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수증 때문에 몇 시간 허비… 효율성 높여야

[비영리단체가 바란다] ①과도한 행정처리
다과 구매시 전부 사진 첨부… 아프리카 등 해외사업은 증빙서류 챙기기 더 힘들어
②가이드라인 부족
모금회로 기부액 몰리면서 영세한 기관은 늘 순위 밀려… 복지기관들 운영도 고려를
③지정기탁 문제
기업과 진행하는 협력사업 상대 기업 따라 대우 달라져… 사업 제안 눈치 볼 수밖에

“몇몇 지역아동센터에선 모금회 사업을 오히려 기피한다. 아이들 문화 활동 명목으로 읍에서 시로 이동하려고 버스를 대절했는데 세금계산서가 없어 감사에서 걸렸다. 시골 수퍼, 식당에선 점심을 먹을 수 없다. 영수증 발행이 되는 식당에 가려고 택시를 타고 왕복 1시간을 오가야 한다. 도서 산간벽지 등 열악한 환경일수록 증빙 문제 때문에 사업 진행이 어렵다. 정말 필요한 곳엔 돈을 못 쓰는 구조다.”(A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사 J씨)

사회복지계의 ‘맏형’ 역할을 해야 할 공동모금회 사업이 복지 현장에선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이 만난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은 여전히 ‘과도한 행정 처리와 시대에 뒤떨어진 지침’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공동모금회 사업을 결산할 때는 사업보고서와 영수증은 물론, 지출 항목마다 해당하는 증빙 자료가 필요하다. I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다과를 구매하면 사진을 다 찍어 첨부해야 한다”면서 “워낙 서류가 많아 분실사고도 빈번한 편이라, 두 박스 분량의 결산 서류가 나오면 꼭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부친다”고 했다. 해외 사회공헌 사업이 많아지는데, 모금회의 지침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W비영리단체 실무자는 “지정기탁사업에서 해외사업의 비중이 늘어나는데 모금회는 저개발국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영수증 발급되는 곳을 찾기 쉽겠냐”고 반문했다.

배분 불균형에 대한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사회복지기관 담당자들은 “법정 기부금단체인 모금회가 세제 혜택을 유인으로 기부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비영리단체들끼리 모금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공통의 목소리를 냈다. J협회 실무자는 “풀뿌리 비영리단체들이 위기에 처했다”면서 “영세한 복지기관은 또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린다”고 했다.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복지기관들의 ‘운영’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정기탁사업의 문제도 제기됐다. 비영리단체에서 기업 사회공헌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P씨는 “클라이언트(기업)가 누군지에 따라 사업 규정 제약을 풀어주는 정도가 다르다”면서 “까다로운 행정 처리조차 간소화된 증빙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모금회에 ‘새터민을 지원하고 싶다’고 의제를 발굴해 제안하면 기업에서도 외면하는 주제라 시덥잖은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모금회 모금액의 70%를 기업이 차지하는 이상,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모금액 달성’에 대한 본부 차원의 압력이 높다 보니, 이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다. K복지법인 실무자는 “구청에서 지역 복지관에 연락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라’는 전화를 돌려 기부금을 냈는데, 이 돈이 구청의 이름으로 공동모금회에 들어갔다”고 했다. A기관 실무자는 “기업과 수년 동안 해온 직접사업이었는데, 갑자기 모금회를 통해 기부금을 받도록 변경돼 절차만 복잡해진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정유진·최태욱·김경하·문상호·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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