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CSR 랭킹 콘퍼런스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습니까? 직원에게 잘해주세요. 안전한 근로 환경과 사내 복지에 신경 쓴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중국 내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은 엄청나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자기 얘기를 공유할 소셜미디어를 갖고 있습니다. ‘지지를 얻지 못하면 내일 당장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십시오.”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
CSR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는 말은 관용어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사회공헌 사업에 돈을 쓰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말한다. 아시아 기업의 CSR 활동을 국제표준에 따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2016 아시아 CSR 랭킹 콘퍼런스’가 11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Inno Global Institute), 국회CSR정책연구포럼(대표 홍일표 의원)이 주최한 이번 콘퍼런스에는 국내 기업 CSR 담당자와 NGO 관계자 100여 명을 비롯해, 홍일표 국회의원(국회CSR정책연구포럼 대표)과 김종석 의원(국회CSR정책연구포럼 책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한국 CSR 성적 평균 10점 하락… 일본·중국 사이 ‘샌드위치’ 안 되려면 사회적 가치 주목해야
지난해 CSR 랭킹 조사 결과와 비교해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전반적 악화’와 ‘기업 간 차이 증가’였다. 한국 기업의 평균 점수는 43.8점으로 지난해(53.0점)보다 9.2점 하락했다. 표준편차는 22.2점으로 지난해(17.8점)보다 5점 가까이 벌어졌다.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분야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평균이 63.8점, 편차 41.8점으로 한·중·일 3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차를 기록했다. 특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기업일수록 종합 순위에서도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기업 랭킹에서는 환경 부문(평균 43.9점. 편차 24.4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고, 일본 기업은 공급망 관리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짜 CSR은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서 “CSR을 잘한다고 자부하는 회사인데 점수가 낮았다면 외부와의 관계 개선, 특히 기본 중의 기본인 ‘투명한 정보 공개’에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이날 일본 기업의 CSR 현황에 대해 발표에 나선 히로시 아메미야 ‘Corporate Citizenship Japan’ 대표이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정책)’를 계기로 현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지진 복구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실감한 국민들은 ‘CSR’의 영향을 극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아베노믹스의 기업부양책(제3의 화살) 일환으로 만들어진 기업 지배구조 관련 지침은 상장사의 사외이사 참여 비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죠.”
발라 라마사미 교수는 “중국의 CSR 랭킹 상위 기업은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기업'(중국이동통신 등)과 ‘국유 기업'(중국석유집단 등)이라는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면서 “이는 중국 내 소비자 파워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로 CSR 활동이 적극 장려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윤석 IGI 총괄대표(InnoCSR 그룹 대표)는 “아베노믹스가 일본 기업이 국제표준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벌어주고, 시진핑 주석의 정책적 지원으로 중국 국영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은 샌드위치가 된 상황”이라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환경과 연결된 가치사슬, 친(親)사회적 상품 서비스,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