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반려동물신고제 시행 3년, 과태료 부과 한 건도 없어

실효성 없는 반려동물 신고제, 대안은?

전문가들은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반려동물등록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반려동물등록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의무사항이고 시행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제 주위엔 ‘그게 뭐냐’는 분들이 더 많아요.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사실은 한 건도 없었어요. 실효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죠.”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한 동물보호 시민단체 관계자의 반응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기 동물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 반려동물의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률로, 지난 2008년부터 시·도에서 선택적으로 시행해오다가 2013년부터 전국으로 확대·시행됐다. 이 제도는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3개월 이상의 개에게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인식 목걸이’ 등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지역의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 비영리단체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가까운 등록대행업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록번호와 소유자 인적 사항을 관할 시·군청에 고지하고 ‘동물등록증’을 발급받으면, 반려동물이 지자체 데이터망에 포함돼 해당 동물의 분실이나 유기를 막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등록을 마친 반려동물은 총 88만7966마리(2014년 기준)로, 이는 전체 등록 대상 수의 55.1%에 이른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도 끊이질 않는다. 단속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동물보호법(제5조)에는 대상 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4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시행 3년째가 되도록 과태료 부과는 ‘0’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 관계자는 “지자체에 등록을 하고, 미등록 시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는 구조인데, 지자체의 관심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중앙 부처의 전담 인력도 2명밖에 없어 모든 부분을 관리하긴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다”며 “동물보호법상 유기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구청에 민원을 넣고, 경찰에 신고해도 함흥차사였던 적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가정에서도 굳이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한진수 건국대 수의과 교수는 “정부에선 반려동물 등록률이 50% 정도라고 밝히지만, 전체 동물 대상 수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수치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려동물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모(38·경기도 분당)씨는 “동물병원에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등록 칩이 발암물질이라거나 유해 전자파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 상황에서 비용까지 들여가며 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했다. 내장형은 2만원(수술비 별도), 외장형은 1만5000원, 등록인식표는 1만원의 비용을 반려동물 가정에서 직접 내야 한다.

내장·외장·목걸이형을 둘러싼 논란도 제도 정착을 저해하는 요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적용한 마이크로 칩을 동물의 몸속에 삽입하는 내장형이 유기 동물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종양이나 바이러스가 생긴다는 루머가 돌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고 했다. 농축산부는 내장형의 안정성과 무해성을 적극적으로 홍보, 점진적으로 비율을 높여가며 올 연말까지 내장형으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시행 초기의 부침을 겪고 있지만, 미국·일본·유럽 등에선 이미 ‘반려동물 등록제’를 통해 체계적인 동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진수 건국대 교수는 “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구입할 때 일정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비돼 있는데, 이는 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높여 유기 동물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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