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기업 자원봉사 심층분석임직원의 자발적 참여, 그 안에 답이 있다

기업 임직원 자원봉사 분석下···DB 분석, 심층 인터뷰 

10년간 기업 사회공헌활동 중 자원봉사 비중 꾸준히 증가
교통비 지원·봉사 시 근무 인정… 우수 자원봉사자 포상도 눈길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등 참여·만족도 높이는 기획 필요

“아이디어가 없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대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내년도 사업계획안을 완성해야 하는 시즌이기 때문. 특히 지금 같은 장기 불황엔 숙제가 더 어려워진다.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는 높여야 하고,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사회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임직원 봉사와 기부 참여율이 높을수록 사회공헌 비용은 줄고 효과성은 커진다”며 “최근 임직원 자원봉사가 결합된 사회공헌활동이 증가하는 이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기업 사회공헌활동 중 자원봉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6년 64.4%에서 2014년 79.5%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기업 임직원 자원봉사의 양적·질적 성장 수준은 어떨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산업군별 상위 10대 기업(2015년 매출액 기준 300위 이내) 110곳의 자원봉사 프로그램 DB를 구축(지속 가능 보고서, 홈페이지, 기사 등 공개된 데이터 기준, 한 기업당 대표 프로그램 최대 3개까지 분석)하고, 산업군별 상위 기업 13곳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트렌드를 분석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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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성·전문성 높이고 고객 참여시켜

핵심 키워드는 ‘자발성’으로 나타났다. 산업군별 1위 기업 9곳(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KT·SK이노베이션·현대건설·CJ제일제당·롯데쇼핑·현대중공업)에 프로그램의 주된 기획 방법을 묻자 5곳(55.6%)이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 및 동아리가 직접 기획한 후 자발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직원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었는데 강제 선발 없이 능동적·자발적 참여를 독려하자 오히려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 임직원 자원봉사 참여율은 2008년(49.3%)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락세(2014년 42.4%)를 보인 상황(2015 기빙코리아). 기업들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었다. 현대파워텍은 실별로 자체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KEB하나은행은 273명의 그룹 봉사 리더를 선발해 다문화·새터민·청소년 등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객 참여형 봉사도 인기다. 특히 식음료 기업들은 고객 봉사단 운영을 선호한다.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은 요리와 봉사에 관심 있는 만 20세 이상 여성 고객 지원자로 봉사단을 꾸려 매년 청정원 식자재로 요리 봉사를 진행한다. CJ제일제당 역시 올해부터 소외 계층에 전달할 식품 세트 포장 봉사자를 고객으로 확대했고, 롯데제과의 ‘스위트피플’ 봉사단은 매년 기수제로 소비자 봉사 단체를 선발해 농어촌에 지역아동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전문 재능과 기술을 나누는 ‘프로보노’도 늘고 있다. 삼성물산은 캐리비안베이 라이프가드 직원이 장애 아동을 수중 치료하는 전문 봉사단을 운영하고, 한국타이어의 설비·안전 전문 임직원들은 복지 시설 위험 요인을 발굴 및 개선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재능을 보유한 장애인이 좀 더 어려운 장애인을 돌보는 어깨동무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봉사단의 독특한 결합이 눈에 띄는 기업도 있었다. 코오롱은 2000년부터 임직원 아내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운영해왔고, LG유플러스는 30개 협력사가 연합해 2013년부터 꾸준히 자원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년 넘게 지속한 프로그램 많아…매력적인 대표 프로그램 필요

3년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사회공헌 활동과 달리 자원봉사에선 장수 프로그램이 많았다. 산업군별 상위 10대 기업 중 프로그램 시작 연도가 공개된 기업 78곳의 32.1%(25곳)가 10년 넘게 지속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었다. 1996년 결성된 현대미포조선 ‘초롱회’봉사단은 회원 수만 2000여 명에 이른다. 매월 장애인 정기 봉사, 청소년 장학 사업 등 울산 지역 대표 봉사단으로 유명하다. 고려아연은 2005년부터 재능 기부 봉사단을 꾸려 초등학생 대상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동기부여를 위한 자원봉사 지원 제도는 기본이다. 현대건설은 재료비·교통비 지원은 물론 자원봉사 시간을 수치화해 사회공헌 마일리지 제도를 별도로 운영한다. 매년 시무식 때마다 마일리지 점수가 높은 직원 3명(최우수 1명, 우수 2명)은 사장 표창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봉사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연간 봉사단에 기부금을 배분해 직접 운영하도록 한다. 독특한 시스템을 적용하는 기업도 눈에 띄었다. LS니꼬동제련은 봉사 현장에 고위 경영층을 참여시키는 ‘E-엔젤 제도’를 운영하고, 진급 대상자를 자원봉사 활동에 필수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기획 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기준은 ‘사회적 요구 및 지역사회의 필요성’ ‘업(業)과의 연계성’ ‘임직원 만족도’ 순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 담당자들은 “필요를 제대로 파악해야 지속 가능하다”면서 “임직원의 참여를 높이는 매력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자원봉사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활동을 주로 꼽았다. KT 관계자는 “패밀리봉사단의 경우 워낙 경쟁이 치열해 가족 수가 많은 사람을 우선하고, 경험 자는 제외하는 등 선발 기준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복지 분야 월등히 많아… 수요처 선정은 신중하게

국내 산업군별 상위 10대 기업(110곳·174개 프로그램)이 집중하는 자원봉사 영역은 사회복지(53.4%)로 나타났다.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교육 ▲문화예술 ▲사회복지 ▲여성 및 국가·지역별 불평등 해소(이하 불평등 해소) ▲의료·보건 ▲주거 안전 및 긴급 구호 ▲환경 등 7개 항목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교육(11.5%)이 뒤를 이었고 주거 안전 및 긴급 구호·불평등 해소 영역이 9.2%로 동 순위를 이뤘다. 환경(7.5%), 의료·보건(6.9%), 문화예술(2.3%)의 비율은 낮았다. 산업군별 특성도 눈에 띄었다. 포스코·현대제철·한국타이어 등 금속·섬유업 기업들은 산업 특성상 의료·보건 및 주거 안전 및 긴급 구호 자원봉사가 32%로 타 산업군보다 많았고,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기업들은 교육(30%) 프로그램 비율이 높았다.

자원봉사가 필요한 수요처 선정은 필요성, 지속 가능성, 지역 연계성에 따라 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수요처를 발굴할 때 자원봉사 이슈 및 동향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성, 참여자 및 수혜자 만족도에 따라 결정한다”고 했고, 이마트는 “전국 점포의 특징을 살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면서 지속 가능한 곳을 찾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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