비 셰프에게 일일음식점 공간을 제공하는 ‘공유 주방, 비밀’, 커뮤니티 북스토어 ‘유어왓츄리드’운영 등 청년의 새로운 문화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년의 이슈는 문제 당사자인 청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고리와 같은 플랫폼이 청년을 모으고, 청년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슬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