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기부 그 후] 엄마가 되고 사랑의 힘을 알았습니다.

“수인이가 해외로 입양될 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이 아이의 엄마가 돼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갖고 태어난 수인이(심장횡문근종). 생모는 수인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아이 곁을 떠났습니다. 네 곳의 위탁가정을 거친 수인이는 생후 5개월이 되도록 새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가 입양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수인이 역시 국내에서 가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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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네 가족사진.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그 때, 기적처럼 수인이의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엄마는 수인이를 본 순간 “내 아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가족들도 흔쾌히 찬성했습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큰 아들과 11살이던 둘째 딸은 동생이 생긴다는 말에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엄마, 아빠, 오빠, 언니 그리고 수인이. 행복할 줄만 알았던 다섯 식구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 건 가족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수인이를 입양할 때는 심장에만 장애가 있는 걸로 알았어요. 그런데 얼마 후 종합검진에서, 두 가지 희귀 난치병이 발견됐죠. 하루하루를 예측할 수 없게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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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당시 수인이의 모습. /수인이 어머님 제공

수인이가 갖고 있는 두 개의 희귀병은 뇌전증(간질)을 동반하는 결절성 경화증과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이라는 병입니다. 사실상 전신성 장애에 가깝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심장은 물론이고 안과, 피부과, 신경과, 소아정신과까지 전부 연결돼있습니다. 발작을 한 번 할 때마다 언어를 담당하는 전두엽까지 손상이 미칩니다. 외과적인 치료 외에도 수인이가 감각통합, 언어, 인지, 놀이, 음악 등 여섯 개의 각각 다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희귀•난치병이 그렇듯, 이런 치료는 어쩌면 수인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이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기적적으로 가족이 된 수인이를 잃고싶지 않았습니다.

그 때, 홀트아동복지회 인천 사무소 소장님이 수인이 가족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수인이의 수술과 치료를 위해 해피빈 모금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국내외 입양가정과 환아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단체입니다.  수인이 역시 이 기관을 통해 엄마와 아빠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빚을 지고, 큰 아이가 대학을 가면 어떻게든 우리 힘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

홀트아동복지회의 도움과 주변의 응원으로 해피빈 모금을 결심한 이후, 가족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수인이 가족의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두 달만에 무려 3974명의 네티즌이 980만3700원의 기부금을 보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400만 원은 수인이의 치료비를 위해, 나머지 금액은 수인이처럼 장애와 희귀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70명의 아이들을 위해 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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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의 사연을 담은 해피빈 모금함, /해피빈 캡쳐

 기부금, 어떻게 쓰였나?
1) 수인이 치료비 (3,940,000 원)
2) 의료아동치료비 (5,863,700 원)
– 새로운 가정을 찾는 아동 46명의 외래 진료 및 응급 진료비 2,869,640 원
– 아동 20명의 정기 진료비 2,311,560 원
– 아동 4명의 입원 시 임시 보모비 682,500 원

수인이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 아픈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에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과 관심은 가족을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수인이처럼 장애를 갖고 있거나, 희귀질환을 앓고있는 아이의 부모님이 전해준 희망의 메시지는 더할나위 없는 응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울 아가도 아프게 태어나서 그 맘 너무 잘 알아요. 하지만 아가가 주는 기쁨이 넘 커서 하루하루 행복하네요. 홧팅!”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맘입니다. 힘내세요.”
“내가 사는 이 세상에도 참 많은 천사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전 학생이지만 제가 아팠을 때 옆에서 꾸준히 간호해주시던 부모님이 생각나 기부를 했습니다. 힘내세요!”

기부금과 함께 받은 3,974개의 응원은 엄마와 수인이 가족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의 힘으로 남았습니다. 수인이 모금함을 만들기 전까지 “해피빈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엄마는 이제 ‘콩’을 통한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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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이(사진 오른쪽)는 가족의 사랑과 주변의 관심으로 건강하게 자랐다. /수인이 어머님 제공

“이전에는 머리로 깨달아서 도왔다면, 이제는 가슴이 먼저 뭉클해요. 사람들의 삶이 전해지죠. 기부할 때마다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 관심 가져주셨던 해피빈 식구들이 막 생각납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금 이후, 수인이의 큰 형은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동생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장애인 센터를 세우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의 절반을 동생 이야기로 가득 채운 형은 얼마 전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커피판매 봉사를 하면서 센터 건립기금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수인이의 건강도 기적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소아정신과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진단한 자폐증상이 지난 해 10월에는 ‘없음’으로 나타난 것이죠. 아직 충동조절이 안 될 때도 있지만,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면 확실히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엄마는 “모두의 사랑 때문인 것 같다”며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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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트아동복지회에서 보호하고 있는 아기의 모습. /홀드아동복지회 제공

수인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무럭무럭 커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많은 아기들이 국내에서 가족을 찾지 못해 해외로 입양보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내 가정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장애인 거주시설로 가게 됩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이에스더 선생님은 “아이들이 치료가 되면, 국내에서 가정을 찾기 훨씬 수월해진다”고 전했습니다. 치료비 지원이 곧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가정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셈입니다.

 “장애를 갖고 있거나 아픈 아이들도 입양이 돼서 가정을 찾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아픔이 많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가족의 사랑이 있다면 아픔의 절반은 사라질 수 있다’ 는 걸 수인이를 통해 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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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홀트아동복지회 제공

한편, 입양 이후 예상치 못한 의료문제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도 있습니다. 바로 도윤이네 이야기입니다. 9살 때 평생 함께할 가정을 찾았지만, 신경섬유종 진단을 받고 실명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적장애 1급, 시각장애 1급, 뇌병변 6급… 도윤이의 엄마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의 치료를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을까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해피빈 기부를 통해 수인이가 다시 행복을 찾았듯, 도윤이와 도윤이 가족도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페이지(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0947?p=p&s=rsch)에 접속해 콩을 기부하면 도윤이의 섬유종 제거 수술과 언어 치료를 도울 수 있습니다.

글/오다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www.betterfuture.kr
사진·자료/홀트아동복지회 www.holt.or.kr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는?…

한국전쟁 직후,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입양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인이와 도윤이처럼 입양 전 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의료지원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아이들이 사랑 받으며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정을 찾아주는 일은 홀트아동복지회의 최우선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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