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주최한 ‘블록체인 포 소셜 임팩트(Blockchain for social impact)’ 컨퍼런스가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엔개발계획(UNDP)·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 하라(HARA)·에이드테크(AID: Tech)·SK C&C 등 블록체인 기술 회사, 아름다운재단·행복나눔재단 등 비영리단체가 참여해 블록체인과 사회적 가치의 접점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나온 주요 연사의 발언을 정리했다.
“결국 블록체인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도구’입니다. 블록체인을 ‘솔루션(solution)’이 아닌 ‘인프라(infra)’로 이해한다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이익과 기회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종건 그라운드X 디렉터)
이종건 그라운드X 에코·소셜임팩트팀 디렉터는 기조연설에서 “수년 전부터 블록체인과 소셜임팩트를 연결짓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유스케이스(적용 사례)도 많지만, 블록체인이 문제를 다 풀어내는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 자체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공공의 이익 증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 디렉터는 “결국은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런 기술적인 특성이 있으니까 주목한다’가 아니라 ‘이런 기술이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보다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한 산간마을에 블록체인이 적용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유럽의 소비자들은 가난하지만 근면한 농부들이 생산한 유기농 쌀을 높은 가격(premium price)을 지불하면서 기꺼이 사려고 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은 ‘제값’을 주고 사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솔린임 옥스팜 캄보디아 소장)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프레아 비히어 지역에서 농업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블록 라이스(Block Ric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농부, 농업 회사, 수출업자, 수입업자, 유통업자, 소비자 등 쌀 생산망(Rice value chain)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끌어들여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캄보디아 농부들이 농산물 거래 중개인이나 유통업자와 비교해 쌀 생산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가격협상력이 낮아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쌀의 생산, 재배,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특정 이해당사자가 폭리를 취할 수 없고, 소비자는 질 좋은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솔린임 소장은 블록 라이스 프로젝트를 영화에 비유했다. 그는 “블록 라이스에 참여하는 캄보디아의 근면한 농부들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제목은 ‘생활 임금'(livinf wage)’가 될 것”이라며 “농부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와 관련해 사람들이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가 ‘믿음’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기부도 없다는 것이죠. 블록체인은 신뢰를 구축하는 기술입니다. ‘기부포비아’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선민 SK C&C 수석)
블록체인 포 소셜 임팩트 컨퍼런스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블록체인 ▲기부·임팩트 투자를 위한 블록체인 등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선민 SK C&C 수석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부 문화 개선을 주제로 연설했다. SK C&C는 현재 ‘체인지(Chainz)’라는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원화와 일대일로 교환할 수 있는 ‘SVC(Social Value Coin)’라는 코인을 기부하면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부 흐름이 모두 기록되는 시스템이다. 기부자는 기부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기부에 대한 보상으로 ‘SVP(Social Value Power)’라는 코인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SVP는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수석은 “밀레니얼세대는 기부에 있어서도 자기주도적인 성향을 보이는 밀레니얼세대에 적합한 방식”이라며 “단단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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