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사회공헌 담당부서 갖춘 중견중소기업, 작년 한 해 동안 30% 늘어나

평균비용 2억5000만원… 94% 기부금으로 인력·예산과 전문성 부족 어려움

지역과 호흡하며 함께 성장해온 기업이 있다. 지난 60년간 국내에서 시멘트와 레미콘 제조·판매를 하고 있는 ‘아세아시멘트㈜’ 이야기다. 충북 제천군 송학면에 공장을 설립한 아세아시멘트는 1973년부터 공장 인근 마을에 매년 발전기금 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5억원을 들여 목욕탕 시설 등을 갖춘 ‘다목적 건강관리센터’를 건립·기증했고,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여분의 에너지를 목욕탕에 공급해 주민들의 에너지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12년 7월, 대한적십자사 충북 제천 지부 회원으로 가입한 아세아시멘트는 집수리를 위해 매년 2000만원을 기탁하고, 각종 자재와 시멘트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내 기술자들이 직접 수리 활동을 펼쳐 전문성도 더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사내 봉사단 ‘한마음회’는 무연고 노인 지원금 마련을 위해 벌써 25년째 일일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세아시멘트(주) 임직원들이 충북 제천지역 집수리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 /각 사 제공
아세아시멘트(주) 임직원들이 충북 제천지역 집수리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 /각 사 제공

이처럼 사회공헌에 ‘진심’을 더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14년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내실을 다진 한 해였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와 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가 발간한 ‘중견·중소기업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매출액 501~1000위 기업 중 53.8%가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견·중소기업(응답 기업 210곳)이 연간 지출한 사회공헌 평균 비용은 약 2억5000만원이었다. ‘1000만~5000만원 미만’을 지출하는 기업이 32.8%로 가장 많았고, ‘1억~10억원 미만’ 기업이 27.4%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세전 이익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사회공헌 비용을 평균 5억4000만원 지출하고 있었다.

◇전담 부서 30% 증가… 전문성·체계성 높여

국내 중견·중소기업 CEO의 상당수가 사회공헌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에 대한 의사결정을 ‘CEO가 직접 한다’는 답변이 52.2%에 달했기 때문. ‘직원들의 의견(26.6%)’, ‘담당 부서의 의견(16.8%)’, ‘이사회의 의견(4.4%)’을 반영해 결정한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사회공헌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CEO의 의지’란 답변이 48.7%로, ‘기업 이미지 개선(51.3%)을 위해서’와 비슷하게 조사됐다. 이처럼 사회공헌에 대한 CEO와 직원들의 관심은 사내 사회공헌의 전문성과 체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회공헌 전담 부서가 있다’고 답한 기업은 45.1%로, 지난해보다 무려 30.5%가 증가했다. 사회공헌 담당자가 있다는 곳도 79.6%에 달했다. 임직원 자원봉사의 규모도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 185.5명이었던 임직원 자원봉사자가 260.5명으로 늘었고, 직원 한 명당 평균 봉사 시간도 22.7시간에서 30.2시간으로 평균 8시간 증가했다.

사회공헌 전문성 정도는 산업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유통업과 서비스 업종의 사회공헌 전담 부서 보유 비율은 50% 이상으로 높았지만, 건설업은 12.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 또한 유통업체의 경우 ‘전임자(44.5%)’, 제조업의 경우 ‘겸임자(69.4%)’가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경우가 타 업종 대비 높았다. 세전 이익이 높은 기업일수록 사회공헌 전담 부서 및 전담자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권내영 사회공헌정보센터 과장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투코리아(주)가 매년 전개하는 청소년 캠핑 체험 프로그램 ‘K2 스쿨핑’에 학생들이 참가하는 모습./각 사 제공
케이투코리아(주)가 매년 전개하는 청소년 캠핑 체험 프로그램 ‘K2 스쿨핑’에 학생들이 참가하는 모습./각 사 제공

◇직접 사업보단 기부 형태 많아… 인력·예산 부족 한계도

중견·중소기업은 사회공헌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복지기관 및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 210곳이 2014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사회공헌 전체 비용은 총 264억원. 그중 94.8%가 기부금으로 사용됐고, 직접 사용 비용은 5.2%에 불과했다. 게다가 직접 사용하는 사회공헌 비용은 평균 1300만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았고, 사회공헌 전담 부서·담당자가 있는 기업일수록 직접 사업 비용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기부처로는 모금·배분 전문 기관이 29.7%로 가장 많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25.2%)와 NGO 등 시민단체(13.5%)가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및 서비스업의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비율이 50%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가장 큰 애로점으로 ‘인력 및 예산 부족(40%)’과 ‘전담 부서 등 전문성 부족(23.4%)’을 꼽았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인력과 예산 부족(58.8)’을 꼽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전담팀을 구성한 기업이 작년 대비 증가했지만, 아직은 중견·중소기업 전반적으로 전문성 확대가 요구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 기업 중 77.2%가 ‘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했기 때문. 지원 방법으로는 제도 마련(34.7%), 물질적 지원(22.1%), 정보 공유(21.6%), 문화 정착(14.1%)을 꼽았다. 사회공헌에 대한 만족도 부분에서는 ‘기업 이미지 개선’ 항목이 5점 만점에 4.05점으로 가장 높았고, ‘매출 증가 연계’에 대한 만족도는 2.96점으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견·중소기업은 다양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業)의 특성을 살리는 사회공헌으로 선택과 집중 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회공헌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협력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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