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Cover Story]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내일을 말하다

한국 공익분야의 맏형…낮추고 손잡고 똑똑해져라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새로운 사령탑을 맞았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지난 15일 제8대 회장으로 취임, 3년 임기를 시작한 것이다. 1999년 설립돼 16년째를 맞는 공동모금회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모금 배분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각 분야 사회복지기관 협의체 대표 10명, 공익 분야 대표 교수진 10명을 만나 ‘공동모금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중점 지원 어젠다 설정 ▲비영리단체와의 협력적 파트너십 강화 ▲임팩트(Impact)를 고려한 문제 해결력 향상에 힘을 키울 것 등을 제시했다(가나다순). ☞인터뷰 전문 보러가기 편집자 주


 

※ 김순택 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자원봉사 분야와 협력해기부문화 시너지 이끌길”

김순택 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김순택 자원봉사협의회 상임대표

“다양한 분야와 협력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동모금회와 자원봉사 분야가 협력하면 기부문화 확대에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국내외 조사를 보면, 자원봉사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 기부하는 경향이 크다. 기부가 문화로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모금 자원봉사자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모금전문가 양성 및 시민교육, 모금 프로그램 개발, 인프라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모금회의 중요한 임무다.”

※ 문용훈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회장

“소규모 시설에 문턱 낮춰시민에 더 가까운 기관으로”

문용훈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회장
문용훈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회장

“공동모금회의 모금액 누계와는 별도로, ‘사회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느냐’는 측면에서는 10년 가까이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현장과 밀접한 비영리단체에 비해 사회복지의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가 다소 느리다. 또 소규모 단체들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 제안서를 쓸 총무과조차 없거나, 이미 수많은 서류가 쌓여 있는 단체 입장에서는 배분신청서나 정산 관련 서류 등 모금회의 복잡한 행정 절차가 장벽이 될 수 있다.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서류가 많다고 반드시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박진우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시설거주 노인 지원 부족…노인복지기관에 관심 가져야”

 박진우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박진우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나눔문화 확산의 중요 포인트는 배분의 효과성에 있다. 공동모금회는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투명성 있는 배분사업 진행 과정을 이해시키고, 공정한 선정 및 배분이 합의되어야 그 결과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다. 또 모금회의 직접사업 움직임은 배분사업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설립 목적에 맞게 ‘자원 연계자’로서의 역할과 전문성 향상에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이후 노인복지 분야는 ‘복지’가 아닌’사업’으로 인식돼, 사업공모 신청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 이상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

“복잡하고 다양해진 사회문제한층 진화한 공헌 전략 필요”

이상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
이상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

“공동모금회는 그동안 기부문화 독려는 물론,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자문과 지원에 있어서도 역할을 해왔다. 이에 안주하기보단,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제 단순히 현금이나 현물 기부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개인 기부자들의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한 차원 진화한 사회공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기존 NGO와의 경쟁을 피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모금회만의 강점을 잘 활용한 특화된 사업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고액 기부자뿐만 아니라, 소액을 기부하는 풀뿌리 후원자 또한 후원자로서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

“신규 사업 과감히 지원하고 후원자가 보람 느끼게 해야”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

“모금 단체도 시장 원리가 작동된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 친화적인, 그야말로 후원자에게 보람을 주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NPO들이 1년에 1조4000억원 모금할 때 공동모금회는 3000억원 남짓 했다. 1000억원 넘는 NPO가 5개가 나왔을 만큼 민간 영역이 커졌다. 하지만 공동모금회는 모금액 총액 목표라는 ‘외형’에 신경 쓰느라 실상 기업과 NPO의 직접 연결을 막는다. 기업이 비영리기관에 직접 줄 것도 모금회를 통해서 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특혜를 받는 곳으로서 NPO 통합의 길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심리·정서 치료나 장애아동의 조기치료 등 빠르게 바뀌는 사회복지 분야 이슈에 대한 새로운 사업 개발 및 지원을 과감히 하고, 사업분야별로 어떻게 평가하고 서비스를 개발해 현장에 실행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 이제훈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회장

“모금하는 다른 단체들과경쟁보다 상생하는 모습을”

이제훈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회장
이제훈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회장

“공동모금회의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 자기 정체성에 걸맞은 사업을 해야 하는데, 해마다 모금 규모만 늘리려 하다 보니 국민의 눈에는 ‘모금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돈을 필요로 하는 단체와 공동모금회 간에 갑을 관계가 형성돼버렸다. 기업의 ‘헌금’도 자발적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목표 달성에 집착해 압력을 가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나눔 문화를 저해하는 것이다.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눔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대국민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벌이면 좋겠다. 정부가 순수하게 모금액이 올바로 쓰이는지 감독하는 건 당연하지만, 모금회를 하나의 조직처럼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 모금은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공동모금회에서도 해외의 빈곤국을 돕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임성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어려운 곳 지원하는 게 핵심…법·기준에 얽매여서는 안 돼”

임성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임성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협회 내에 회원시설이 전국적으로 800여개에 이르는데, 공동모금회에 제안해 사업비를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기준이 너무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 같은 일정한 틀에는 들지 않아도, 삶의 질이 그에 못지않게 어렵다면 찾아서 지원하는 게 모금회의 핵심이다. 사업에 대한 목적과 가치, 파급력 같은 것을 잘 헤아려,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직접 풀뿌리 영역들과 활동가들을 접하고, 지역의 변화를 위해 만든 작은 지역재단들에게도 지원 범위가 확대되는 등 현장의 목소리가 배분에 반영되어야 한다.”

※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금액보다 참여자 돋보이도록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곳 되길”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공동모금회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곳이 아닌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곳이 돼야 한다. 모금액보다 참여자의 수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학생 1000명이 모여 500만원을 모았다고 하면, 1000명의 참여가 500만원보다 더욱 부각되는 문화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연말의 이벤트성 모금이 아닌, 연중 계속되는 나눔 활동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1년 내내 모금 프로젝트를 개발하면 사회복지학계의 좋은 실습처 역할도 할 수 있다. 사회복지 현장의 어려움을 선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으며, 임금상승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수도 있다. 중소 지방의 단체들에는 모금 방법이나 행정 절차를 전수해 줄 필요도 있다. 공동모금회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이 모두 알 수 있도록, 열린 운영구조를 갖춰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정부와 민간 잇는 교량으로화합하는 문화 만들어 주길”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우리 협의회는 국내 사회복지 분야의 시설·기관·단체들의 연합회인데, 공동모금회와의 연대가 미흡하다. 실제로 공동모금회가 사회복지 현장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다면, 굳이 연대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나 현장 대표들이 참여하는 배분위원회만으로는 구석구석에 숨은 사회복지 욕구를 모두 알 수 없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공동모금회 역사와 국내 여건상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다. 정부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이를 수렴하면서 정부와 민간의 교량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매년 10월 전국나눔대축제가 개최되는데, 공동모금회가 중요한 당사자로 참여하고 200개의 나눔 단체들이 뒤를 잇는다. 이처럼 나눔문화 확산도 공동모금회 혼자만의 숙제로 던져주기보단, 화합하며 함께 만들어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 최성진 지역아동센터전국연합회 회장

“정책이 지원하지 않는 부분과현장 이어주려는 노력 기대”

최성진 지역아동센터전국연합회 회장
최성진 지역아동센터전국연합회 회장

“초기에는 복지 영역에서 소외된 조직이나 가려져 있던 분야가 공동모금회를 통해 알찬 지원을 받았다. 지역아동센터의 야간 돌봄 (사회복지사) 인건비 지원이나, 복지 인프라가 열악한 동두천·연천 등의 지역적 안배를 해줬던 것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부분이 다시 약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정책에서 지원되지 않는 부분들과 현장을 이어주는 노력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강조하고 싶은 분야는 장기간 소요되는 프로젝트다. 학교 밖 청소년 문제나 장애인 재활 등의 분야는 장기적인 지원과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발굴·지원하여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모금회의 몫이다. 또한 물질적인 후원을 넘어, 참여와 관계의 기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도 공동모금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특별취재팀=정유진·최태욱·김경하·문상호·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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