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동정 대신 동행 택한 사람들, 장애인에게 기회를 열어주다

효성그룹, 장애인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

‘기증과 구매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듭니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에 들어서자, 이 문구가 새겨진 벽이 눈에 띈다.

“어서 오세요!” 땀을 뻘뻘 흘리며 30인치 크기의 TV를 나르던 김도형(22·자폐성3급)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고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작은 공장과 장애인복지관을 전전하며 단순한 포장 업무만을 맡던 그는 이 매장에서 매장 물류 창고 정리와 물품 수거를 맡고 있다. 월급은 90만원이다. 예전에 비하면 몇 배 많은 월급이다. 김씨는 “소파나 액자 등 큰 물건을 옮길 때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잔돈 계산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카운터에서 계산 업무를 도울 때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투덜대면서도 “일을 하나하나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씨는 얼마 전부터 매달 10만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고 했다.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은 올해 5월 물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1만 명을 돌파했다. /㈜효성 제공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은 올해 5월 물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1만 명을 돌파했다. /㈜효성 제공

“저도 언젠가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 하잖아요. 착실히 돈을 모아서 작은 집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에는 김씨를 포함해 중증·발달장애 직원 8명이 월급을 최대 120만원 받으며 ‘정직원’으로 근무한다. ㈜효성은 2012년부터 굿윌스토어 설립 및 운영을 담당하는 ‘함께하는재단’과 1년간 사회적기업 사업을 준비, 작년 10월 15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김봉수 ㈜효성 지원본부 사회공헌팀 부장은 “채용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지 임차료, 인테리어비, 차량 구입비 등 매장 설립 과정에 필요한 비용 6억원을 전액 효성이 부담했으며, 3년에 걸쳐 초기 운영 자금도 총 2억원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효성 본사 1층에 물품 수거함을 설치하고 물품을 기증한 회사 임직원에게 한 점당 기부금 3000원 정산 혜택을 제공해, 매달 평균 물품 1000점을 스토어에 기증해왔다. 김순열 효성 산업자재PG 기획관리팀 사원은 “작년 집 정리를 하면서 안 입던 옷들을 굿윌스토어에 기증했다”며 “회사의 나눔 활동에 많은 임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설립 1년을 바라보는 지금,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은 증산동 주민들이 ‘굿 백화점’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인기를 끄는 쇼핑 공간이 됐다. 올해 5월 물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1만 명을 돌파했으며, 지금까지 누적 매출액도 약 1억8000만원에 육박한다. 유영균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 사업부장은 “사회적기업은 초기 운영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과 경쟁 및 자립하느라 어려움을 겪는데, 효성의 지원을 통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행복두드리미㈜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의 모습.
행복두드리미㈜에서 일하는 장애인 바리스타의 모습.

효성그룹은 사회적기업 설립과 함께 회사 내에서 장애인들이 일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IT 비즈니스 서비스 회사인 효성ITX는 작년 10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두드리미㈜를 설립했다. 청각·중증장애인 23명이 당산과 영등포센터의 사내 카페 바리스타와 네일아티스트, 헬스키퍼로 일하고 있다. 김현수 효성ITX 인사부문 인재채용팀장은 “장애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도록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해 채용 전 최대 6개월 직업훈련을 시켰으며, 카페에 고객이 직접 메뉴를 주문하는 전자 시스템을 설치하고 네일아트숍에 의사소통 매뉴얼을 비치해 사내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을 도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올해 실시한 내부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임직원의 78%가 ‘행복두드리미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2014년 예상 매출액도 1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은정(37·청각장애2급)씨는 “얼마 전 장애 아동을 돌보는 꿈더하기 지원센터를 방문해 장애아동 부모님에게 네일케어 서비스를 해드렸다”며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나만의 특기를 활용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조현상 효성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 부사장은 “효성은 단순한 금전 기부를 넘어 장애인들이 꿈꾸는 미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자 힘써왔다”면서 “앞으로도 시민사회 및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나눔으로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기업 슬로건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