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② 24시간 전화 통역… 4600명 자원봉사자가 허문 소통 장벽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2)비비비(BBB)코리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강타한 한국의 비영리단체(NPO)가 있다. AP통신, USA투데이, 영국 BBC 월드 뉴스, 브라질 신문 ‘글로보(Globo)’ 등 주요 외신도 주목했다. 주인공은 전화 통역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비비비(BBB)코리아’.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가진 내·외국인이 BBB코리아의 대표 번호(1588-5644)로 전화를 걸면, 해당 언어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자가 통역해주는 방식이다. 365일 24시간 별도 요금 없이(전화 통화료만 부담) 이용 가능하다. 월드컵은 6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국제적인 행사. 전 세계가 BBB코리아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기간(6월 12일~7월 25일)에는 ‘리오 아미고(Rio Amigo·여행의 동반자)’란 이름으로, 현지 1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국어·영어·스페인어 등 7개 언어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에 시범 운영을 거쳐 오는 2016년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자를 확대해 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가지는 내ㆍ외국인은 BBB코리아 대표번호(1588-5644)로 전화를 걸거나,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 아이튠즈(iOS)등에서 'BBB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후원했다. /BBB코리아 제공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가지는 내ㆍ외국인은 BBB코리아 대표번호(1588-5644)로 전화를 걸거나,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 아이튠즈(iOS)등에서 ‘BBB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후원했다. /BBB코리아 제공

이 BBB 운동이 시작된 것도, 12년 전 월드컵이었다. 당시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한국의 고민도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소통이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휴대폰으로 핫라인을 구축해 자원봉사자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재능 나눔 운동으로 번졌다. 약 3개월 동안 무려 13개 언어 통역이 가능한 2300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집됐고, 곧이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남아권 언어 4개를 추가해 총 17개 언어 통역이 가능해졌다. 이듬해엔 생활 속 시민 통역 자원봉사 운동을 이어가고자, 비영리 사단법인 ‘BBB코리아’까지 출범했다. BBB코리아의 비전은 언어 장벽 없이 모두가 소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한국 내 이주민이 많아지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기에 사회적 필요는 충분했다. 현재 자원봉사자는 4600여 명, 첫해보다 2배가량 확대된 수치다.

BBB코리아는 사무국 직원 9명, 연간 모금액도 2억~3억가량인 작은 비영리단체다(올해 초만 해도 직원은 4명이었다). 그런데 365일 24시간 동안 통역 자원봉사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할까. 순수 자원봉사자들의 힘이다. 연 1~2회 정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이들은 전문 교수로 구성된 언어별 분과위원 면접관들에게 언어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정확성·유창성뿐만 아니라 태도도 주요 평가 항목. 지난 7월 초에도 2014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 800여 명이 지원, 1차 테스트에 합격한 사람은 30% 수준에 그친다. 1차 관문 통과 후 온라인으로 자원봉사자 교육까지 받아야 BBB코리아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24시간 전화 통역 봉사를 하겠다’는 서약서에 동의해야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하루에 8시간까지는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차단 의향을 표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봉사자는 24시간 전화 통역 시스템에 동의한다). 정부도, 기업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오롯이 시민들의 ‘자원봉사’에서 찾은 것이다. 지난해 통역 성공률 94%를 기록하며 최우수 봉사자로 선정된 이재옥(58·러시아어 통역)씨는 “미국·유럽 출장에서도 통역 전화를 받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밤에 3번 연속으로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관공서, 경찰서 등 다양한 생활 반경에서 전화가 걸려오는데, 몇 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KT에 근무하는 회사원인 이재옥씨는 8년째 BBB코리아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우리 사회 위기 요소 중 하나가 ‘소통 문제’입니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생활 속에서 많은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휴대폰을 개통하고, 전셋집을 계약하고, 보험 문제를 처리하고, 병원에서 수술 동의서를 받는 것까지…. 중요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상황들이 정말 많습니다. 통역 자원봉사자는 단순히 언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이방인이 아닌 생활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이것이 BBB코리아의 미션입니다.”(최미혜 BBB코리아 사무국장)

※‘강소(强小) NPO 시리즈’에 소개하고 싶은 ‘작지만 알찬’ 단체나 활동을 더나은미래로 연락주세요. 내부 검토를 거쳐 기자가 현장으로 찾아갑니다. 모금액 100억원 이하 단체로, 다른 제한은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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