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패션의 선구자, ‘오르그닷’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유니폼이 야구 선수 경기용으로 적합할까?’
친환경 옷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은 회사의 사활을 건 실험에 들어갔다. 바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의 유니폼 100여 벌을 제작하는 것. 야구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해도 찢어지지 않아야 하기에, 무려 300㎏의 무게를 견디는 원단을 만들어내야 했다. 친환경 옷이 경기력에 문제가 없단 것을 증명하기 위해 4달간의 개발 과정이 걸렸다. 오르그닷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경기를 뛸 때마다, 이기기를 빌었다. 결과는 9전 8승. 친환경 원단으로 개발된 옷이 기능성 옷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바로 증명했다. 지난 2010년, SK 프로야구 구단의 유니폼을 친환경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며 ‘오르그닷’은 친환경 브랜드 의류 회사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로 8년째 접어든 오르그닷. 이들은 버려진 빈 페트병과 버려진 어망을 이용해 실을 뽑아내고, 무표백‧무형광 면으로 만든 옷, 가방, 앞치마 등을 판매한다. 오르그닷의 대표 제품은 바로 ‘무가공면’ 티셔츠이다. 탈색, 염색 등을 전혀 하지 않고 100% 면으로 만든다. 단점이라면 아이보리색 하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는 새하얀 옷들은 모두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제품이다. 형광증백제는 장기간 인체에 사용될 경우 피부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연 매출은 11억원 정도. 홈페이지로 단체복 제작 의뢰를 받아 판매하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다.
올해부터는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 & Makers)’라는 플랫폼을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쉽게 말해 생산자와 디자이너를 매칭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디자이너(회사)는 6000명, 봉제 공장은 500곳 이상 웹사이트에 가입을 했다. 신진 디자이너는 각자의 니즈에 맞는 공장을 검색을 통해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고, 봉제 공장도 기존 클라이언트 외에 신규 고객을 발굴할 수 있다. 쇠락해졌던 한국의 봉제 산업을 다시 일으킨다는 의미도 있다. 또 하나, 오르그닷의 김방호 대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의류ㆍ봉제산업 종사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봉제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이 60만명이에요. 단일 산업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근무하는 분야가 별로 없어요. 봉제사의 노동 조건? 흔히 말해 최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봉제사분들이 자라온 환경 자체가 거친 편이에요. 중학교만 졸업하고 10대부터 일한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디자이너와 봉제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 플랫폼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정확한 설계도를 가지고 소통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줘요. 봉제사분들에게도 아저씨, 아줌마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합니다. 한 업계에서 20~30년간 일한 사람은 전문가로서 우대를 해줘야하거든요. 플랫폼을 론칭한지 이제 6개월 정돈데, 벌써 대화가 된다는 피드백이 들려요. 이것이야말로 임팩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