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거리모금, 이렇게 하면 노상강도?

해외의 거리모금 규제

미국 뉴욕의 한 거리 모금가. / 위키미디아 커먼스
미국 뉴욕의 한 거리 모금가. / 위키미디아 커먼스

‘영국의 맨체스터 상가 지역을 방문할 때는 기부를 강요하는 노상강도들을 피하시오.’

호주의 한 여행 리뷰 사이트에 올라온 맨체스터 여행 후기 내용 중 하나다. 1993년 그린피스가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F2F 거리모금을 시작한 이래, 거리모금 캠페인은 해외 비영리단체들의 주요 모금 방법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16만개의 자선단체가 활동하는 영국에서는 거리모금을 통해 지난 2년간 신규 정기 후원자가 62만5000명 유치됐으며, 후원자들의 기부 액수도 매월 1000만파운드(약 178억390만원)를 넘어설 정도다.

하지만 거리모금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간 모금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일리노이와 캔자스 주에서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에 접근해 모금을 시도하는 행위가 교통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또한 영국에서는 2012년 홈리스 지원단체 ‘셸터(Shelter)’의 거리모금가가 시민을 쫓아가 붙잡은 뒤 후원 서명을 할 것을 애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해외에서는 사람들에게 집요하게 접근해 모금을 유도하는 모금 전문가를 ‘기부 노상강도(Charity Mugger)’라 규정하고,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비책까지 수립하고 나섰다. 153개의 모금 단체가 소속된 영국 공적모금규제협회(Public Fundraising Regulatory Association)는 지난 2012년 8월 과도한 거리모금 확산을 막기 위한 자체 규제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3걸음 이상 시민을 따라가지 말 것’ ‘상가나 판매대, 횡단보도 등에서 3m 이상 떨어져서 활동할 것’ ‘장애인이나 술에 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지 말 것’ ‘야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업무를 방해하지 말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 버지니아주의 페어펙스(Fairfax)와 라우든(Loudoun) 카운티에서는 대로변에서의 모금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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