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기고] 우리의 나눔이 방글라데시의 삶을 바꾸고 있다

황현이 아름다운가게 나눔사업팀장

기술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수혜자들의 모습. /아름다운가게 제공
기술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수혜자들의 모습. /아름다운가게 제공

차와 릭샤로 가득 찬 도로,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는 사람들. 지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는 국가적인 축제 인 ‘이드’를 앞두고 들썩이는 분위기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4월 24일, 이곳에서는 8층 높이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식적으로만 ‘1127명 사망, 2300여 명 부상, 300명 실종’이라는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잔해에 깔리거나 튀어나온 철근 등에 찔린 피해자는 대부분 의류공장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40달러 남짓한 월급을 받았다.

아름다운가게는 사고 직후 피해자 100가구에 긴급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했다. 이후 심리치료와 자립을 위한 기술훈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피해자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다.

로지나 악터(25세)는 척추가 부러지고 신장이 파열되고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고통과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제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특히 심리치료 프로그램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이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사고의 충격으로 입을 닫고 지냈던 리나(18세)는 재봉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사고 후유증으로 심각한 단기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 교육 담당자가 “엊그제 옷 본뜨는 거 연습했잖아. 기억 안 나?”라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도 리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빨리 일을 시작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 교육 과정을 마치면 공장에 돌아가지 않고 양장점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보상계획을 발표했던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는 “어떠한 책임도 없다”며 발을 뺐다. 해외 바이어들도 슬그머니 돌아오고 있다. 내가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동안 현지에서는 또 다른 공장에 불이 나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지금도 치료를 받고 생계를 꾸려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저렴한 가격에 샀던 옷은 이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해 만든 제품이었다. 나와 그들은 티셔츠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로지나 악터가 이야기했다. “경제적 지원도 심리치료도 교육도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정말 감사한 것은 멀고 먼 나라에서 날아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당신이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여름, 아름다운가게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긴급모금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미 100가구의 삶을 바꿔놓았다. 우리가 정말 원한다면 그리고 함께 행동한다면 변화는 계속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 피해자들이 우리에게 그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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