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무담보 소액대출, 취업·창업 교육, 법률지원… 작은 도움으로 ‘큰 희망’을 선물

아모레퍼시픽 ‘아름다운 세상 기금’

수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형숙(가명·48)씨는 홀로 아들을 키우는 모자(母子) 가정의 여성가장이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형숙씨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형숙씨에게 아름다운 재단과 아모레퍼시픽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 기금’이 찾아왔고, 형숙씨는 이 기금에서 3000만원을 대출받아 작은 미용실을 개업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해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온 지 3년 반, 그 사이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전문대를 졸업한 아들은 바리스타로 취직을 했고 가족은 전세자금을 모아서 내년 정도에는 조그마한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겠다는 계획도 세우게 됐다. 형숙씨처럼 조금만 부축해주면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가 저소득층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딧)이다.

희망가게 50호 개점 기념식에 참석한 이들이 희망가게의 번창을 기원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희망가게 50호 개점 기념식에 참석한 이들이 희망가게의 번창을 기원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형숙씨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아름다운 세상 기금은 지난 2003년에 조성됐다. 작고한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서성환 회장(1923~2003)이 당시 돈으로 5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주식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저소득층 여성 가장과 그 아동의 자활을 위한 교육과 창업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빈곤 탈출의 길을 열어주고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 자녀들의 건강한 삶을 이끌어 내라는 유지였다. 이 유지를 이어받아 집행되는 아름다운 세상 기금을 통해 가게를 열면 ‘희망 가게’라는 이름을 붙였다.

11월 30일 현재 전국에 희망가게는 89개 점이 있다. 형숙씨처럼 기술을 이용해 창업하는 이도 있고, 음식점을 개업하는 이도 있다. 산업폐기물에서 부품을 추출하여 다시 활용하도록 하는 재활용사업, 개인택시 창업이 있었으며, 철저한 교육과 준비기간을 거쳐야 하는 자동차 외형복원사업으로 창업한 경우도 있다.

희망가게는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법률적인 지원도 제공한다. 직업 교육이 필요하면 교육의 기회를, 세무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전문가를 연결시켜 준다. 한국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돈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효과는 꾸준히 입증되고 있다. 돈을 빌려간 사람들은 이자를 포함해 매달 꼬박꼬박 상환을 해오고 있고, 먼저 희망 가게를 창업한 어머니들이 동종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모자가정 세대주 어머니들의 컨설팅을 해주면서 나눔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이렇게 점점 더 커질 나눔의 흐름 밑에는 한 기업인의 뜻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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