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③임팩트 VC “우리도 돈 번다, 보람은 덤”

‘임팩트 투자, 어려움은 무엇이며 기회는 무엇일까’

일반 벤처 투자와 임팩트 투자, 두  세계 모두를 경험한 현직 임팩트 펀드 투자자들이 ‘임팩트 투자의 과제와 가능성’에 대해 낱낱히 밝혔다. 이 날 토론에는 각기 다른공간, 배경에서 임팩트 투자자로 활동해 온 제프리 체스터 울리(이하 유나이터스 대표), 로버트 크래이빌 (IIX, 아시아 임팩트 투자) 매니저,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참여했다. 아래는 뜨거웠던 논의 현장의 생생한 지면 중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왼쪽부터 유나이터스 CEO 제프리, IIX의 최고 매니저 로버트,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사회(이지영 D3쥬빌리 이사)=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임팩트 VC 세 분을 모셨다. 간단하게 본인과 기관 소개 듣고 진행하겠다. 

제프리 체스터 울리(이하 유나이터스)=‘유나이터스(Unitus)’는 상대적으로 큰 조직이다. 2001년에 여러 기업가의 투자로 시작됐다. 15년이 됐고, 현재 비영리조직인 유나이터스 랩(Unitus Labs), 유나이터스 캐피털(Unitus Capital), 유나이터스 펀드(Unitus Equity Fund) 등 임팩트 투자와 관련한 각기 다른 조직들을 두고 있다. 현재 모든 기관을 합친 규모는 17억 달러(약 2조원)정도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포괄적인 금융’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다. 

로버트 크래빌(이하 IIX·임팩트 인베스트먼트 익스체인지 아시아, Impact Investment Exchange Asia)=IIX는 2009년에 설립됐고 싱가포르에 기반해있다. 우리의 목표는 동남아시아 내, 사회적 기업가와 임팩트 투자자들 사이를 잇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는 동시에, 지역 내 가족재단, 고액순자산보유자, 가문 자산관리사, 일반 재단 등 여러 투자자들을 만나고 사회적기업가와 잇는 일을 한다.

지난 7년간 동남아시아에서 일했는데, 나라마다 상황이 달랐다. 가령 인도는 임팩트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우리 같은 중개자가 투자 자금을 모으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런데 동남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정말 좋은 기회들이 눈에 보이는데도 투자 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투자자 수 자체가 훨씬 적다. 그래서 우리는 투자자의 돈을 가지고 우리가 이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IIX Growth Fund’를 조성 중이다. 목표는 5000만 달러(약 584억 5000만원) 다. 이 펀드를 통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투자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환경 문제를 다루는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인도는 상대적으로 임팩트 투자자금 많지만 방글라데시 등 다른 지역 투자 유치 더 어려워. 이를 위해 펀드 조성 중

펀드는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우선 투자한다.  ①기후변화 문제다. 정말 시급한 문제이고 당장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②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문제이고 단순히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가장 소외됐고 가난한 이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그게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푸는데 우선순위를 둔다. ③여성문제다. 여성을 위한 기업, 혹은 여성이 중심이 된 기업에 우선으로 투자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낮은 지위를 갖고 사회적인 혜택으로부터 더 박탈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성에게 투자하는 게 남성에게 투자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혁태(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저는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라는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탈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설립됐고, 지금 한 9개 정도의 스타트업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설벤처 펀드다. 저희가 처음 만든 펀드가 ‘인큐베이팅 펀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인큐베이팅과 투자가 분리됐던 상황인데, 저희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인큐베이팅과 투자가 같이 가야 한다는 철학으로 시작했고,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저희는 일단 스타트업과 초기 단계의 소셜벤쳐를 겪다 보니까 비슷한 점들이 많이 보였다. 일단은 자금이 필요하다. 또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좀 더 전문적인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 그 이후 단계에서 액셀러레이팅이 필요하다. 저희는 7년간 인큐베이팅과 투자를 같이 해 왔고, 이런 경험을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내 스타트업을 같이 도와주면서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임팩트 투자, 적은 규모로 수익과 임팩트 ‘고충 2배’

사회=세 분 모두 일반 벤처 캐피털(VC)에서 펀드를 운영하셨던 경험을 갖고 계시다. 그때와 비교해서 임팩트 투자 펀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로버트(IIX)=전통적인 사모펀드(private equity)를 운용할 때 따라오는 어려움은 똑같이 있고, 거기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더해진다고 보면 된다. ①하나는 펀드 규모다. 앞서 소개한 5000만 달러 상당의 펀드도 전통적인 투자 업계에서 보면 규모가 너무 작다. ②그렇다보니,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임팩트도 내고 수익도 내야 한다. 고충이 두 배다.

체스터(유나이터스)=베트남·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인도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는 소수의 가족 재벌 체제를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짜여있다. 교통수단에서부터 은행이나 금융, 그 밖에 이런 저런 사업들을 소수 가족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들을 참여시키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임팩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임팩트 투자를 할 때는 이들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는 게 중요하다. 장기적인 생태계 관점에서도 필요하고, 이들이 가진 인프라나 재원이 상당하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변화는 창립자 이후 몇 세대를 지난 자손들은 사회적인 임팩트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이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권혁태=저는 한국 사례에 집중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저 역시 벤처 캐피탈 CEO로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펀드레이징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VC니까 투자만 할 것 같은데, 실제로 대부분의 시간은 ‘이런 펀드 한번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임팩트 쪽에 와서 보니 ‘이게 좋다는 건 알겠는데 돈이 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인식이 제가 요새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자 장애물이다.

저는 이걸 기회로도 본다. 결국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들을 총칭하지 않나. 임팩트 기업은 새로운 가치에 더해 사회적인 임팩트까지 얹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가치를 시장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셜 벤처에 대한 생각 자체가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예전 방식으로 땀 흘리고 고생해야 한다’고 깔려있는 것 같고, 그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사회=저도 너무 동의한다. 저도 펀드레이징 하면서 일반 기업이나 재단 등 국내 많은 분들을 만나는데 비슷하다. 다들 ‘돈은 이쪽에서 벌 것이고, 사회공헌으로 착한일에 쓸 거다’라고들 하신다. ‘착한 일 하면서 돈도 버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더라. 

한국… ‘돈 버는 일’과 ‘사회 공헌’ 별개로 나눠 보는 시선있어, ‘기업의 활동에 투자해 사회 변화도 만들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인식 낮다는 점 장애물로 작용해

◇개발도상국 산업 전반… ‘임팩트 창출 가능성’ 상당해

사회=이번에는 ‘기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길게는 2001년부터 10년 넘게 해오고 계신데, 지난 몇 년간 임팩트 투자 영역이 어떻게 변해왔고 성장해왔는지 또 기회는 어떤지에 대해서,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점들을 공유해주시면 좋겠다.

권혁태=우리나라 경우 전체 투자 금액이 총 100이라고 하면 99가 부동산으로 들어간다. 지금 임팩트 투자가 뜨고 있고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 생각이 SOC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큰 흐름이 조만간 한번 올 텐데, 제가 바라는 점은 부동산이나 SOC가 아니라 살아있는 가치,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업을 키우는 쪽으로 그런 자금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임팩트 투자가 지금의 1% 규모가 아니라 10%, 20%까지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좋은 사례 몇 개만이라도 잘 만들어 놓는다면 일반적인 벤처, 스타트업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까.

체스터(유나이터스)=동남아 같은 개도국에는 기회가 엄청나다. 그간 경제 시스템에서 소외됐고 가난한 이들의 이익을 증진하면서도 사회적 가치와 재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가령 ‘생산망(supply chain)’ 예를 들어보자. 동남아에서 잡히는 참치가 미국 코스트코에서 6달러에 팔린다고 해보자.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어부가 받는 돈은 10센트에 불과하다. 왜 초기 생산자가 받는 돈과 판매되는 가격 사이에 큰 가격차가 생길까. 그 중간 단계에서 생성되는 돈과 가치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투자자이자 기업가로서 이런 ‘가격 차이’ 자체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본다. 우선 생선은 보관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쉽게 부패한다. 부패를 막기 위한 설비 등에 들어가는 가격이 최종 가격을 60%나 끌어올린다. 다시 말하면,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가격을 낮출 개선의 여지가 크다. 동시에 정말 많은 중간 유통 업자를 거친다. 기술을 활용하면 그런 유통업자를 거칠 필요가 없다. 정말 간단한 기술만으로도 생산망의 양 끝에 있는 생산자와 바이어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유통망 이야기도 해보자. 동남아시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식료품이나 서비스는 작은 구멍가게에서 팔린다. 인도 역시 재화나 서비스의 80% 이상이 구멍가게를 통해 거래된다. 그런데 이런 구멍가게 주인들이야말로 근로 빈곤층이다. 기술을 통해 구멍가게 주인들의 역량이나 수익을 강화할 수는 없을까? 아마존이 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해 여러 구멍 가게들을 엮어서 더 큰 플랫폼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더 많은 제품을 진열하고 신뢰를 얻는다면? 그리고 20만개의 ‘구멍가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면 ‘유니레버’ 같은 거대 기업과도 가격 협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즉,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거다. 개발도상국의 ‘기본 경제(Basic Economy)’ 단계에서, 간단한 기술을 활용해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

생산망, 유통구조 등 여러 부문에서 ‘단순한 기술’ 활용해 사람들의 상황 개선 하면서 재무적 수익 남길 여지 많아

로버트(IIX)=제프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역 전반과 산업 전반에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비효율적인 분야가 많다. 다시 말하면,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돕고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투자자로서 우리는 직접 이런 기회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다루는 기업가들을 통해 문제에 접근한다.

긍정적인 트렌드는, 더 많은 임팩트 기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단지 등장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규모를 키워가는 곳들이 늘어났다. 7년 전, 인도에서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소액 대출)’을 시작한 기업이 있다. 시작 단계에서 작은 금액을 투자했고 10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2년 후에 이들은 1000개 넘는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후 5백만불을 더 투자했고, 이제 7000곳이 넘는 마을에서 활동한다. 임팩트 투자 시장이 커지고 있고, 기업가들도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수십명의 기업가들이 전 지역에 걸쳐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소액 대출)이 하나의 산업이 되기까지 30~35년이 걸렸다.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뱅크 같은 선구자가 있었고, 이후 여러 주체가 생기고 진입하며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깨끗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농업 등도 10년만 지나도 하나의 큰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권혁태=임팩트 투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정부가 해야할 일을 왜 너희가 하냐’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도 그렇고 임팩트 투자도 그렇고, 저는 돈 벌기 위해 한다. 그런데 이런게 있다. 가령 건물에 불이 나서 맨 윗층에 사람들이 탈출 못하고 있는데 내가 저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하자. 사람을 구하는 일이니 임팩트도 크다. 기존에는 옆에 있는 큰 돌을 움직여 사람을 구했다고 하면, 스타트업에서는 이 돌을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 도르레도 쓰고 바퀴를 달 방법도 궁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기업을 볼 때, 같은 시간내에 몇 명을 구했는지를 보는게 아니라 땀을 얼마나 흘렸고 고생했는지를 보는 것 같다. 많은 사회적기업이 미션은 좋지만 정작 큰 임팩트를 못내는 이유다. 제가 보기에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에서 IT 벤처 스타트업에게 자꾸 당하는 이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돌을 밀어서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중에 갑자기 드론(신기술)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다 구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그러면서 자꾸 ‘지속가능하지가 않다, 수익모델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저는 임팩트니 일반 기업이니 구분을 없애는 것 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기업은 임팩트 기업이고 어떤 곳은 일반 상업적인 스타트업이라고 구분하는데, 펀드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구분이 어렵다. 저희는 연기금 같이 더 큰 펀드도 받고 싶고 후속 투자를 이어가면서 임팩트 기업을 키우고 싶은데, 큰 기업이나 연기금에 가서 임팩트 투자를 이야기 하면 사회공헌팀으로 보낸다. 그럼 사회공헌팀이 갖고 있는 예산이 뻔한데, 거기서 쪼개고 쪼갠 금액을 투자받으면 거의 크라우드 펀딩 수준이 된다. 그 금액을 가지고 운영하면서 임팩트를 키운다는 데 한계가 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업들을 일컬어 ‘사회적기업’이라 부르다가 ‘소셜 벤처’로 넘어갔다가 이제는 임팩트로 넘어가는 것 같다. 그 이유가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니 사회주의도 아니고 ‘사회적’이라는 단어도 너무 강했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고용 창출 등 돈은 안벌고 땀만 모으는 일을 하는 곳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소셜벤처’라는 이름이 나오다가, 결국 ‘소셜’에서 오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임팩트’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하는 것 같다. 결국 펀드매니저로서 우리가 평가받는 건 실적밖에 없고, 정말로 큰 임팩트를 내려면 이런 평가 방식을 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도 공유하면서, 땀만 모으는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일반 기업, 임팩트 기업 구분 없애고 규모를 키워 임팩트를 키워가야

사회=저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D3쥬빌리는 에너지·교육·금융·헬스케어라는 주제 하에서, IT 기술과 만나는 접점에서 투자한다. 기술이 더해져야 비즈니스가 확장 가능하고 빠르게 성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접점에서 일어하는 혁신 사례를 찾고 있다.

사회=이번에는 각자 사례를 공유해주면 좋겠다. 사회·환경적 임팩트도 큰 데다가 재무적 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던 사례를 공유해 달라.

권혁태=개인적으로 이큐브랩이 공유하고 싶은 사례다. 대학생들이 24살에 창업한 곳인데, 태양광 에너지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면 쓰레기통 내부 압축기가 쓰레기를 압축하도록 한 제품을 개발했다. 저희가 그 회사에 초기 투자해서 열심히 키워가고 있는데, 저희는 내부 기준으로 약 500% 정도 수익을 냈다. 그런데 내부에서 생각하는 임팩트가 큰 사례와, 외부에서 생각하는 좋은 사례가 다른 것 같고 ‘임팩트’를 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회사는 사회적기업은 아니다.

체스터(유나이터스)=우리는 인도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 금융을 시작했고, 현지 파트너 기관·은행과 협업해서 한다. 총 17곳 마이크로 파이낸스 은행 중 10위안에 드는 곳들과 협력했다. 우리가 투자한 한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업은 현재 시장가치가 20억불(약 2조3400억원) 정도다. 초기에 2백만불(23억4000만원) 투자했는데 이후 2백만불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런데 우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에는 성과가 나지 않아서 돈을 잃은 수많은 다른 기업도 있다. 일반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리스크가 훨신 크다. 회사가 실패해서 돈을 아예 잃거나, 혹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정말 잘되고 돈을 많이 벌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사실 투자자본을 돌려받고, 거기에 더해 약간의 수익까지 돌려받는다는 건 보통의 투자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앞서 말한 권혁대 대표의 말에 동의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임팩트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내가 투자자로서 평가받는건 수익이다. 수익을 낼 게 아니라면 아니라면 그냥 기부로 돈을 주는게 더 낫지 않냐. 임팩트 투자자의 역할은 적은 금액이라도 기폭제로 작용하는게 하는데 있다고 본다. 우리는 펀드레이징을 할 때 기업에서 우리를 CSR팀으로 보내면 ‘이건 정말 수익성이 있다’며 지난 사례들을 다 공개해서 설득한다.

90년대 중반, 내가 런던에서 벤처 캐피탈을 운용할 적에 유럽 도이치뱅크와 함께 합작회사를 세운 적이 있다. 당시 도이치 뱅크 CEO와 미팅을 할 때는 내가 막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뛰어들기 시작했을 때였다. 내가 이런 쪽에 투자를 한다면서 그에게 이야기를 하자,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면서 하는 말이 수백만 달러 상당의 비영리 재단을 설립해야겠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내가 ‘비영리가 아닌, 영리 방식의 투자’라고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더라. 이런 게 지난 몇 년간 투자 업계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로버트(IIX)=체스터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초기 기업들에 투자했고, 물론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간 경험했던 것에 따르면, 이런 초기 단계의 임팩트 투자에 뒤따르는 리스크는 실리콘 밸리에서 경험하는 정도의 ‘극적인’ 리스크는 아니다. 가령 10번 중에 한두번은 100배 넘는 이익을 얻고, 나머지 8번은 돈을 잃는 식은 아니다. 우리가 혁신적이 기업에 투자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때 혁신이라는 게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혁신만큼 극적인 새로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체스터가 언급한 것처럼 기본적인 산업 구조, 생산망에서의 비효율을 혁신하는 곳들이 많고, 이때 필요한 기술은 보통 단순하다. IIX도 방글라데시 최초의 통조림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건 정말로 기본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누군가 시작할 필요가 있는 산업이다. 물론 내가 이 투자를 통해서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꽤 좋은 수익을 낼 것이란 자신이 있다. 약 2%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고, 물론 이보다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

즉 리스크는 있고, 초기 투자이니만큼 뒤따르는 리스크를 인지해야 하지만 그 리스크 자체가 아주 극적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훨씬 재미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곳들은 억대의 돈을 벌 목적으로 온게 아니라 강력한 미션 기반이다. 조금 해보다가 이 사업으로 억만장자 되기는 그른 것 같다며 떠나가는 경우는 한번도 못봤다.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에 붙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든 극복해간다. 그리고 단기간에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진 못하더라도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규모를 키워가면서 혜택받는 이들을 넓혀간다. 이들이 잘 된다는 건, 혜택을 입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10개 마을에 지원하던 서비스를 500개, 2000개, 1만개로 늘려가는 걸 보면 감동적이다

VC로 결국 평가받는 건 아직 재무수익… 실리콘 밸리같은 ‘대박 vs 쪽박’ 리스크나 극적인 수익 아닌, 적정한 수익에 더해 사회적인 가치까지 낼 수 있어
D3임팩트나이츠
ⓒ천예지(D3쥬빌리 제공)

사회=다음 각각 좀더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싶다. IIX의 경우, 아까 펀드를 조성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사회적 기업·소셜벤처를 지원해왔던 경험이 펀드를 운영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또 어떻게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펀드를 운영할 계획이신지 궁금하다.

로버트(IIX)=좋은 질문이다. 만약 내가 그냥 일반 벤처투자자였으면 이런 펀드를 시작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동남아 시장에서 임팩트 투자자들과 기업가들과 함께 지난 7년 간 일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장에 어떤 부분이 비었고,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한 지 잘 알고 있다. 동시에 시장에서 어떤 자금 흐름이 부족한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그런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이런 펀드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투자자와 기업가 사이의 중간 매개자로 비즈니스를 해 오면서, 혁신적이고 가능성이 보이는 비즈니스를 선별해 투자해 왔다. 그리고 IIX 내에는 ‘슈족(Shujog)’이라는 비영리 기관이 있다. 방글라데시 뱅갈어로 ‘기회’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임팩트 투자의 임팩트를 산출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운영해왔다.

사회=권혁태 대표님께 묻고 싶다. 총 9개 펀드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소셜벤처 펀드 외 나머니 8개 펀드를 어떻게 이용하시는지 궁금하다. 가령 소셜벤처 펀드가 먼저 초기투자 들어가고 이후 단계에서 후속투자로 들어갈 수 있는 펀드가 있는지, 각기 다른 영역에 투자하는 펀드가 함께 들어갔던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권혁태=저희가 운영하는 9개 펀드는 각기 다른 목적이 있다. 저희가 운용하는 소셜벤처 펀드는 정부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저희가 보기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큰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싶지 않다고 하면 다른 펀드로 투자한다. 다만 저희가 후속투자까지 다 하지는 않는다. 기업심사하시는 분이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것 중 하나가, 저희가 투자하는 기업이 후속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다음 단계의 VC를 통해 투자를 받도록 하는게 역할이다. 실제로 저희가 투자한지 1년이 안되어서 큰 VC에서 50억 이상의 후속투자를 유치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셜벤처·임팩트 기업 경우에도 후속투자만을 위한 펀드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창업 초기펀드가 대부분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보니 정부에서는 많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목표라 몇 개 기업이 생겼는지에 대한 양적 수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제는 그 중에서 얼마나 더 크게 성장하는 곳들이 있는지 질적 성장을 중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적 성장을 위한 펀드도 만들어지고 그런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사회=지금까지 D3쥬빌리가 투자한 곳 중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에서 말하는 사회적기업의 의미나 인증을 받는 절차나 기준이 취약계층 고용 창출에 맞춰져 있다 보니 스케일을 키우는 게 힘든 구조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회=유나이터스의 체스터씨는 사무실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글라데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등에 여러 곳에 있다고 알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 양쪽 시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또 미국 투자자들 중에 아시아 시장을 기회로 보고 투자하려는 이들이 많이 있는지 궁금하다.

체스터(유나이터스)=지난 수십년간 벤처 캐피탈 시장규모를 키운 건 ‘부유한 자산가 가문’이었지, 연기금 회사나 보험회사에서 판을 깐 게 아니다. 임팩트 투자도 마찬가지다.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기관투자자들이 먼저 나설 확률은 극히 적다. 자산가, 부유 재단, 가족재단 등에서 먼저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서기 시작해야 시장이 생기고 다른 투자자들이 따라 들어온다.

이런 면에서 앞서 언급했듯이 아시아 임팩트 투자에서 부호들의 ‘가문자산 운용사’의 역할이 크고,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고액순자산보유자가 상당히 많은데, 이들의 세대간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 경험에 따르면 가장 초기 세대보다 두 번째 세대가 가장 사회적인 영향력을 만드는 데 의지가 있었고, 세번째 세대보다도 높았다. 그러면서도 보통은 첫번째 세대가 나가고 난 뒤에야 자신의 뜻 대로 자산을 운용하더라.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는 가문자산 운용사의 매니저다. 사실 가문을 키우고 돈을 벌었던 이들은 그 자신이 기업가다. 그래서 리스크를 알고,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어느 정도 선까지의 리스크는 감수할 의향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면, 매니저들은 리스크를 거르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령 포트폴리오를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거나, 과도한 리스크를 지지 않도록 조언한다. 나만 해도 내 개인 자산 운용 매니저가 있는데, 가끔 나에게 포트폴리오에 좀더 균형이 필요하다든지, 과도하게 리스크를 지고 있다는 등의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럼 나는 ‘괜찮다’며 밀어붙이곤 하는데, 임팩트 투자에 있어서는 특히나 리스크를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팩트 투자의 경우 아직 중간 매개자도 적고 일반 VC에는 있는, 여러 펀드를 묶어 만든 ‘재간접 펀드(fund of fund)’도 거의 없다. 유나이터스는 이 지역에서 활동해온지 10년이 넘다보니, 대부분의 투자자들을 알고 있고, 성향이나 스토리도 파악하고 있다. 이들과 만나서 설득하고 참여시킨다는데서 흥미롭지만 전통적인 벤처 투자 관점에서 볼 때에는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초기 벤처투자가 그랬듯, 고액자산가나 재단에서 초기 리스크를 지고 임팩트 투자 ‘판’을 깔아야 시장 생기고 투자자 늘어날 것

유나이터스 대부분의 고액 투자자들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호주 등 이 지역 출신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관심있는지 물어보셨는데, 지금까지 지속된 트렌드를 두고 볼 때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보다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 더 많은 투자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간의 성과도 꽤 괜찮은데, 가령 우리의 마이크로 파이낸스 포트폴리오는 특정 기간 기존 사모펀드 대비 훨씬 더 좋은 수익을 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영역 투자를 위해 운용하는 수백만불 상당의 펀드는 그간 포트폴리오 수익율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는데, 많은 가문에서 관심을 가진다. 내가 제일 처음 시작한 마이크로 파이낸스 펀드 자금은 친구들, 지인들로부터 모았는데, 여기서 난 펀드 수익을 배분했더니 다들 ‘놀랐다’는 반응이었다. 기부라고 생각했지, 수익이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경험에 비춰봤을 때도, 수익을 내서 배분하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이들을 투자하게 만들기도 한다. 같은 사회적 임팩트를 내기 위해서, 기부하는게 아니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권혁태=저도 질문이 있다. 임팩트 투자를 하라고 사람들을 설득할 때,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갔다가도 만약 그런 임팩트기업에서 투자를 받아서 기업이 성장하고 창업자가 돈 많이 벌었는데, 초기 뜻이 변질되고 사회적 미션을 추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 역시 이 질문에서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했다. 다른 임팩트 투자자분들 생각이 궁금하다.

로버트(IIX)=우리도 요새 그런 질문 받는다. 우리는 이렇게 반응한다. 당신은 투자자로서, 기업가의 성공이 당신의 성공과 맞닿아 있기를 원하지 않냐. 임팩트 투자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투자하는 회사가 미션으로부터 멀어질까봐, 혹은 기업가가 미션을 잊어버릴까봐 걱정하는 것인데, 물론 이런 걱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임팩트 투자자로서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미션에 기반해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 없이 다른 하나가 성공할 수 없는, 기업이 성장하고 비즈니스가 잘 될수록 더 큰 임팩트를 내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우려가 일어날 확률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게 우리가 만들어내려는 변화라는 것을 강조한다. 

투자 받고 미션 흐려지면? 미션과 비즈니스가 분리된 게 아니라 기업이 잘 될 수록 더 큰 임팩트 내는 기업에 투자해

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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