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공감펀딩] 나는 에이즈 아동 440명을 품은 엄마입니다

440명 에이즈 고아들의 엄마, 정하희씨 

에이즈 감염률 1위, 아프리카 우간다 아무리아로 향하다

혈혈단신 아프리카 땅을 밟은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나이 오십 넷, 남들은 다들 인생 1막을 끝내고 여유를 찾을 때였습니다. 정하희씨는 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버려진 에이즈 아동 440명의 엄마로 살기로 한 겁니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비포장도로를 7시간 달려야만 도착하는 마을, 아무리아. 우간다에서 에이즈 감염률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이곳에 사는 엄마는 갓난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될 것을 알면서도 젖을 물립니다. 당장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이들은 고아로 남겨집니다. 정씨는 이곳에서 8년째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우간다 마을 440명의 아동의 엄마로 살아가는 정하희씨. /이한나 사진작가
아프리카 우간다 마을 440명의 아동의 엄마로 살아가는 정하희씨. /이한나 사진작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맨 처음 낯선 땅에 도착한 그녀는 마을 지도자와 교사들을 만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의 숫자는 98명. 그녀가 물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느냐”고. 먹는 것, 입는 것을 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해 고아가 된 아동부터, 마을에서 쫓겨나고 학대당한 아이까지. 세상의 편견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나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수많은 아이들이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나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영양은 물론 마을 응급 매뉴얼까지···에이즈 아동 위해 백방으로 뛰어

면역력이 약한 에이즈 아동들은 감기, 말라리아 감염만으로도 세상을 떠납니다. 2차 감염을 견딜만한 영양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하희씨는 후원금으로 분유·면역을 강화하는 영양제 등을 먹이고, 주민들을 설득해 응급 매뉴얼을 갖췄습니다. 아이들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마을 조직이 움직여 아이들을 돌봅니다. 에이즈 중환자를 치료하는 소로티 병원과 연계한 치료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어느새 아이들 숫자는 440명까지 늘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 덕분일까요. 에이즈로 반신마비가 되고 사망의 문턱까지 갔던 조지(George)는 건강을 회복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합니다. 지난해엔 에이즈 감염 아동을 위한 종합복지센터(우간다 힐링 마운틴 청소년센터)까지 완공했습니다. 이곳에선 영양식 지원과 운동 재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그녀는 “축구, 배구를 할 땐 아이들이 모든 걸 잊고 뛰어 논다”면서 “편견으로 인한 상처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치료를 받고 안심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 /기아대책 제공
치료를 받고 안심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 /기아대책 제공

“절대로 아프리카로 돌아가면 안됩니다.”

아무리아에 오기 전, 정씨는 YWCA에서 32년간 일했습니다. 안양지역 YWCA 사무총장까지 지냈습니다. 그렇게 전문성과 경력이 쌓여갈 즈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고충도 많았습니다. 2012년 아이들에게 전해줄 계란 3000개를 싣고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비포장도로에서 자동차가 전복돼 척추를 크게 다쳤고, 어깨뼈와 손가락뼈도 부러졌습니다.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는 고통스런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정하희씨는 의자에 무릎을 꿇고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2년 후에야 한국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척추 상태가 심각해 당장 수술도 하지 못하는 상황. 의사는 “이제 그런 일 못한다”며 아프리카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만류했습니다. 가벼운 가방 하나 들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녀는 무거운 몸을 휠체어에 태우고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아픈 몸으로 그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기 때문입니다.

감기에도 생명이 위독해지는 아이들

실제로 아무리아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죠지 무카마는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를 앓았습니다. 말라리아는 고질병이 된 지 오래. 면역력이 떨어져 사소한 감기도 폐렴과 폐결핵이 됩니다. 올해는 결핵으로 벌써 6개월째 약을 먹고 있습니다. 엄마는 정신이 온전치 않고, 두 명의 형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섯 살짜리 여동생과 엄마, 둘을 생각하며 무카마는 공부합니다. 몸이 아파 자주 결석하지만, 한 번도 유급된 적이 없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끊어지면 무카마의 삶 역시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린 죠지 무카미는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도 생명이 위독해진다. /기아대책 제공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도 생명이 위독해진다. /기아대책 제공

에이즈 아동들의 엄마, 아빠, 형, 누나가 되어주세요.

여느 엄마들처럼 정하희씨의 바람은 소박합니다. 이곳의 아픈 아이들이 잘 먹고, 잘 노는 것. 에이즈에 걸려도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운동하면 평생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간다에선 지난해에만 2만8200명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제까지 건강했던 아이가 밤새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 마음이 무너져내립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지 못해 생긴 일인 것 같아서요. 전세계 곳곳에서 에이즈 감염자들을 위한 약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질병과 고통을 이겨낼만한 기본적인 영양상태조차 안돼있습니다. 편견과 차별로 생겨난 ‘마음의 병’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꾸준한 영양 공급은 물론 정서 안정 및 운동 재활 프로그램이 지속돼야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나눔이 모인다면,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곧 올 거라 믿습니다.”

프리미엄 공익 전문 미디어 ‘더나은미래’, 네이버 해피빈은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아프리카 우간다 에이즈 아동을 후원하는 공감펀딩을 기획했습니다. 기부금은 기아대책을 통해 우간다 에이즈 아동들의 영양 공급과 정서 안정·운동 재활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됩니다. 여러분도 정하희씨와 따뜻한 힘을 모아보는건 어떨까요?

▶ 공감펀딩 함께하기 

▶ 관련영상: 우간다 현장에서 만나본 정하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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