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사회공헌 준비생, 다양한 경험·기획력이 중요”

대학생들이 가고싶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 4명… 그들의 현장 이야기

루게릭 환자에게 안구 마우스
“아들아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7년만에 전한 메시지

베트남서 일주일에 141명 수술
수시로 정전돼 문 열어놓고 작업
열악한 환경서도 몰두하던 모습 선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기업 사회공헌팀의 인기는 높아지는 데 반해, 담당자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지난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기업(‘매출 상위 100대 기업 고용 브랜드 조사’,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으로 꼽힌 기업 4곳의 사회공헌 담당자 4명의 입사 과정부터 현장 비하인드까지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성희(28)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 강세영(30) SK텔레콤 CSV실 CSV운영팀 매니저, 김명호(31) CJ CSV경영실 대리, 양지원(32)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사회공헌그룹 매니저(이상 ‘가나다순’) 등이 좌담회에 참석했다. 편집자 주


“진정한 사회공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기업사회공헌 주니어 담당자 4인(왼쪽부터 김명호 CJ CSV경영실 대리, 양지원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매니저, 강세영 SK텔레콤 CSV운영팀 매니저, 강성희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이 같은 꿈을 꾸는 예비 사회공헌담당자들에게 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조철희 더퍼스트 기자
“진정한 사회공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기업사회공헌 주니어 담당자 4인(왼쪽부터 김명호 CJ CSV경영실 대리, 양지원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매니저, 강세영 SK텔레콤 CSV운영팀 매니저, 강성희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이 같은 꿈을 꾸는 예비 사회공헌담당자들에게 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조철희 더퍼스트 기자

사회=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로 가는 길은 ‘좁은 문’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사회공헌 파트에 합류하게 됐나.

강성희(이하 강)=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글로벌기술센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이듬해 임직원 선발 해외봉사단을 통해 잠비아에 갔었다. IT센터 등 봉사단 활동을 통해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2013년 사회봉사단사무국에 지원했다.

강세영(이하 세)= 대학에서 CSR 리포트를 쓰던 중 SK 사회공헌 사업을 접했다. 당시 기업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시혜적 성격이 강한 사업을 생각했었는데, 결식 이웃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복 도시락’이나 대학생 봉사단 ‘써니’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무척 흥미로웠다. 이후 2010년 SK에 입사, 지금까지 6년째 CSV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지원(이하 양)= 제가 써니 1기 출신인데 강 매니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감회가 무척 새롭다. 저는 서울시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포럼’에 참여하면서 CSR을 처음 접했다. 이후 보잉사 CSR팀 인턴십을 거쳐 미국에서 CSR을 공부했다. 특히 포스코의 CSR에 관심이 많아 해외 리쿠르팅 현장에 입사 지원서 대신 질문지를 들고 찾아갈 정도였다. 그때 연구 자료를 요청했던 것이 계기가 돼, 2011년부터 포스코 사회공헌 그룹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김명호(이하 김)= 전공이 사회복지학인지라 평소에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2010년 CJ헬로비전에 입사해 영업을 하다, 2013년 CSV 경영실로 옮겨 CJ나눔재단 업무를 맡고 있다. 입사 초 직무 면담 때 ‘사회공헌 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3년 만에 기회를 얻었다.

강성희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 - 1986년생. 건국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 전공 2010년 입사(글로벌기술센터) /삼성전자 제공
강성희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대리 – 1986년생. 건국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 전공 2010년 입사(글로벌기술센터) /삼성전자 제공
강세영 SK텔레콤 CSV실 CSV운영팀 매니저 - 1985년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전공 2010년 입사 /SK텔레콤 제공
강세영 SK텔레콤 CSV실 CSV운영팀 매니저 – 1985년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전공 2010년 입사 /SK텔레콤 제공

◇7년 만의 대화, 정전 속 수술까지 ‘잊지 못할 순간들’

사회=직무 특성상 수많은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 사내 ‘창의개발연구소(C-Lab)’에서 개발한 안구 마우스 ‘아이캔’의 테스트를 위해 루게릭(근육위축가쪽경화증) 환자 한 분을 뵌 적이 있다. 사용법을 알려드리자 가장 먼저 메모장을 열어서 ‘아들아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라고 쓰시더라. 7년 동안 아들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던 아버지가 아들과 나눈 첫 대화였다.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 일하는 자세에 대한 고민이 들 때마다 모잠비크 새마을농업훈련원의 이상범 원장님을 떠올린다. 매일같이 모든 교육생의 손을 맞잡으며 격려하는 그분의 진정성 덕분에 모잠비크 훈련원은 4년째 성공리에 운영 중이다. 공동 농장 소득이 커지면서 마을협동조합 형태로 나갈 예정이다. 원장님을 통해 아무리 좋은 기획과 전략이라도 신념과 진정성이 없으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 3년 차가 되던 해, 베트남 얼굴 기형 어린이 수술 지원 사업에 동행했다. 백롱민 교수님과 더불어 분당서울대학병원 의료진 40여분이 함께 일주일간 141명을 수술하는데 수시로 정전이 되는 통에 모든 창을 열어놓아야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낮은 자세로 현장에 몰두하셨던 그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도 나태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 사회공헌 새내기로 활동한 지난 1년, 가장 가슴 아팠던 현장은 진도다.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에서 8개월간 전 계열사 임직원 3000여명이 번갈아가며 급식 봉사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봉사하고 싶다’며 문의를 하는 직원 분들이 부쩍 늘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계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김명호 CJ CSV경영실 대리 - 1984년생. 충남대학교 사회복지학 전공 2010년 입사(CJ헬로비전) /조철희 더퍼스트 기자
김명호 CJ CSV경영실 대리 – 1984년생. 충남대학교 사회복지학 전공 2010년 입사(CJ헬로비전) /조철희 더퍼스트 기자

◇’우리는 기업인’… 사회공헌에서도 전문성과 진정성 갖춰야

사회= 기업이 사회공헌을 잘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기업 사회공헌이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지속 가능성’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는 베이비부머와 청년 세대의 IT 기반 창업을 지원하는 CSV 프로젝트로 사회공헌을 기업 비즈니스와 연결시켜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한 결과다.

= 강 매니저 말씀처럼 회사의 역랑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 사업에서 대상을 받은 ‘시각장애인 버스 탑승 솔루션’은 실현 지원금 4000만원을 받아 올해부터 서울시 버스 시스템 일부에서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등 임직원이 멘토로서 사회문제 해결책의 구현부터 적용까지 함께해 의미가 크다.

= 특정 분야에 지속적으로 공헌하며 NGO 등 관련 단체와 교류하는 것도 방법이다. CJ나눔재단은 2005년부터 ‘CJ도너스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10년간 4000여개 유관 기관과 아동 복지 노하우를 함께 쌓아왔다. 2013년에는 그간 가장 큰 과제로 거론됐던 진로 및 인성 교육을 해결하기 위해 요리·음악·방송 등 계열사별 전문성을 살린 ‘문화창의학교’를 시작했다.

= 포스코는 지역사회의 이슈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특화돼 있다. 주거 빈민이 많은 베트남의 경우 포스코 냉연공장이 위치한 붕따우성에 ‘포스코 빌리지’를 만들어 2016년까지 주택 85가구를 지원하기로 했고, 첫 해외 제철소가 세워진 인도네시아 찔레곤시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관리 사회적기업 ‘PT. KPSE’를 설립했다. 회사 사업의 특성을 살리면 더욱 효과적으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양지원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사회공헌그룹 매니저 - 1983년생.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공공정책(Public Policy) 전공 2011년 입사 /포스코 제공
양지원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사회공헌그룹 매니저 – 1983년생.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공공정책(Public Policy) 전공 2011년 입사 /포스코 제공

◇제 1역량은 ‘기획력’… 사회문제 관심 갖고 다양한 경험 쌓길

사회= 많은 취업 준비생이 기업 사회공헌 직무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사회공헌 파트는 업무 영역과 분야가 매우 넓은 직군이다. 자유도가 높은 만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기업, 커뮤니티와 소통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으므로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

=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는 여러 가지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기 때문에 열린 사고와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많은 학생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되는 방법’을 질문하더라. 여기 모인 담당자 4명은 다양한 경로를 거쳐 기업 사회공헌에 발을 들였다. ‘나는 반드시 사회공헌을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맞춤 스펙만 쌓으려 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사회공헌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 CJ CSV경영실도 컨설턴트, 마케터, 사회복지사, 기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획일적 역량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은 자신의 성장 동력이 될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사회봉사단 사무국에서 일할 기회를 얻은 이유는 엔지니어로서 사내 자원에 대한 이해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품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을 조율하면서 여러 사내 조직과 소통했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수혜자의 필요와 회사의 자원, 프로젝트의 목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소통은 무척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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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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