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청각장애 아동 무료 재활훈련… 미술·음악·영어 수업까지

이곳을 칭찬합니다 KT―세브란스 꿈품교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소외계층이 됩니다. 정부와 기업, 민간이 촘촘한 ‘복지그물망’을 갖추고 있으면, 어려움의 터널을 빠져나올 ‘마중물’을 부어줄 수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올해 ‘칭찬합니다’ 코너를 통해 이런 복지그물망의 혜택을 입은 독자 제보를 받아 직접 취재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칭찬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메일(csmedia@chosun.com)로 보내주세요. 첫 번째 사례는 “둘째아이의 청각장애로 재활치료를 받는 데 도움을 받아서 감사하다”는 한 독자의 제보를 듣고 찾아간 ‘KT-세브란스 꿈품교실’입니다. 편집자 주


고열매 치료사가 꿈품교실에서 언어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고열매 치료사가 꿈품교실에서 언어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친구들 앞에 선 다섯 살 예은(가명)양이 서툰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완벽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고열매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그럴듯한 이야기가 완성됐다. 발표가 끝나자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반년 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예은양과 친구들에게 이곳 ‘꿈품교실’은 ‘소리’라는 세상과 만나기 위한 첫 연습장이다.

세브란스 안·이비인후과병원 2층에 위치한 꿈품교실은 2012년 9월 KT와 연세의료원이 함께 청각장애 아동 및 난청 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해 만든 공간이다. 국내 청각재활센터 중 유일하게 병원 내부에 설치돼 의사,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청각사, 언어치료사의 통합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청각장애 아동에게 수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재활”이라면서 “꿈품교실을 거친 아동의 언어발달 경과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수술 후 언어치료는 소리 인식부터 일상적인 대화 기술 습득까지 최소 2년 이상 계속된다. 청각재활센터가 발음 교정에 치중한 일반 언어치료시설과 달리 장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외부 기관에서 청각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이 섞인 그룹의 언어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사람 얼굴을 그리는데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네 살 현우가 크레파스로 몇 번이나 입을 고쳐 그리더군요. 그때 말로 하는 소통이 현우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됐는지 절감했죠. 반면 꿈품교실 아이들은 그룹 활동을 통해 ‘실수해도 괜찮구나’라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요.” 고열매 언어치료사는 꿈품교실과 같은 전문 재활시설의 역할을 강조했다.

꿈품교실은 회당 약 10만원에 달하는 언어 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외에도 주 1회 미술·음악·영어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아이들에게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한다.

여주와 서울을 오가며 미술 수업을 수강 중인 제갈진수(17)군은 꿈품교실을 통해 재능을 발견한 뒤,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미술치료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연말에는 꿈품교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응원하기 위해 병원 복도에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이벤트도 열렸다.

꿈품교실은 지난해 9월부터 20% 가까이 늘어난 신규 접수 아동을 소화하기 위해 수업 반을 3개나 신설했지만 재활 치료가 절실한 청각장애 아동과 부모들의 바람에 부응하기는 아직 모자라다.

윤수연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 의료사회복지사는 “지난 12월에만 39명의 아동이 꿈품교실에 참여 신청했으나, 효과성 확보를 위해 치료 회기와 그룹 규모(5인 이하)를 유지하느라 지원이 더 필요한 아동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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