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이가 해외로 입양될 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이 아이의 엄마가 돼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갖고 태어난 수인이(심장횡문근종). 생모는 수인이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아이 곁을 떠났습니다. 네 곳의 위탁가정을 거친 수인이는 생후 5개월이 되도록 새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가 입양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수인이 역시 국내에서 가족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 때, 기적처럼 수인이의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엄마는 수인이를 본 순간 “내 아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가족들도 흔쾌히 찬성했습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큰 아들과 11살이던 둘째 딸은 동생이 생긴다는 말에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엄마, 아빠, 오빠, 언니 그리고 수인이. 행복할 줄만 알았던 다섯 식구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 건 가족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수인이를 입양할 때는 심장에만 장애가 있는 걸로 알았어요. 그런데 얼마 후 종합검진에서, 두 가지 희귀 난치병이 발견됐죠. 하루하루를 예측할 수 없게 된거죠.”
수인이가 갖고 있는 두 개의 희귀병은 뇌전증(간질)을 동반하는 결절성 경화증과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이라는 병입니다. 사실상 전신성 장애에 가깝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심장은 물론이고 안과, 피부과, 신경과, 소아정신과까지 전부 연결돼있습니다. 발작을 한 번 할 때마다 언어를 담당하는 전두엽까지 손상이 미칩니다. 외과적인 치료 외에도 수인이가 감각통합, 언어, 인지, 놀이, 음악 등 여섯 개의 각각 다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희귀•난치병이 그렇듯, 이런 치료는 어쩌면 수인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이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기적적으로 가족이 된 수인이를 잃고싶지 않았습니다.
그 때, 홀트아동복지회 인천 사무소 소장님이 수인이 가족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수인이의 수술과 치료를 위해 해피빈 모금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국내외 입양가정과 환아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단체입니다. 수인이 역시 이 기관을 통해 엄마와 아빠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빚을 지고, 큰 아이가 대학을 가면 어떻게든 우리 힘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
홀트아동복지회의 도움과 주변의 응원으로 해피빈 모금을 결심한 이후, 가족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수인이 가족의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두 달만에 무려 3974명의 네티즌이 980만3700원의 기부금을 보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400만 원은 수인이의 치료비를 위해, 나머지 금액은 수인이처럼 장애와 희귀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70명의 아이들을 위해 보내졌습니다.
기부금, 어떻게 쓰였나?
1) 수인이 치료비 (3,940,000 원)
2) 의료아동치료비 (5,863,700 원)
– 새로운 가정을 찾는 아동 46명의 외래 진료 및 응급 진료비 2,869,640 원
– 아동 20명의 정기 진료비 2,311,560 원
– 아동 4명의 입원 시 임시 보모비 682,500 원
수인이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 아픈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에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과 관심은 가족을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수인이처럼 장애를 갖고 있거나, 희귀질환을 앓고있는 아이의 부모님이 전해준 희망의 메시지는 더할나위 없는 응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울 아가도 아프게 태어나서 그 맘 너무 잘 알아요. 하지만 아가가 주는 기쁨이 넘 커서 하루하루 행복하네요. 홧팅!”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맘입니다. 힘내세요.”
“내가 사는 이 세상에도 참 많은 천사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전 학생이지만 제가 아팠을 때 옆에서 꾸준히 간호해주시던 부모님이 생각나 기부를 했습니다. 힘내세요!”
기부금과 함께 받은 3,974개의 응원은 엄마와 수인이 가족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의 힘으로 남았습니다. 수인이 모금함을 만들기 전까지 “해피빈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엄마는 이제 ‘콩’을 통한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전에는 머리로 깨달아서 도왔다면, 이제는 가슴이 먼저 뭉클해요. 사람들의 삶이 전해지죠. 기부할 때마다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 관심 가져주셨던 해피빈 식구들이 막 생각납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금 이후, 수인이의 큰 형은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동생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장애인 센터를 세우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의 절반을 동생 이야기로 가득 채운 형은 얼마 전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커피판매 봉사를 하면서 센터 건립기금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수인이의 건강도 기적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소아정신과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진단한 자폐증상이 지난 해 10월에는 ‘없음’으로 나타난 것이죠. 아직 충동조절이 안 될 때도 있지만,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면 확실히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엄마는 “모두의 사랑 때문인 것 같다”며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수인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무럭무럭 커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많은 아기들이 국내에서 가족을 찾지 못해 해외로 입양보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끝내 가정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장애인 거주시설로 가게 됩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이에스더 선생님은 “아이들이 치료가 되면, 국내에서 가정을 찾기 훨씬 수월해진다”고 전했습니다. 치료비 지원이 곧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가정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셈입니다.
“장애를 갖고 있거나 아픈 아이들도 입양이 돼서 가정을 찾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면 아픔이 많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가족의 사랑이 있다면 아픔의 절반은 사라질 수 있다’ 는 걸 수인이를 통해 배웠거든요.”
한편, 입양 이후 예상치 못한 의료문제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도 있습니다. 바로 도윤이네 이야기입니다. 9살 때 평생 함께할 가정을 찾았지만, 신경섬유종 진단을 받고 실명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적장애 1급, 시각장애 1급, 뇌병변 6급… 도윤이의 엄마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의 치료를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을까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해피빈 기부를 통해 수인이가 다시 행복을 찾았듯, 도윤이와 도윤이 가족도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페이지(http://happybean.naver.com/donations/H000000130947?p=p&s=rsch)에 접속해 콩을 기부하면 도윤이의 섬유종 제거 수술과 언어 치료를 도울 수 있습니다.
글/오다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www.betterfuture.kr
사진·자료/홀트아동복지회 www.holt.or.kr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는?…
한국전쟁 직후,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입양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인이와 도윤이처럼 입양 전 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의료지원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아이들이 사랑 받으며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가정을 찾아주는 일은 홀트아동복지회의 최우선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