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모금의 투명성과 기부자의 알 권리’ 심포지엄이 열렸다. 행사는 한국모금가협회가 주최하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이 후원해 비영리단체, 정부기관, 기업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노현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모금 활동가 4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부자의 알 권리 인식 및 실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설문 참여 단체 중 85%가 기부금영수증 제공 정보 등 법적인 의무사항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었다. 반면에 기부자들이 단체활동을 이해하고 기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외부전문가의 세무확인은 시행하고 있었지만(82%) 그 결과를 공개하는 곳은 69.1%에 그쳤다. 법에 근거한 모금활동이라는 증명자료를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모금실행 계획서를 작성하는 곳도 각각 62.2%와 67.6%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모금활동의 메뉴얼이 갖춰져 있느냐는 질문에는 36.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노현희 교수는 “단체들의 모금활동이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돼 있고, 종사자들도 눈앞의 모금 성과와 관련된 것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건전한 운영과 기부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활동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어 아쉬웠다”고 평했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단순히 정보만을 나열한다고 해서 투명성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며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단체들은 모금 투명성 달성을 위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연대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중석에서는 “단체 종사자들의 건강한 노동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투명성 강화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대형 비영리단체의 경우에도 모금팀 규모가 4~5명, 회계팀은 1~2명에 불과한데 보다 규모가 작은 단체에서는 직원 몇 명이 단체 운영, 모금, 회계, 홍보 등 모든 업무를 다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는 것. 이에 한성욱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는 “모금활동이 90이라면, 투명성 관련 일은 최소 10 정도로 균형을 맞추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비영리단체가 내부적으로 업무 비율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모금가협회는 이번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오는 12월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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