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45만명의 허기 달래는 ‘빨간차’가 달린다

BC카드 사회공헌 ‘빨간밥차’ 10년
전국 9개 지역에 13대 밥차 기증…독거노인·노숙인에게 식사 제공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새벽 3시부터 하루를 시작해요.”

경기 광명시에 사는 임종권(23·숭실대 전기공학부4)씨의 말이다. 대중교통도 없는 시간, 자전거로 30분을 내달려 찾는 곳은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새벽 인력시장이 열리는 장소다.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일용직 노동자 100여명이 매일 새벽 북새통을 이루는 곳.

“여기에 ‘빨간밥차'(한 번에 600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차량)가 오거든요. 테이블을 닦거나 수저나 위생장갑을 나눠주고, 국밥 배식을 하는 게 제 일이죠. 집에 돌아가면 (오전) 9시가 다 돼요.”

지난 9월 시작된 봉사 초기에는 ‘스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별 뜻 없이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덧 10개월이 훌쩍 흘렀다. 이젠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 정도 했으면 됐다”며 말릴 정도지만 임씨는 놓을 마음이 없다.

“취업이나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자신감이 떨어져 무기력한 생활을 했었죠. 그런데 봉사를 하고 나선 자신감이 커지고 생활의 활력도 높아졌어요.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그 뿌듯함이 한 주를 가요. 주변에서 ‘참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임씨는 현재 BC카드의 ‘빨간밥차 봉사단’에서 활동 중이다. 임씨 외에도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봉사자 100여명이 함께한다.

빨간밥차 배식 봉사 장면. 빨간밥차는 취사·냉장 기능을 탑재한 특수 차량으로 한 해 평균 45만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BC카드 제공
빨간밥차 배식 봉사 장면. 빨간밥차는 취사·냉장 기능을 탑재한 특수 차량으로 한 해 평균 45만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BC카드 제공

BC카드의 ‘사랑,해 빨간밥차'(이하 빨간밥차)는 이 회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05년 취사·냉장시설을 완비한 5t 차량을 직접 제작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시작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서울(용산노인복지관 외 2곳), 대구(사단법인 사랑해밥차), 부산(로사리오카리타스), 광주(시영종합사회복지관), 여수(여수시노인복지관) 등 전국 9개 지역 13개 단체에 13대의 밥차를 기증했다. 지난해 1월엔 필리핀 태풍 피해지역 구호에 나선 NGO ‘기아대책’을 도와 타클로반 지역에 밥차를 파견하기도 했다(타클로반 현지의 배식 봉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빨간밥차로 허기를 달래는 사람은 한 해 45만여 명에 이른다.

단순히 차량을 건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BC카드 관계자는 “차량을 기증한 기관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차량 관리 및 수리 비용과 배식활동에 필요한 운영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부터 BC카드가 모집·운영하기 시작한 ‘빨간밥차 봉사단’도 이러한 후방 지원의 한 축이다. 누구나 쉽게 참여 가능한 봉사단을 통해 빨간밥차를 사회 구성원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청년·주부·직장인·은퇴자 등 100여명의 다양한 봉사자들이 전국 10개 지역에서 참여하는데, 매주 2~5회 활동하는 기관별 스케줄에 맞춰 식재료 준비부터 배식, 설거지까지 무료 배식 전 과정을 돕는다. BC카드 관계자는 “현재 2기(한 기수 6개월 운영)가 활동 중인데, 1기의 30% 정도가 2기에 재신청할 정도로 봉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봉사단원들은 수시로 공식카페(cafe.naver.com/bclovesun)를 통해 서로의 활동을 공유한다. 1기에 이어 2기로도 활동 중인 임종권씨는 “BC카드에서 꾸준히 봉사에 대한 집체(集體)교육을 하고, 다른 봉사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 주는데, 이런 배려가 봉사자들의 동기부여를 강하게 하고, 진정성을 갖게 한다”고 했다. 올해 초 1기를 마친 임씨는 우수 봉사자로 선발돼 지난 1월 필리핀 타클로반 해외 봉사활동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은 “앞으로도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희망을 나누며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빨간밥차 봉사단을 비롯해, ‘사랑나눔 축제'(어르신 500명과 봉사자 100명이 함께하는 야외 나눔행사), ‘빨간밥차 소셜셰어링'(지자체·공공기관·NGO 등이 주최하는 행사에 밥차를 파견하는 활동), ‘사랑,해 북카(Book Car) 사업'(문화소외지역에 책을 싣고 찾아가는 활동) 등 사회공헌 인프라를 공유하는 사업을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