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 시장, 탄탄한 길이 필요하다

설 명절 전후로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비영리단체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장과 전임 회장을 따르던 이들이 갈등을 빚고, 이사장이 아예 일부 반대파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후원액이 줄어들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오래 몸담아온 직원을 구조 조정했다고 합니다. 반면 옥스팜 같은 해외의 유명 국제구호 NGO들은 한국을 두고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며 속속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거리 모금 활동가를 무려 10명씩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지난달 냈고 취업설명회까지 열 예정입니다.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가)라는 직업군이 모여 설립한 ‘한국모금가협회’도 2월 말 창립 기념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올 한 해 비영리 시장이 얼마나 격동적으로 움직일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반이 튼튼한 비영리단체는 굳건하게 성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때로 이렇게 불붙는 비영리 모금 시장이 약간 불안합니다.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부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테크닉(기술)이 너무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싱크탱크는커녕 제대로 된 통계자료조차 아직 구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모금시장 격화로 일부에선 폐쇄적 태도를 보입니다. S단체, C단체 등 일부 큰 단체는 중소단체를 위해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함께 연대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비영리 영역이 커지고 성장하려면,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불투명한 비영리단체 한 곳의 비리 문제로 모금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후원자와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존경받는 비영리단체가 되어야 하고, 외부 파트너들로부터 인정받는 비영리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비영리 생태계가 건강해져야 모금도 늘고 후원자도 늡니다. 멀리 가려면, 길이 탄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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