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공익 비영리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때

박란희_작은사진미르·K스포츠재단이라는 공익 비영리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이달 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원혜영 의원을 비롯, 비영리 전공 교수, 변호사, 회계사, NPO 대표 등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6 국제 기부문화 선진화 콘퍼런스’ 중 한 세션인 정책토론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해외 측 연사로 참여한 이들은 호주와 일본의 NPO 전문가들. 특히 호주의 국세청과 자선·비영리위원회(ACNC·Australian Charities and Not for Profit Commission)’ 사례는 큰 주목을 끌었다.

“호주도 예전에는 한국과 똑같았다. 비영리 단체 등록을 부처별로 하고, 규제도 제각각이었다. 2012년에 비영리 단체를 통합·관리하는 위원회(ACNC)를 설립하는 개혁을 20년 만에 이뤄냈다.”(데이비드 로케, 호주 ACNC 차관보)

호주의 예전 사례는 어쩌면 우리나라와 판박이처럼 똑같은지 놀라울 정도였다. 설립은 까다롭고, 사후 관리는 대충함으로써 비영리 생태계가 ‘독버섯’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되어버린 것 말이다. 최순실씨의 사례야 겉으로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비영리 공익법인을 앞세워 자기 잇속을 챙기는 사례가 얼마나 많을지 가늠할 수 없다.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장에 따르면 당장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국세청도 행정 효율성이라는 게 있다. 영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도 1% 될까 말까 한다. 비영리 섹터는 규모가 작아 오히려 행정 인력 낭비라고 생각해 별 관심이 없다.”

호주 국세청은 어떨까. 로드 워크 호주 국세청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와 좀 달랐다.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국세청에서 비영리 단체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며, 비영리 단체 설립부터 세금 감면 혜택 정보를 제공한다. 직원이 직접 NPO로 가서 일하는 ‘직원 파견 프로그램’도 고려 중이다. 공익 목적 사업에 세금 감면을 해주는 대신 탈세나 범법을 저지르는 단체는 철저한 조치를 취한다. 기금을 유용해 이사진 개인을 위해 사용하거나 소득과 자산을 공익 목적 사업과 다르게 사용하는 등이 그 대상이다.”

2014~2015년 사이에 259건의 비영리 단체가 국세청으로부터 적발당했고, 2080만달러(약 245억원)를 회수했다고 한다.

올해 영국에선 비영리 투명성과 윤리를 강조하는 법안이 새로 시행했다. 비영리 단체 이사진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정부가 개입해 인사권을 발동,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법안이다. 제2의 미르재단과 같은 사태를 없애려면 지금부터라도 공익 비영리 생태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곧 대선이 다가온다. 우리도 영국의 ‘비영리청(Charity Commission)’이나 호주의 ‘자선·비영리위원회(ACNC)’ 같은 통합 기관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시도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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