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126도 넘긴 사랑의 훈훈함이 식지 않도록

지난 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이 3162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웃돕기 성금 모금 현황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었다. 1999년 연말연시 캠페인 이후 역대 최고 모 금액이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희망 2014 나눔 캠페인'의 모금 현황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는 현재 126도로 계속 상승 중이다(2014년 1월 22일 기준). /오종찬 기자
지난 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이 3162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웃돕기 성금 모금 현황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었다. 1999년 연말연시 캠페인 이후 역대 최고 모 금액이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희망 2014 나눔 캠페인’의 모금 현황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는 현재 126도로 계속 상승 중이다(2014년 1월 22일 기준). /오종찬 기자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나눔문화 이끌어갈 수 있도록 민간부문과 다양한 연계 기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델이 된 미국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의 경우 단발성 행사나 캠페인보다는 사회복지단체·학교·교회·기업 등 민간 부문의 다양한 영역과 연계해 모금 활동을 전개한다. 모금회 역시 앞으로 민간과의 접점을 많이 만들어 나눔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50인 이상 기업에서 ‘임직원 모금(workplace fundraising)’을 적극 전개해 1조원 시대를 열어주고, 모금뿐만 아니라 배분 방식에서 ‘하이 임팩트(High Impact)&파트너십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공동모금회는 법적 기구라서 순수 민간 독립기구와 다르다. 독립과 협력의 균형점을 잘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왼쪽부터) 강철희교수, 김운호교수, 문형구교수, 박경수교수, 박태규교수
(왼쪽부터) 강철희교수, 김운호교수, 문형구교수, 박경수교수, 박태규교수

김운호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기부문화 저변 확대할 수 있도록 소액기부자 모으는 역할 해주길”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파일럿성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긍정적 성과를 내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형 복지단체 배분 쏠림 현상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영세 비영리단체(NPO)에는 사업 기획 과정을 지원한다든지 역량 강화에도 앞장서야 한다. 모금 기법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NPO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좋다. 지금은 아너소사이어티(고액 기부자)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부 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소액 기부자를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 영입해 새로운 아이디어 마련할 필요”

“아직 우리나라는 복지 대상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 과정에서 과도한 행정 등 ‘규제’에 초점을 맞춘 비효율적인 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잘못을 적발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어떤 성과를 냈는지 사업의 ‘임팩트(Impact)’를 고려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사회복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를 위원(기획·모금·배분위원 등)으로 영입한다면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확실한 사회변화 성과 이루려면 뚜렷한 목표 갖고 역량 발휘를”

“모금 기획력을 발휘해야 한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목표로 하는 사회 변화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성과도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연말 기업모금에 많이 의존하는 패턴인데, 연중으로 사회복지기관들과 함께하는 연합모금을 확대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모금회가 직접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배분된 기부금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모금액 확대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모금과 배분 사업을 균형 있게 가져가길 바란다.”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 세계 모금 트렌드 연구하고 적극적인 전략 개발 나서길”

“전 세계 모금 트렌드를 연구하고,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복지에도 의료복지·문화복지·교육복지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전문성을 가진 중간 지원조직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배분한다면 기부금이 좀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단체에 대한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 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물질적인 기부의 의미도 알고, 참여율도 높은 편이다. 나눔문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한 캠페인에 앞장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왼쪽부터)양옥경교수, 원윤희교수, 정무교수, 조흥식교수, 한동우교수
(왼쪽부터)양옥경교수, 원윤희교수, 정무교수, 조흥식교수, 한동우교수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기업에 모금 70% 의존 아쉬워 개인기부 확대에 노력 기울여야”

“기업모금에 70%가량을 의존하는 구조가 아쉽다. 공동모금회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전 국민 1계좌 갖기 운동 등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개인기부자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모금 외형 키우기 식이 아닌 나눔문화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배분에서는 공정성·형평성을 고려하되 작은 단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자선을 기반으로 한 복지 넘어 공익영역에 대한 고민 필요”

“선진국에선 전형적인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 문화 활성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추세다. 사회적기업·지역기업·공유경제 등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도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공동모금회도 자선에 기반한 ‘사회복지’에 머무를 것인지 다양한 공익 영역을 아우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4000억원을 한 군데서 모집하고 전국에 배분하려면, ‘관료화’ 되는 걸 피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각 지역별 지역재단으로 분리해 관리하면, 사업 운영의 합리성도 높아지고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한 상호 견제가 가능할 것이다.”

정무성 숭실사이버대학교 부총장

“아동·노인 등 ‘집단 중심’ 지원 학대 등 ‘문제 중심’으로 바꿔야”

“사회문제의 맥을 정확하게 짚기 위해서는 중간 단체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단독 사업은 편협한 부분만 보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공동모금회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분류 체계를 보면 아동·노인·청소년 등 ‘인구집단 중심’이다. 최근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문제들이 고독사, 심리·정서 문제, 학대·성범죄 등이다. ‘문제 중심’ 지원 체계로 바꾸는 배분 구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1년 단위로 계획된 사업을 진행하는 공동모금회 사업 프로세스상, 새롭게 제기되는 복지 이슈에 대해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운 것도 아쉽다. 복지와 경제를 같이 아우르는 예방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기관과 甲乙 아닌 파트너로 사회복지 함께 키운다는 관점을”

“돈을 잘 쓰는 것이 기관의 신뢰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배분 과정에서도 사회복지기관과 상하관계가 아닌 사회복지를 함께 키워간다는 관점에서 협력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 기업들은 지정기부금을 선호하는 편인데,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오히려 공동모금회에서 자원이 충분히 가지 못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자를 설득하는 움직임도 일어났으면 한다. 재능기부와 봉사에도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다양한 모금 연계 활동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민간 모금재단 등 중간조직과 관련 컨설팅 등 협력 확대해야”

“공동모금회는 지난 15년간 사회복지시설을 중심으로 모금액을 배분해왔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공동모금회의 배분 방식이나 전략이 미흡했던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민간의 모금조직, 재단 등 중간조직들을 실질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모금 및 배분 역량, 조직 운영 관련 컨설팅 등 기술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점적으로 다룰 어젠다를 제시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특별취재팀=정유진·최태욱·김경하·문상호·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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