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진리와 봉사·실력과 인성 동시에 융합할 수 있는 인재 키울 것”

숭실대 사회공헌_ 김대근 총장 인터뷰
인도에 리빙워터스쿨 개교… 저소득층에 무료 교육 제공
대학 내 사회봉사 과목 운영… 200여 곳 복지기관서 봉사활동 진행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1913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타고르(1861~1941)는 1929년에 쓴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에서 일제 식민 지하의 한국을 이렇게 노래했다. 그로부터 8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동방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려운 이웃을 향해 밝은 빛을 비추는 나라가 되고 있다. 타고르는 우리에게 시성(詩聖)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숭실대 제공
숭실대 제공

“그런데 타고르가 문학 못지않게 교육에 열정을 쏟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숭실대 김대근(63·사진) 총장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타고르는 불혹의 나이가 된 1901년에 캘커타 서쪽의 샨티니케탄(평화의 마을)에 학교를 설립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당대의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도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의 계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 학교와 마을은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타고르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교육도시로 성장했고, 인도 독립 후에는 유치원부터 국립대학(비스바바라티대학)을 모두 아우르는 인도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다. 샨티니케탄은 이제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재들의 요람이다.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연구로 ‘경제학의 테레사 수녀’라고 불리는 아마르티아 센(77)도 이곳에서 배출됐다.

인간과 자유와 평화를 교육하는 샨티니케탄, 이곳에 한국의 대학이 세운 학교가 있다. 숭실대는 올 7월에 샨티니케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알려진 하누당가의 1500평 대지 위에 교실 4개와 다목적 실험실 2개, 중강당, 운동장과 놀이시설을 구비한 ‘숭실리빙워터스쿨’을 개교했다. 인도의 사립학교들도 부러워할 만한 수준의 시설을 갖춘 이 학교는 하누당가 지역의 저소득 계층 아이들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김 총장은 “타고르가 시작했던 샨티니케탄의 학교와 숭실리빙워터스쿨 그리고 113년 전 한국 최초의 대학으로 설립된 평양 숭실대는 그 취지가 같다”고 밝혔다. 김 총장에 따르면 이는 “진리와 봉사의 정신을 세계로 펼쳐나가는 인재의 양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누당가 숭실리빙워터스쿨의 교실 모습.
하누당가 숭실리빙워터스쿨의 교실 모습.

숭실대는 1897년 미국 선교사 베어드 박사가 평양에 설립했고 1912년 정부의 정식 인가로 한국 최초의 대학이 되었다. 그러나 1938년 자진해 학교 문을 닫고 16년간 폐교를 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일제 식민 지배하에서 강제로 신사참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자진 폐교의 이유였다. 숭실대의 역사를 따라서인지 대학에 대한 김 총장의 관점은 확고하다.

“대학은 사회와 민족과 국가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종합 교육기관입니다. 113년 전 이 땅에 대학을 세웠던 이들의 뜻을 세계를 향해 되돌려주는 것이 숭실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숭실리빙워터스쿨은 이런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교육 봉사를 통한 숭실의 국제화’라는 전략은 이미 2007년 12월부터 호찌민에서 진행한 IT교육센터 무료교육에서 드러난 바 있다. 매학기(6개월) 베트남에서 최우수 학생 40명을 선발에 1인당 1만달러 상당의 무료교육을 실시한 이 프로젝트의 수료생 중 약 35명이 숭실대 대학원에 전액 장학생으로 유학 중이고, 10명은 국내 기업의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숭실대는 베트남에 숭실-베트남대학교를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호찌민시 인근 붕따우 지역에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이미 부지를 확보했고 현지법인 설립 인가 서류를 제출했다.

지난 7월 14일 열린 숭실리빙워터스쿨의 개교식 날 지역 주민과 교육청 관계자, 어린이 200명이 참여했다.
지난 7월 14일 열린 숭실리빙워터스쿨의 개교식 날 지역 주민과 교육청 관계자, 어린이 200명이 참여했다.

“IT교육센터나 베트남 대학과의 공동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충분한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저희가 만들 대학은 베트남의 인재를 양성해 동남아시아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요람이 될 것입니다.”

문득 인재 양성을 위해 숭실대에서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김 총장은 “진리와 봉사의 이념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숭실대는 사회봉사 교과를 운영해 연간 3500명의 재학생이 수도권 200여 곳의 복지기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교양 선택으로 ‘사회봉사’ 과목을 선택하면 졸업까지 3학점 이수가 가능하다. 숭실대는 이 외에도 매년 하계, 동계 방학을 이용해 6개국에 120여명의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또한 재학 8학기 중 한학기에 국내외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12~18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7+1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113년 전 이 땅에 처음 대학을 설립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나가려는 숭실대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