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지속가능혁신 세미나
기업의 수명이 줄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 이들 기업이 70년간 존속할 확률은 18%에 불과하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소천홀에서 열린 ‘2016 지속가능혁신 세미나(제3회 서울대 글로벌 민관협력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향후 기업의 생존은 혁신에 가치를 더한 비즈니스 모델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시대, 새로운 기업이 온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딜로이트 지속가능전략센터·서울대 국제대학원이 주최·주관하고,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한국개발정책학회(KDPA)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혁신을 더하라…지구 문제 해결하는 비즈니스 전략
“소비자의 관심과 욕구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 제조·소비·폐기되는 전 과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미래엔 제품을 만드는 기업(사람)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것입니다.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잘하는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김종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제 강연에서 과거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소비를 하던 사람들이 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는 트렌드를 짚었다. 김 교수는 “값이 비싸도 화학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선호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인식의 변화는 규범을 바꾸고 기업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현진 LG전자 CSR팀 과장은 “LG전자의 제품 안전·공급망 관리 등 CSR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외부 요청이 2015년에만 260건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면서 “아동 인권 침해는 없는지, 노동자에게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는지, 공장을 직접 찾아와 점검하는 바이어도 많다”고 설명했다. CSR이 기업의 제품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LG전자는 올해 원자재 공급, 조달 물류, 유통, 제품 사용 및 폐기 등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SDGs 목표를 연결해 체계를 더했다.
KT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종일 KT 지속가능경영센터 팀장은 “조류독감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가축 운반 차량 5만여 대에 부착된 GPS데이터센서를 통해 조류독감의 감염 경로를 91%까지 맞혔고, 연간 18억달러(2조원가량)의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통신사 로밍 정보를 활용, KT 가입자들의 감염국 방문 정보 공유 시스템도 구축했다. 덕분에 WHO가 지정한 감염 국가에 방문한 국민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감염병 정보 및 신고 요령에 관한 문자 메시지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향후 KT는 한·중·일 인접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 800여 개 통신사와 협업해,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패널토론 시간엔 김용빈 개발마케팅연구소장, 이은경 UNGC 팀장, 조민연 딜로이트 지속가능전략센터 이사가 혁신을 담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용빈 개발마케팅연구소장은 “이제 SDGs 개념 자체 보다 세분화된 역할분담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은경 UNGC 팀장은 “새로운 시대, 가치에 혁신을 담은 비즈니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연 딜로이트 이사님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전략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가치를 더하라…미래를 여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2부 주제 강연을 맡은 전민구 BSI(영국표준협회) 이사는 2017년 떠오르는 키워드로 ‘회복 탄력성(Resilience·리스크 대비)’을 꼽았다.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411개 기업 CEO 대상 설문조사 결과, 회복 탄력성이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를 것이라 전망한 CEO가 88%로 나타난 반면 준비가 돼 있다는 답변은 29%에 불과했다”면서 “품질·안전·환경 등 뿌리를 튼튼히 하고, 고객의 니즈 파악·정보 및 공급망 관리, 명확한 책임과 권한, 리더의 신속한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선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장자영 블룸버그 선임 애널리스트는 “폴크스바겐은 연비 조작 이후 2주 동안 주가가 30% 하락했고, 도시바는 회계 부정 사건 3일 만에 주가가 17% 하락했다”면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주가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이슈를 바탕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반면 “한국은 정부기관, 지자체 등 수집되는 ESG 정보들이 통일된 공시 채널 없이 여러 곳에 분산돼있고, 보고 범위도 일관성이 떨어진다”면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못할 경우 최소한 사업보고서나 회사 홈페이지에 정보를 공개하라”고 권유했다.
특히 네오오토가 시도 중인 사원주주 자주경영 제도가 참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네오오토는 자동차 변속기에 들어가는 제품을 제조 및 납품하는 회사로, 현대기아차 자동변속기의 부품을 제조하는 매출액 1153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2015년 네오오토 사원 모두 주식 5%씩 가진 주주가 됐고, 기존 직원 15~20명 규모로 설립된 11개의 주식회사는 네오오토의 사내 협력사가 돼 서로 시너지를 높였다. 이재훈 네오오토 직장문화개선팀장은 “직원들이 생산·품질 등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가동률이 향상됐고, 협력사 2015년 결산 결과 추가수익도 달성했다”면서 “주인의식을 높이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구성원 모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널토론으로는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 이수진 CJ그룹 사회공헌추진단 부장, 정유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부편집장이 관련 인사이트를 전했다.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는 “CEO가 함께하는 CSR 전략이 지속가능성지속가능성핵심 핵심”이라고 강조했고, 이수진 CJ그룹 사회공헌추진단 부장 “지속가능경영은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며 조언을 남겼다. 이길호 딜로이트 부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리스크에 얼마만큼 대비하고 있느냐가 미래 기업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딜로이트는 지속가능전략센터를 운영해 통합적인 전략과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