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골 깊어진 미소금융재단 중간수행기관… 대출금 누가 갚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소금융재단

최근 미소금융중앙재단(이하 미소금융)과 중간수행기관들 사이의 갈등이 법적 분쟁 일보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지난해 말 만기가 돌아온 5년짜리 ‘마이크로크레딧'(소규모 사업 지원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 기금 때문이다.

금융 소외계층의 창업을 돕는 A기관은 지난해 가을 미소금융으로부터 “사업 기간이 만료됐으니, 그동안 미상환한 돈을 모두 갚으라”는 공문을 받았다. A기관은 지난 2008년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부터 3억원의 자금을 받아, 이를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창업자들에게 최대 2000만원씩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해줬다. 문제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성격상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대출 상환율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상환율은 평균 50~60% 정도다. 미소금융의 이 같은 공문은 가장 먼저 만기를 맞은 A기관을 시작으로, 여러 중간수행기관에 모두 전달됐다고 한다. 비영리기구(NPO), 시민사회단체(CSO)는 물론, 정부 산하기관도 있었다. 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편 미소금융 측은 “우리는 휴면 예금의 원권리자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을 두고 볼 수 없는 입장”이라며 “법률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결과 ‘마이크로크레딧을 하는 복지 사업자 쪽에 들어간 자금은 대출이며, 상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났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의 재원이 되는 휴면 예금은 재단으로 출연된 후라도 원권리자(예금주)의 소유다. 돈을 찾으러 오면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매년 미소금융의 자금 중 약 25% 정도는 원권리자(예금주)에게 지급된다고 한다.

문제는 개별 창업자에게 대출됐다가 회수가 안 된 돈을 갚을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느냐이다. A기관의 사업 담당자는 “5년 동안 채무자가 사망하기도 하고, 무기형을 받아 복역 중인 사람도 있다”며 “우리 같은 중간수행기관은 비영리 복지 사업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개별 창업자가 못 갚은 돈을 모두 우리에게 갚으라고 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해온 B기관의 담당자는 “애초 미소금융 측과 맺었던 계약서를 보면, 대출이 아닌 교부금(국가 사무 등을 위임할 경우 그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는 자금)으로 명시돼 있고, 상환 방법도 개별 창업자들이 상환한 것을 매월 2회씩 미소금융 쪽에 납부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100% 상환 조건이었다면, 미소금융의 돈을 받은 중간수행기관은 한 곳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중간수행기관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초기 미소금융을 복지 기금인 양 홍보하더니, 갑자기 채권 추심하듯 변한 모습을 보니 ‘동반자’라는 의식이 없어 보인다”며 “공동으로 연대해서 법적 대응을 하자”고 반응하고 있다.

한편 미소금융 측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했다. 출범 초기부터 줄곧 자금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서 터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대표(전 사회연대은행 이사장)는 “중간수행기관이 상환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증명하고 그럼에도 받을 수 없는 돈이라고 판단되면, 서로 간의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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