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뉴스 읽어주는 휴대폰 덕에어디서든 신문을 듣지요”

ICT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서 경기도 고양시 화정까지 가는 지하철 안. 아침·저녁으로 2시간씩 노광호(60)씨는 조선일보를 ‘듣는다’. 일간지, 도서, 복지재활정보 등의 콘텐츠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인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덕분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이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시각장애인 전용 단말기 5000대를 저소득층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시각장애인 전용 단말기는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는 TTS(Text To Speech) 기능, GPS 위급알림 기능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노광호씨는 이 단말기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들려주는 세상 소식 덕에 바깥 세상과 더 연결된 것 같다”는 노광호씨는 출퇴근 시간에 신문을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들려주는 세상 소식 덕에 바깥 세상과 더 연결된 것 같다”는 노광호씨는 출퇴근 시간에 신문을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노광호씨는 다섯살 때 천연두를 앓다가 시력을 잃었다.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1급 중증 시각 장애인이다. 어린 시절 공부하기도, 책을 읽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식에 대한 열정’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어쩌면 배움이 쉽지 않았기에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50세가 넘어 국제법무 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일, 새로운 이슈나 트렌드에 늘 관심이 많았다.

“예전에는 유선전화로 제공되는 신문 읽기 서비스를 들었습니다. 매일 두 시간씩 꼬박 집에 앉아 무거운 전화기를 들고 신문을 들었지요. 한번 듣고 나면 어깨와 팔이 저려오고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휴대폰에 이어폰을 꽂고 오가는 길 어디에서나 쉽게 신문을 듣는다.

“회사 동료들이 놀라워해요. 불빛조차 안 보이는 제가 오히려 요즘 뉴스를 다 꿰고 있으니까요.” 큰 소리로 웃는 노광호씨에게서 뿌듯함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을 이용한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 이 중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이다. KT의 IT서포터즈는 다문화 가정이나 노인 등 정보활용 소외계층이 컴퓨터, 인터넷 등 각종 정보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3년 전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 땀(20)씨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공부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기 양육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며 자랑이다. “몇년 동안 얼굴도 못 본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이젠 외롭지 않다”고 울먹였다.

SK텔레콤의 대학생 봉사단 ‘비써니(Be Sunny)’ 역시 농어촌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 이주여성들에게 휴대폰 활용법을 교육한다. 비써니를 통해 농촌 어르신에게 일대일로 휴대폰 활용법을 교육하는 문지은(22)씨는 “처음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내 말이 너무 빨라서 이해를 못 하시면 어떡하나,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민이 됐어요. 근데 알고 보니 저희 할아버님이 참 멋쟁이세요. 오타는 종종 있으셨지만, 항상 예쁜 꽃 사진, 따뜻한 커피잔 사진 등을 넣어서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어르신 자랑에 신난 지은씨는 “이렇게 기술을 통해 벽이 허물어지고 가까워지는 것이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의 강점인 빠른 전파력과 손쉬운 접근성을 이용한 캠페인 활동도 눈에 띄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SK텔레콤은 2004년 ‘모바일 미아찾기’를 시작으로 ‘긴급재난문자정보서비스’ ‘모바일 헌혈 서비스’ ‘모바일 청소년 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종된 아이의 사진이 포함된 긴급 메시지를 전국 혹은 미아 발생 지역에 전파하는 ‘모바일 미아찾기’를 통해, 지난 8월까지 총 22명의 미아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24시간 청소년들이 문자로 상담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청소년 상담 서비스’는 하루 평균 300명, 방학에는 하루 평균 500명의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다. 문자로 손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 ‘문자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청소년 상담팀장 장영화(49)씨는 “모바일 상담은 접근성이 뛰어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담할 수 있고, 또 익명성이 보장돼 청소년들이 친숙하게 고민을 상담해 온다”며 “이렇게 상담을 한두 번 경험해 본 친구들은 진짜 위기 상황 때도 연락을 해 와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 자체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리가 되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08년부터 시각장애인 전용 단말기인 ‘책 읽어주는 휴대폰’2000대와 시력보조기구를 매년 무상 제공한다. ‘책 읽어주는 휴대폰’은 시간, 배터리 등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제공하고, LG상남도서관의 ‘책 읽어주는 도서관’에 무선으로 접속해 5000여권의 디지털 도서 중 원하는 책을 다운로드받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은 신문, 도서 등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계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친근함까지 선사한다.

오혜정 기자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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