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워밍업 끝낸 해외 NGO “올해부터 공격적 모금”

국경없는의사회·그린피스… 기부자 잡기 나선다
그린피스 등 해외 단체들
“본격적으로 모금 활동 편다” 전담 인력·부서 배치 나서
전문가···”한국 맞춤형 모금법 개발로 많은 후원자가 단체 활동에 공감하게 해야 성공할 것”

‘총 4만여 가구 중 모금을 신청한 가구 비율 1% 미만.’

작년 5월, 국제 민간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받아든 ‘우편모금 캠페인’ 성적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각지의 분쟁·참사 지역에서 의료구호활동을 펼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의료구호단체다. 2월 한국 지부를 설립하고, 정기 후원자를 발굴하기 위한 모금에 돌입했다.

작년 3월부터 도입된 건 일본 지부에서 시도한 우편모금 캠페인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4만여 가구를 무작위로 선정, 우체통에 단체 소개서와 후원신청서를 넣어 후원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캠페인 결과는 참담했다. 주재훈 모금홍보팀 과장은 “해외의 모금 성공사례가 한국에서 그대로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진출 초기라 국경없는의사회가 한국에 사무소를 차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후원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거리 캠페인 모금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을 직접 만나 단체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기 후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국내외의 여타 비영리단체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활동가들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비영리단체’라는 사실과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중립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총 7개 캠페인 팀이 서울과 경기도를 순회하며 모금을 진행한 결과, 필리핀 태풍 참사 때인 지난해 11월에는 700명의 신규 후원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편 후원자들의 지속적 모금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도 또 다른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주재훈 과장은 “거리 모금은, 도중에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후원 중단 비율을 10% 미만으로 내리기 위한 사후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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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비영리단체 한국 지부, 2014년을 ‘단체 모금 확대의 해’로 선언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유명 비영리단체들의 한국 진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1년 그린피스, 2012년 국경없는의사회가 각각 한국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 한국 지부를 설립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 진출한 비영리단체들은 “한국을 글로벌 공익 캠페인에서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주요 활동이 단기 캠페인이나 보고서 발간, 단체 홍보 등에 머물러 아직 ‘한국 적응기’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던 해외 NGO들이 2014년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그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그린피스는 ‘3개년 모금활동 투자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오는 2월부터 거리 모금을 시작한다. 특히 단체의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 만큼 온·오프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해 신규 개인 후원을 유치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모금 부서를 신설하고 거리 모금가 채용 공고를 내는 등 공격적인 모금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산 비센테(Cristina San Vicente)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모금팀 부장은 “올 한 해 약 1만 명의 정기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작년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거리 모금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현장 활동가들과 시민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회 등 이벤트 행사도 연다. 현재는 본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모금액은 사업비로 투자하고 있지만, 10년 내 본부로부터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단체의 목표다.

◇장기 후원자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 필요해

전문가들은 해외 NGO들의 모금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어느 채널을 통해 나눔 활동을 접하는지, 어떤 모금 방식을 선호하는지, 모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지 않은 채 해외의 전략을 그대로 도입할 경우, 백전백패한다는 것이다. 비정부 인권기구 국제앰네스티는 1972년 한국위원회를 설립한 이래, 양심수 석방 운동, 무기거래조약 제정 캠페인, 온·오프라인 탄원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김미애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모금홍보실장은 “인권이라는 주제를 시민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한다”면서 “SNS와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모금에 관심을 갖는 시민과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며, 2009년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신규 후원자들이 단체를 방문해 앰네스티의 활동을 이해하는 후원자 교육 행사 ‘새내기 모임’도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한국 모금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단체와 후원자 간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라고 꼽으면서 “단기간에 후원자를 많이 모으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기부자들이 단체의 활동을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는 맞춤형 모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이 함께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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