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기부 그 후] 아이들의 꿈에 든든한 발이 되어주세요

한없이 두려운 소리, ‘잔액이 부족합니다’

#1. 책가방보다 마음이 더 무거운, 주나의 이야기

‘내일은 30분 일찍 일어나서 걸어가야지.’

여고생인 주나(가명·17)는 아침잠을 줄이고 다른 친구들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교통카드 잔액이 몇 백 원 단위로 줄어들 때마다 마음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방과 후,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분당우리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에듀투게더센터’로 갈 때도 책가방은 여전히 주나의 어깨 위에 있습니다. 가방을 집에 내려놓고 센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집에 가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가방을 동여맨 채 센터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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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가명)가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매일 오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 길이 많다./분당우리복지재단 제공

#2. 저녁밥보다 꿈이 소중한, 태인이의 이야기

“일주일에 3~4일 정도 굶고 군것질 안하면 그럭저럭 학원에 다닐 수 있어요. 40분 정도는 걸어 다녀요. 언덕 두 세 개만 넘으면 금방이니까요.”

대한민국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가 꿈인 태인(가명·16)이는 따뜻한 밥보다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 게 익숙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편안함도 내려놓습니다. 밥 먹을 돈과 교통비를 아껴야 베이스를 배우러 학원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 5만원, 아이들의 든든한 ‘꿈’이 됩니다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의 생활 상담을 진행하면, 교통비에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심지어 아르바이트로 교통비를 충당하는 학생들도 있어 안타까웠죠.”

분당우리복지재단의 박수진 사회복지사는 작년 8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정 학생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이후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 교통비 신청을 받자, 40여명이 저마다 절실한 상황을 적어 신청서를 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부모님께 교통비를 타서 쓸 수는 없어요. 한 시간 거리는 걸어 다녀요.’

‘아버지가 일을 하실 수 없는 상황이라, 어머니가 제게 아르바이트를 권유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열심히 공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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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명의 학생들이 낸 교통비 지원 신청서에는 교통비가 부족해 어려웠던 여러 사정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분당우리복지재단 제공

학생들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요. 총 세 번의 모금함이 진행되는 동안 4000여 명 네티즌들이 십시일반 800만원을 기부했고, 사연을 접한 신한은행은 임직원과 고객이 함께 모은 250여만원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한 프로 농구팀 감독은 재단에 직접 연락해 아이들에게 교통비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매달 일정금액을 후원해주고 계십니다.

기부금뿐만이 아닙니다. 기부자들은 “본인도 학창시절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운 시간을 잘 버티고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공감과 격려 댓글도 이어 달며 학생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들의 ‘교통비 사각지대’를 막아주세요

모금이 시작되고 지난 4월부터 6개월 간 월 5만원씩 교통비 지원금을 받은 학생은 18명. 처음 분당우리복지재단에서는 5명의 청소년들에게 12개월에 걸쳐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기간을 줄이고 지난달 새로 지원자를 선정해 남은 금액으로 교통비를 다시 지원할 예정입니다. 

분당우리복지재단_해피빈_모금_전달식
지난 4월, 18명의 학생들에게 교통비와 교통카드가 전달됐다. 교통카드는 후원자들의 응원메시지가 담긴 로고로 디자인됐다. /분당우리복지재단 제공

교통비를 지원받은 6개월 덕분에, 주나는 집에 무거운 책가방을 내려놓고 센터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태인이도 전과 달리 든든하게 밥을 먹고 베이스 연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좋다”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부모님이 지원을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부모님께 폐를 끼친다는 느낌이 덜해졌죠.” 

먼 거리를 걸어가는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가방, 그보다 더 무거운 학생들의 마음에서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통비 후원이 이어져야 합니다. 주나는 “학교에 더 어려운 친구들이 많은데, 센터에 오지 않아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도움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박수진 사회복지사는 “교통비 지원은 계속 채워 넣어줘야 하는 ‘밑 빠진 독’이지만, 밥을 먹고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하듯 지속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적인 응원을 보내달라”고 전했습니다. 

분당우리복지재단은?…
2006년, 분당우리교회에서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입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세상을 섬기고 사람을 세우는 실천’을 모토로 아동, 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을 펼칩니다. 교육과 문화 복지로 청소년의 꿈을 응원하는 ‘에듀투게더센터’와 ‘컬쳐투게더센터’, 이주여성의 사회 정착을 돕는 ‘다문화카페 우리’, 장애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남시 한마음복지관’ 등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글/ 김리은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사진·자료/ 분당우리복지재단 에듀투게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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