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내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을까? 걱정마세요, ‘도너스’가 알려드려요

기부금 관리하는 혁신기업 ‘도너스’

기부금 흐름 볼 수 있는 시스템 운영
현재 관리하는 자금 규모만 1조원
개인이 후원 이끄는 시스템도 개발

이민주(가명)씨는 A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다음해 기부금 사용 내역 보고서 한 장을 받았다. 좌우 2단으로 나뉜 종이 왼편에는 이씨의 총 기부액과 그중 사용된 금액이 적혀있었고, 오른편엔 사업별로 해당 기부금의 사용처, 사용 금액, 사용 날짜 등 상세 내역이 정리돼 있었다. 이씨는 예전엔 비영리단체가 1년 동안 전체 후원금을 어떻게 썼는지만 알 수 있었는데, 이젠 낸 기부금이 사업별로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기부자 본인이 낸 기부금 1원까지도 언제,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사회혁신 기업 ‘도너스’의 기금 흐름 추적 시스템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 기부금 흐름 추적 시스템 탄생과 운영의 중심에 장혜선(33)·함종민(32) 두 청년이 있다.

(왼쪽부터) 함종민 이사. 장혜선 이사.
(왼쪽부터) 함종민 이사. 장혜선 이사.

“2007년부터 2년 동안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기업인 크레비스에서 일하면서, 서울대학교 발전기금 관리 시스템을 운영했죠. 그때 기부자들이 사용 내역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몇 천 억대 기금을 관리하다 보니, 후원금을 기부자별로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죠. 이를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면 기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국내 기부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기부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시스템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2009년 도너스를 설립, 기부금 관리 시스템 연구를 시작했다. 컴퓨터관련 석사를 취득한 장 이사를 필두로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혔다. IT 관련 기술력은 높았지만, 모금이나 회계 및 사용자 편의를 위한 디자인 등의 업무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

장 이사는 “관련 제품 개발 경험이 없다 보니 설계안을 여러 번 폐기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아 고객들에게 직접 사용해보도록 하면서 시스템을 계속 정비했다”면서 “국내 회계법인, 디자인 전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보완했고, 그렇게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2011년 기부금 흐름 추적 기술을 특허로 등록한 도너스는 기부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서울대 의과대학, 충남대, 건국대, 가톨릭 중앙의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대규모 기관들의 기부금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도너스가 관리하는 기부금 규모만 1.2조원(2013년 말 기준)에 달한다. 직원도 8명으로 늘었다. 모두 평균 연령 28세 청년이다.

지난해 도너스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도전했다. 기부자가 직접 모금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연구·개발한 것. 월드비전의 컨설팅 의뢰가 계기가 됐다. 당시 월드비전은 40만명 이상의 후원자가 참여할 수 있는 ‘후원자 주도형 모금 서비스’를 원하고 있었다. 이에 도너스는 후원자 수십명과 월드비전 관계자 인터뷰, 워크숍 등을 통해 ‘오렌지 액트(Orange Act)’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후원자가 직접 모금 페이지를 개설하고, 지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할 수 있는 모금 전문 웹페이지다. 반응은 뜨거웠다. 시범 서비스 오픈 1주일 만에 400개 이상의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다.

도너스의 기금흐름추적시스템을 이용하면 기부금 사용 내역 보고서가 자동 생성된다. 기부자들은 이를 직접 받아보거나 웹사이트를 통해서 조회할 수 있다.
도너스의 기금흐름추적시스템을 이용하면 기부금 사용 내역 보고서가 자동 생성된다. 기부자들은 이를 직접 받아보거나 웹사이트를 통해서 조회할 수 있다.

함 이사는 “한 후원자는 오렌지 액트 모금 페이지를 개설하면서 기부가 안 될까 봐 걱정했는데 목표액을 금방 채우고, 친구들로부터 ‘좋은 곳에 기부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더라”면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시스템 오류를 직접 정리해서 보내주는 월드비전 후원자분들을 보면서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기부금 모집·관리 노하우를 갖춘 도너스는 최근 소규모 단체를 위한 기부금 관리 시스템 ‘미니(Mini)’를 개발하는 중이다. 현재 다문화 가정·북한 이탈 청소년 등을 위한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에 무료 보급해, 함께 시스템을 보완하는 중이다.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일수록 구성원이 자주 바뀌고 노하우가 부족해 기부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사람이 바뀌더라도 모금 관리를 쉽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대형 기관들의 기금 관리 시스템을 소규모 비영리단체를 위한 맞춤형 제품으로 만드는 중입니다. 도너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믿고 기부할 수 있겠다’라는 인식을 높이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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