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당신이 오늘 하루 남긴 물 발자국은 몇 걸음입니까?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은 얼마나 될까

세계 지도를 보면 육지보다 바다 면적이 훨씬 넓어 지구에 물이 넘쳐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매년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내리고, 땅 속에는 지하수가 흐르며, 여기저기 강도 많습니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물이 많을 것 같은데, 정말로 그럴까요?

지구상의 물을 살펴보면, 97%는 바닷물, 3%는 담수이며, 담수 중, 2.5%는 빙하입니다. 다시 말해, 70억이 넘는 전 세계인구는 빗물과 지하수, 호수, 강으로 이루어진 0.5%의 담수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많은 비가 내리고, 강과 호수가 많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대부분은 ‘지하수’ 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 인도에서는 물을 사이에 두고 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보니따_인포1_지구에 담수는 얼마나 될까_물부족

코카 콜라가 인도의 물을 말린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물이 부족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건기 중에도 물 걱정은 하지 않았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에요. 코카콜라 공장이 온 뒤로 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안 그래도 물이 부족한 지역인데 자꾸만 지하수를 파니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마실 물도 충분하지 않아요.”

칼라데라 지역에 사는 62세의 체타르 이알(Chetar lal)씨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한때 채소 농사를 지었던 체타르씨는 현재 지역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선 사람은 비단 체타르씨뿐만이 아닙니다. 코카 콜라 공장이 들어서면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작물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공장이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기에 먹을 물 조차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농업경제학자 레임슈와르 쿠디(Rameshwar Kudi)씨의 말에 따르면, 코카콜라 공장은 50마력짜리 전동기로 지하수를 끌어 올리지만, 농민들은 겨우 5마력의 전동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공장이 24시간 전기를 가동하는 데 반해, 농민들은 겨우 5시간 정도 전기를 사용하기에 농민들이 물 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카 콜라 공장으로 마실 물을 구하기 힘든 사람들은 칼데라 지역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도의 메디간즈 지역 사람들 역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8세의 농사꾼 사비타 라이(Sabita Rai)씨는 우물을 더 깊게 팔만한 경제적 상황이 안 된다며 현재의 상황을 한탄했습니다.

“전에는 팔 길이 만한 줄을 내리면 금방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우물이 말라버려 결국 멀리까지 물을 뜨러 가야해요.”

코카콜라는 전 세계 인구수 2위를 자랑하는 인도 시장에 진출해 58개의 공장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공장의 수가 늘어날수록 코카콜라 공장 운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물 부족입니다. 

인도 사람들이 이렇게 물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 Institute)는 인도가 물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전 세계 16%의 인구가 인도에 살지만, 담수 점유율은 4%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물 스트레스가 높은 편에 속하는 지역은 전체 54%에 달합니다.

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코카콜라와 인도 농민 간의 갈등을 특별한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물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 그리고 특정 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인구가 늘어나고, 물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나라를 비롯한 36개 국가가 심각한 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습니다.

보니따_사진2. 국가별 물 스트레스
국가별 물 스트레스. /World Resource Institute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답은 역시 물 사용량에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은 3,800리터나 됩니다. 그 중에 3.8%는 씻고, 요리하고, 마시고, 청소하는데 사용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물은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우리가 종이를 사용하고, 옷을 사는 것도 모두 물 소비에 포함된다는 의미입니다. 공산품에 들어가는 물은 4.7%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먹는 물은 3,496리터, 가장 많은 물 사용처입니다. 이 말에 ‘물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먹는다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거나, ‘내가 정말 하루에 이렇게 많은 물을 먹고 있을까?’라며 반문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정말 이렇게나 많은 물을 매일 먹고 있습니다. 이 수치의 비밀은 바로 ‘소비’에 있습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396리터, 0.5리터짜리 콜라 한 병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36리터입니다.

이렇게 공산품과 식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을 가상수(Virtual Water)라고 부르는데, 이 중에 96.2%가 음식과 음료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이것이 많은 전문가들이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 바구니가 변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생산하는 데 적은 물을 필요로 하는 식품을 구매한다면, 물이 고갈되는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보니따_인포2_식품을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할까

한 사람의 열정이 세상을 바꾼다

“코카콜라가 인도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미국 매사 추세츠에 있는 스미스대학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을 앞에서 40세 남성이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인도의 물을 훔치고 있다고 말하는 이 남성은 아미트 시리바스타바(Amit Srivastava)씨입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활동가가 된 아미트씨는 미국과 유럽 전역을 다니며 인도에서 벌어지는 코카콜라의 비윤리적인 기업 행태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손에 노트북을 들고, 동료도 없이 일하는 아미트씨의 모습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대학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바드 대학, 미네소타의 칼턴대학, 오하이오의 오벌린대학과 아일랜드에 있는 두 대학이 교내에서 코카콜라 판매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아미트씨와 같은 뜻있는 활동가와 단체들의 노력은 인도의 상황도 바꿔놓았습니다. 지하수 고갈을 이유로 몇몇 코카콜라 공장이 폐쇄 조치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물 발자국을 확인해 보세요

나는 얼마나 많은 물을 먹고, 마시고, 사용하고 있을까? 이 답은 물 발자국 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물 발자국 계산을 클릭하면, 음식 소비와 실내외 활동에 대한 질문이 나옵니다. 물 발자국은 인간이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물의 양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물 발자국 계산에 필요한 질문은 약 30개이며, 하루, 또는 일주일에 얼마나 많은 고기나 과일, 채소, 유제품을 먹는지, 얼마나 자주 샤워하고, 손을 씻는지 등을 묻고 있습니다. 자신의 물 발자국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 보세요.

발자국을 남기지 말아주세요

‘발자국’이란 인간의 발이 닿는 곳에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생태 발자국, 탄소 발자국 등 ‘발자국’이라는 이름을 단 지표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물도 예외는 아닙니다. ‘수 많은 발자국들을 어떻게 없애지?’ 라는 고민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의외로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우리의 소비패턴을 조금 바꾸는 일입니다. 물 발자국이 많이 남는 것보다 적게 남는 물건을 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발자국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발자국 지우기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영리단체 보니따(BONITA)는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으로, 세계시민교육, 캠페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세계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