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사회공헌이 어렵다? ‘문화예술’로 즐기면서 하세요

환경·문화 이슈로… 중소기업 사회공헌 앞장선 넥서스커뮤니티 양재현 대표

회사 안에 영화관이 있다? 꿈같은 미래가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전문 IT기업 넥서스커뮤니티엔 사내 영화관 ‘더 로드(THE ROAD)’가 있다. 영화관 문을 힘껏 잡아당기자, 54좌석이 계단식으로 촘촘히 늘어선 영화관이 나타났다. 내부엔 방음 처리가 돼있고, 통로 벽면에는 넥서스커뮤니티의 영화제 활동이나 임직원의 동아리 활동 모습이 담긴 미니 액자가 옹기종기 걸려 있었다. 단상 좌우에는 통기타, 전기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앰프 등 밴드 공연에 필요한 악기들도 놓여 있었다. 직원 100여명이 근무하는 이곳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미니 영화제를 연다. 국내외의 주요 환경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넥서스 굿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이다. 2012년 11월 첫 행사가 열린 지 2년 가까이 된 현재 22회를 맞이했다. 지난 4월 22일에는 게임 전문 회사 넥슨 컴퍼니(NEXON COMPANY·이하 넥슨)와 협력해 넥슨 1994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트럭농장’을 상영하기도 했다.

넥서스커뮤니티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환경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넥서스 굿 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넥서스커뮤니티 제공
넥서스커뮤니티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환경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넥서스 굿 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넥서스커뮤니티 제공

“직원들과 광화문에 있는 한 예술극장에서 건축가 정기용씨의 삶을 다룬 독립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봤어요. 내용이 감동적이었는데, 영화 관람객을 살펴보니 저희를 제외하고 겨우 서너 명에 불과하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리 회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양재현(53) 넥서스커뮤니티 대표가 말을 꺼냈다. 매출액 100여억원 규모의 회사가 매달 영화제를 여는 게 경영에 부담되지는 않을까. 양 대표는 “진정성이 떨어지는 사회공헌보다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훨씬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2009년 당시 2011년까지 회사 매출액 200억원과 순이익 50억원을 달성한다면 순이익의 10%인 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 NGO와 협약을 맺고 결연 활동을 펼치기도 했고, 강원도에 어린이도서관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자신을 비롯해 임직원들을 제대로 설득하는지 의문이 들었고, 회사의 업종과도 맞지 않아 중단했다.

그런 양 대표에게 ‘문화예술’은 기존 사회공헌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돌파구였다. 넥서스커뮤니티는 이미 2000년대 후반 회사 신제품을 뮤지컬 형식으로 발표하는 등 마케팅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경험이 있다. 또 최근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을 뜻하는 차세대 에너지 신기술) 사업에 진출하면서 환경 분야에 대한 내부 교육도 필요했다. 영화제는 이런 요건들을 충족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안성맞춤인 셈이었다.

영화제가 한 회 한 회 거듭하면서 사내 풍경도 자연스레 바뀌어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인사’다. 양 대표는 “면접을 볼 때 넥서스커뮤니티의 사회 기여 및 문화 경영에 감명을 받아 입사 지원을 하게 됐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1인 2기(문화예술·스포츠 분야 1인 2특기)’ 사업에 참여하고, 작년에는 매출액 1만분의 1을 환경 기금으로 조성하는 ‘환경재단 만분클럽’에도 가입했다.

양재현 넥서스커뮤니티 대표
양재현 넥서스커뮤니티 대표

양 대표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문화예술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애플(Apple)을 비롯, 선진국의 주요 기업처럼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문화와 사회공헌이 구석구석 녹아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언제부터인가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힘을 드리기 위해 아침마다 인사를 드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벼운 일상 이야기도 할 정도로 친해줬죠. 문화예술은 인간의 존재 및 소통 방식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회사가 물적 조건을 갖춰야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아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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