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기고] 장애인 스포츠는 ‘박지성’ 같은 스타를 기다립니다

‘운동’이란 사전에 ‘장애’란 단어는 없어
‘패럴림픽’ 참가 선수 열정적 경기모습에 관중도 열렬히 응원
국민적 관심으로 장애인 스타 키워야

조세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IPC 공식 사진작가·희망프레임 이사장
조세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IPC 공식 사진작가·희망프레임 이사장

공식 사진가 자격으로 참여한 지난 런던 패럴림픽을 비롯해 3번 패럴림픽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세계 최고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경기 심판,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운영진,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만나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 정부 등의 열렬한 응원과 후원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서 느끼는 장애 선수들에 대한 환호의 순간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나도 선수가 되어 트랙과 레인을 마구 달리고 싶을 정도다. 운동에 장애라는 단어는 애초에 없다. 오직 자부심과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과 극복만이 있을 뿐이다.

사이클 경기처럼 기구를 이용한 비장애인 경기가 있듯이, 휠체어를 탈 줄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장애인 경기도 있다. 휠체어 럭비나 휠체어 농구는 정말 재미있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시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시민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스포츠 재미에 푹 빠져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구경하러 왔지, 격려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었다. 당연히 모든 경기장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신기하게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고 구분되는 단어의 차이를 경기장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열렬한 응원 속 화려한 게임을 펼치는 선수들의 휠체어나 의족 등은 이 사진가의 눈에는 더 이상 장애의 상징이 아니었다. 오히려 멋진 패션으로만 보였다.

‘2012런던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비장애인 스포츠 못지 않은 박진감과 화려함을 선사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사진은 휠체어육상의 여자선수들이 역주하는 모습. /조세현 작가 제공
‘2012런던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비장애인 스포츠 못지 않은 박진감과 화려함을 선사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사진은 휠체어육상의 여자선수들이 역주하는 모습. /조세현 작가 제공
‘2012런던 패럴림픽’을 찾은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독일의 육상선수. /조세현 작가 제공
‘2012런던 패럴림픽’을 찾은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독일의 육상선수. /조세현 작가 제공

장애를 극복하며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헬렌 켈러나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뛰어난 지혜로 장애를 넘어선 인물도 많지만, 나는 장애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주저 없이 스포츠를 추천한다.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는 비장애인보다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상대적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나 환경이 부족한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는 비장애인들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과 한계를 알게 하고 또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애의 극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며 새 삶을 얻게 된 많은 해외 유명 선수가 있다. 우리도 이제 장애인 스포츠 스타가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박찬호나 박지성 선수처럼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스타 선수를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능할 것이다. 아직도 편견의 그늘 속에 숨어있는 많은 장애인이 햇빛 아래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장애인 스포츠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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