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지역사회가 자생력 갖도록 교육과 컨설팅 지원하겠다”

김재현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
‘CB시범사업단’ 작년 9월 출범
‘간세인형’ ‘성미산 마을’처럼 지역 스스로가 문제해결해야

간세인형
간세인형

요즘 뜨는 제주도 관광코스 ‘제주올레’에 가면 특별한 기념품을 볼 수 있다. 버려지는 옷과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든 조랑말 인형인 ‘간세인형’이다. 제주의 상징인 조랑말 모양으로 만들어진 간세인형은 관광객들 사이에 꽤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간세인형 판매수익의 3분의 1이 이 인형을 만드는 18명의 제주지역 여성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다. 평생을 집안일만 하며 살아온 제주 지역 여성들은 간세인형을 만들면서 수입도 올리고, 자신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은 제주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간세인형을 판매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안은주 사무국장은 지난달 22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커뮤니티비즈니스 국제심포지엄에서 “몇십년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분들이 공방에서 형형색색의 천을 늘어놓고 디자인을 서로 상의하는 모습이 일류 디자이너 못지않아 보여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간세인형 공방사업’처럼 지역사회의 현안을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는 기업형 사업체를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라고 한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작년 9월 정식 출범한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범사업단(이하 CB시범사업단)’은 커뮤니티비즈니스라는 새싹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CB시범사업단은 지난해 전국의 커뮤니티비즈니스를 꿈꾸는 47곳의 사업지원신청을 받아 그 중 10곳을 선정했다. CB시범사업단은 이들을 위해 지역자원을 조사하거나 인재육성교육을 하거나 상품개발 및 마케팅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등 다방면의 지원을 하고 있다.

신보경기자_사진_지역사회_김재현교수_2011CB시범사업단을 만든 주역은 건국대학교 환경과학과 김재현(46·사진) 교수다. 김 교수는 2007년 안식년을 맞아 일본의 한 농촌마을에 다섯 달 동안 머문 것을 계기로 커뮤니티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됐다. 커뮤니티비즈니스가 보편화된 일본의 농촌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에 옮겼다.
예를 들어 기차 역사가 무인역사로 바뀌면서 빈공간이 생기자 주민들이 공동출자를 해서 가게를 만들어 기차역에서 유기농 빵이나 야채를 팔기도 하고, 귀농한 사람들에게 집이나 땅 등을 중개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펼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런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보면서 커뮤니티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한국도 일본처럼 커뮤니티비즈니스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기관이 필요했다. 여러 부처를 거쳐 다행히 지식경제부와 끈이 닿았고, 마침내 시범사업단도 꾸리고 단장까지 맡게 됐다.

김 교수는 한국의 지역 사회가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생력을 키워줄 커뮤니티비즈니스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지역 사회의 현실을 “자생력이 없어요. 중앙 정부가 지역 발전 지원 사업을 추진할 때만 ‘마약을 한 것처럼’ 일시적으로 활력을 띠지요”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 교수가 바라보는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방편”이다.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최종목표는 ‘지역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지향점을 말하며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마을’을 예로 들었다. 성미산 마을은 마을 탁아소를 만들어서 공동으로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공동체로 주민들끼리 카페, 반찬가게 등의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마을은 벌써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어간다. 김 교수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처럼 지역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구성원을 대할 때 이념이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료로 생각한다”며 “이런 생활 속 시민의식이야말로 공동체 사회의 지표이자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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