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서울·경주·부산까지… 어둡던 골목길에 가로등 불밝혔네요

한국수력원자력 사회 공헌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어요. 밤에는 아예 본관과 의과대학 사이를 오가지 않는 게 학생들 사이에 ‘불문율’이었죠.” (이정민·25· 동국대 영문학과3)

경북 경주시 석장동에 위치한 동국대 경주 캠퍼스는 본관 등 주요 건물들과 1㎞ 떨어진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부지 사이에 차도가 3개나 있다. 그중 본관 캠퍼스와 가장 가까운 ‘석장길’은 일방통행의 좁은 갓길이다. 신호등도, CCTV도 없어 대부분의 차들이 규정 속도를 위반한 채 빠르게 달린다.

하지만 본관 쪽에 원룸들이 몰려있어 많은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건너다녀야 했다. 이곳에 지난 16일 저녁 6시 반, 눈부시게 밝은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역 사정을 듣고 태양광가로등 66개를 설치지원한 것이다. 임정은(21· 간호학과3년)씨는 “가로등이 생긴 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차도와 인도가 구별돼, 마치 새 길을 다니는 기분”이라며 “이젠 밤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16일 저녁, 동국대 경주 캠퍼스에서는 경주시 석장동에 설치된 ‘안심가로등’ 66개의 점등식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조석(왼쪽에서 다섯째) 한수원 사장 등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16일 저녁, 동국대 경주 캠퍼스에서는 경주시 석장동에 설치된 ‘안심가로등’ 66개의 점등식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조석(왼쪽에서 다섯째) 한수원 사장 등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어두운 밤길을 개선하기 위한 한수원의 사회공헌이 확대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업(業)의 특성을 살려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안전위험구역에 태양광가로등을 설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안심 가로등 사업’을 전국에 실시하고 있는 것. 지난해 시범적으로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에 3억원을 들여 가로등 37개를 설치해 시공 기술과 운영 방식을 터득했다.

올해부터 밀알복지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6월부터 이달까지 경북 영덕·전북·고창·경북·경주 등 4개 지역에 가로등 192개를 설치 완료했다. 전혜수 한수원 사회공헌팀장은 “우선 시급히 가로등 설치가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특히 고심했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단을 꾸려, 직접 현장을 방문해 평가한 뒤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달에는 서울 금천구(36개)와 부산 서구(25개)에도 각각 가로등이 생길 예정이다. 특히 서울 금천구와 부산 서구는 사업 소식을 듣고 한수원에 직접 가로등 설치를 요청해왔다. 태양광 LED 가로등은 기존 가로등보다 1.5배 밝은 데다, 가로등 운영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가로등은 낮시간 동안 충전된 태양광으로 밤에 불을 밝히며, 한 번 충전으로 5일 정도 이용 가능해 장마철이나 흐린 날씨에도 끄덕이 없다. 덕분에 가로등 1개당 들어가는 연간 전기료(평균 6만4000원)를 절약할 수 있는데다, 수명이 기존 가로등보다 5배 가까이 길어 가로등 교체에 드는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설치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홍제동에 사는 조선미(31)씨는 “오르막길이 많아 가로등이 없을 땐 겨울철 눈길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고 한번은 크게 다치기도 했는데, 지난해 가로등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안전하게 길을 다니게 됐다”며 “안심가로등이 설치돼 특히 동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올 연말 태양광 안심 가로등 사업을 평가하고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안심가로등 사업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내부적으로는 원자력 안전을 더욱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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